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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결국 '맥거핀'이 될 것이다[정치불평] 이대로 가면 북한 붕괴 기다리는 것 외에 답 없어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07.15 11:33

사드 배치 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의 문제라고들 말하지만 그게 충분한 표현인지는 의문이다. 그건 마치 한국이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그런 권리는 없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선택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미국이지 다른 선택을 할 수단 자체가 없다.

오히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권의 외교안보노선 전체를 무엇을 규정할 거냐의 문제다. 외교안보정책의 제1순위는 누가 뭐래도 대북정책이다.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붕괴대비론과 일종의 온건론이 뒤섞여있는 형태였다. 북한붕괴론은 군 출신 인사들이 주도했고 대북온건론은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대북정책에서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주도했다. 대북온건론자들은 북한이 붕괴한다면 이와 관련된 비용을 우리가 떠안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대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리로 북한붕괴론자들을 설득했다. 대북정책이 ‘경제논리’가 된 것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니 유라시아이니셔티브니 DMZ평화공원이니 하는 개념들은 다 여기서 나왔다. 보수언론들이 박근혜 정권 들어 대대적인 통일캠페인을 진행한 것 역시 이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장수 주중국대사가 지난 3월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도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자 간의 갈등이 처음 드러난 것은 인수위 시절의 이른바 ‘최대석 미스터리’ 사건이다. 대북온건파로 박근혜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까지 언급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석연찮은 이유로 사실상 인수위에서 쫓겨났다. 이와 관련한 온갖 추측이 떠돌았으나 결국 군 출신의 강경파들이 밀어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북한 붕괴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양양가 사건’이다. 합참의장 출신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013년 말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양양가를 부르며 2015년에는 통일이 돼있을 거라고 장담했다는 거다. 양양가는 일제 강점기 독립군이 군가로 불렀다는 노래다. 이런 맥락에서 남재준 전 원장이 언급한 ‘통일’이 대화와 협상을 잘해서 되는 통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군 출신들의 북한붕괴론자들이 이 나라의 외교안보정책을 좌우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두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을 모두 틀어쥐면서 정부 내 대북온건파들의 씨가 말랐다. 2014년에는 통일부의 촉망받는 공무원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파견됐다가 군 출신인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 일파에 밀려 쫓겨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역시 ‘미스터리’로 불리는 일인데,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결국 정책적 지향이 문제가 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박근혜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이 강경파 일색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다. 대표적으론 ‘친중노선’인데, 보수층 일부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강행됐기 때문에 보수언론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의 경질을 요구한 일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친중노선 역시 근원을 따져보면 북한붕괴론자들과 대북온건론자들의 기묘한 동거에서 비롯된 것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의 친중노선은 첫째로 우리 경제의 대중의존도를 근거로 하며 둘째로 북한을 제어하기 위한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에 위안부 문제를 근거로 일본과 거리를 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미국이 어느 순간 ‘계산서’를 들이밀 거고 우리가 그걸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일이다. 이미 미국은 일본과 밀월관계를 구축하며 박근혜 정부에 수차례 역사 문제에 대한 화해에 나설 것을 반복 촉구해왔다. 한미일 동맹구도를 강화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따져보면 박근혜 정부의 친중외교는 북한 문제 등을 근거로 해서 ‘계산서’가 날아오는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을 벌었으니 반드시 그 안에 의미있는 대북관계의 개선을 해야 했다. 통일대박론이니 드레스덴 선언이니가 등장하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를 만든 것도 이의 일환이었을 거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체제붕괴 시도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북한붕괴론자들이 외교안보라인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공세’의 진정성을 신뢰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한은 현실적(?) 판단을 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됐던 4차 핵실험을 2016년 초에 강행했다. 그 이후에 더 이상 어떤 대화나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일을 강행한 것은 박근혜 정권의 진정성을 믿는 것보다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 편입돼 동아시아 정세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일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인 2015년은 한국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였다. 이 기간 동안 박근혜 정부는 AIIB에 가입하고 중국의 전승절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해 ‘시간벌기’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하원에 초청해 연설을 시켰고 유례없는 밀월관계가 맺어졌음을 과시해 계산서를 내밀 준비를 끝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소중한 군인들의 몸을 다치게 하고 목숨까지 잃게 할 뻔한 목함지뢰 사건이라는 비극은 남북 간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역시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결정권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성공할 뻔 했지만, 역시 군인 출신들의 판단 덕분인지 적당히 넘어가는 데 그쳤다. 오히려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졸속으로 마무리해 한미일 동맹의 시동을 거는 발판을 마련했다.

기어코 진행된 북한의 4차 핵 실험은 이 정부 내에서 대북온건론자들의 발언권이 완전히 소멸하는 계기가 됐다. 박근혜 정권이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들 했으나 어쨌든 북한붕괴론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조선노동당에 돈이 들어간다’는 전형적 논리가 이를 보여준다. 이어진 중국을 끌어들인 대북제재론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비유하자면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는 게 북중 모두에게 이롭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대치와 개헌세력에 힘을 실어준 일본 국민들의 선택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급격히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북한붕괴론자들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북관계는 오로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구도에 종속된 형태로만 다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드 배치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어찌됐든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을 시도할 것이냐, 오로지 미-중의 전략적 선택이 한반도의 전쟁이라는 참화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리느냐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대화냐 대결이냐를 선택할 순간이 온 것이다.

명백히 후자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앞으로 북한의 온갖 미사일 발사니, 핵실험이니, 군사 도발이니를 참고 견디기 위해 끝없는 군비 확장으로 일관하며 살아야 한다. 사드가 수도권을 방어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사오면 그만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나 방사포 등의 수단에 대해 군은 과거부터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무기는 공군이 운용하게 된다는 논리로 육군이 탐탁치 않아 하는 모양이다)으로 대표되는 C-RAM체계 도입을 주장해왔다. 북한이 후방에서 SLBM을 쏴 사드를 무력화할지도 모르니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장착해 미국의 MD체제 안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핵잠수함 건조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명하게도 박근혜 정권은 이미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한 바 있다. 한미일 동맹에 완전히 편입되면 미국도 저농도농축우라늄의 함정 연료 활용에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와 군축의 논리가 들어설 자리는 이 땅에 이제 없다.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 것인가. 갈팡질팡하는 야당들은 스스로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은 외교안보적으로 정말 뜨거운 감자이고 여기에 내외의 시선이 집중돼있지만 결국 사드는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맥거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대결이 아니라 평화와 군축을 내걸고 이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야권이 갖지 않으면 사드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난 이후에는 군 출신 북한붕괴론자들의 논리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이 상황을 거부하겠다면 지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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