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당국의 심사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불허'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속된 처분이 나오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디어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지속 가능한 방송 생태계 조성과 방송산업의 공공성 강화라는 기준을 갖고 판단할 것을 촉구해왔으나, 이제 새로운 국면이 찾아온 상황에서 지금보다 활발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논쟁적 주제의 글을 지면에 적극 게재할 방침이다. 아래의 글은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게재되었다. 독자들의 적극적인 보론 혹은 반론 투고를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에서 사실상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시끌시끌하다. 많은 매체가 이를 보도했고 이 결정에 대한 환영과, 이를 비판하는 주장이 담긴 여러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의 경우, 공정위의 결정 이후에 활발하게 의견개진을 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그 의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양 전위원은 공정위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것이 KT의 편을 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양 전위원이 공정위의 결정에 반대하는 것이 SKT의 편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과 관련하여 세간의 보도처럼 오직 찬성과 반대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열렸던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는 그 때도, 지금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양문석 전 위원의 글을 읽으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물론 양 전위원이 방통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에 관련하여 양 전위원이 보여준 태도는 지금까지의 방통위 모습과 닮아있다. 사업자 얘기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적 판단을 내릴 경우, 혹은 사업자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경우 방통위는 항상 시청자가 아닌 사업자들을 중심에 두고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들의 민원을 항상 고려하고 조금씩 받아들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결과,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는 정책이 제출되고는 했다.

근래 가장 대표적인 방통위의 사업으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이 있었다. 방통위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자찬하는 이 디지털전환으로 시청자가 얻은 가치는 단언컨대 없다. 유료방송의 홍수 속에서 그 밖의 선택지가 되어야 할 무료보편적서비스로서의 지상파, 무료방송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현재 방송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료보편플랫폼인 지상파방송서비스가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회의 공공영역의 축소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도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이는 지난 메르스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의료정책에 있어 정부의 공공정책의 부재, 유비쿼터스의 시대 유언비어의 확산 등. 유언비어의 시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메르스 사태’. 미디어스. 2015.07.27.)

방송영역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규제기관이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업자들의 노력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변화되는 환경과 상황 속 그 어느 곳에서도 시청자는 그 무게만큼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바로 여기에 방통위가 들어가야 한다. 더욱 면밀하게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비록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된 환경이 기업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선택에 내몰리게 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서 묵과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시장은 결국 시청자를 자원으로 이익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규제기관은 이 시장의 흐름이 시청자의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고 사업자들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료방송영역에서 사업자들의 인수합병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일어나게 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시청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더욱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방송시장에서의 공공영역의 강화와 창출이다. 방송시장에서의 공공성의 확보이다.

나는 그간의 논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들의 이해대립 이외에 시청자를 중심에 두고 위의 내용을 고민해왔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거대자본 중심으로의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은 아마도 시대적 흐름일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의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만큼 소비자들에게 나쁜 시장은 없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SKT와 KT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거대 자본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에 대응하는 지상파무료플랫폼. 무료방송시장의 약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지상파 플랫폼이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고 향후 거대 자본에 의한 유료방송플랫폼이 시장을 더욱 점유하게 된다면 그 시장에서 시청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적어지게 될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 가장 대표적으로 방송에서의 공공성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공영방송의 현재 상황을 보자.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공적책무를 수행할 것을 전제로, 권력을 감시하고 자본을 감시하기 위해 필수적인 독립성의 유지를 위해 공영방송에 (조세의 수준으로!) 수신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수많은 아이들을 지킬 수 없었던 그 가슴 아픈 사건에서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보도개입을 한 일이 최근 녹취록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규제기관이나 방송사의 고위관계자, 정치인들에게 이 정도의 보도개입은 ‘통상적’이며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방송에서 공공영역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앞에서 말한 플랫폼에의 문제와는 또 별개로, 이 공공영역을 온전히 시청자, 국민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가능한 조치를 모두 강구해야 한다. 대체 지금 이보다 더 무엇이 중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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