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반드시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당 대표 선출 2주년 행사를 열어 세몰이에 나서자, 친박계가 경계를 강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14일 서울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15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당 대표 선출 2주년 행사인 '반드시캠프'를 열었다. 김 전 대표는 "저와 동지 여러분이 서로 변치 않는 믿음으로 운명공동체가 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직하게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아가자"며 "다시 한 번 김무성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김 전 대표의 이번 행사를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으로 보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15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지난 선거의 가장 큰 책임은 당을 총지휘했던 대표에게 있는 것이다"라며 "이런 것들을 다른 정치세력에게 돌렸다. 선거 참패를 한 당 대표가 자숙하고 성찰하고 해야 하는데, 1500명씩 모아놓고 아주 구태적인 행태를 하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장우 의원은 "그렇게 호화롭게 정치할 때가 아니다"며 "지난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또 김무성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뭐 180석을 얻을 수 있다고 막 돌아다니면서 말씀했다"며 "여기에 대해 국민들이 오만했다는 말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대해서는 "상향식 공천이 지고지순한 공천제도인 것처럼 해서, 그런 프레임에 갇혀가지고 새누리당의 인재를 전략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또 공천할 떄의 그런 행태, 여러 가지가 복합됐다고 본다"며 "또 나중에 직인을 감추고 부산으로 갔다든가, 이런 행태들 때문에 대패한 것"이라고 말해 총선 패배의 책임을 김 전 대표에게 전가했다. 아울러 이장우 의원은 이번 행사가 김무성 전 대표의 대선출정식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행태로 가시면 대선후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김무성 전 대표의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고 나서는 이유는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의 세 결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는 반드시캠프 행사에서 "새누리당이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살아 있는 박데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 제가 선봉에 서겠다"라고 말해 친박계를 '구태'라고 비판함과 동시에 자신이 비박계의 리더로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를 비박계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친박계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사실상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반기문 총장은 내한해 각종 연설에서 대권출마를 암시했고, 헬기까지 동원해 친박계의 '성지'인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 총장은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1946년 1월 24일 채택된 'UN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 따르면 "UN사무총장은 여러 나라들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결의안이 사실상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반 총장이 대권에 출마할 경우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사회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약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 전 대표라는 비록 흠이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대권주자의 등장이 친박계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 없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다시 새누리당 전면에 나서면서, 친박계가 주도하던 당내 패권의 향방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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