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시절 방송 보도를 통제한 의혹과 관련해 종편들은 ‘홍보수석의 통상업무’라는 해명을 넘어 일방적인 옹호로 일관하고 있다. '이정현은 녹취록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정권의 공영방송 보도 통제’라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8일 종편 TV조선과 채널A, MBN 대표 시사토크쇼 15개 프로그램(6월 30일~7월 5일) 방송 내용을 모니터한 결과를 내놨다. 민언련은 이 프로그램들이 전하는 내용에 대해 “역대 홍보수석의 통상업무이며 거친 말투 역시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읍소로 봐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같다”면서 “청와대 홍보수석과 공영방송 보도국장이라는 힘의 불균형에 따른 ‘외압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핵심은 도외시 됐다”고 평가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 7월 1일자 방송

TV조선과 채널A, MBN 시사토크쇼에서 ‘이정현 녹취록’과 관련해 강조한 것은 사실상의 보도 통제 행위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의 통상업무’라는 것이다. TV조선 <이슈본색>(7월 1일)에 출연한 새누리당 조해진 전 의원은 “언론 담당을 제가 15년 해봤지만 결국 기사 넣고 빼고 키우고 줄이고 이런 거 하는 게 주 업무”라면서 “담당자들은 수도 없이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7월 4일)에서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는 홍보수석의 업무에 대해 “대통령을 위해 자기가 좋은 기사는 못 만들어내지만 나쁜 기사는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청와대를 두둔했다.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7월 2일)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홍보수석이 원래 호위무사 역할”이라면서 “자기가 모시는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되고, 신문사에 가면 윤전기에 머리까지 넣어서 나쁜 기사 못 나가게 하는 일이 홍보수석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 <쾌도난마>(7월 1일)는 당사자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출연시켜 해명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의원은 “국가의 위기를 빨리 탈출시키기 위해서 언론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기본적이고 아주 당연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가 ‘업무협조’의 차원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종편들은 이런 행위가 전 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7월 1일)에서 정치평론가 황태순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당시 공보수석을 하던 박지원 수석이 아주 협조를 많이 요구를 했다”며 “본인은 (언론사 사장실에서) ‘그냥 유리컵을 떨어뜨렸다’고 했지만, 당한 쪽에서는 ‘유리컵을 던졌다’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언론의 독립은 정권을 불문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이고 과거 정권의 보도개입 관행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 홍보수석들의 사례를 거론하는 종편의 논리는 구차하다”고 꼬집었다.

보도통제를 ‘읍소’로 축소하는 표현도 다수 등장했다. TV조선 <이슈본색>(7월 1일) 출연한 박지훈 씨는 “목소리를 많이 들어봤는데 ‘빼주세요’ 하면서 이런 게 부탁 같기도 하고 간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TV조선 <뉴스특급>(7월 2일)에서 여상원 씨는 “사실 6공 때 같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읍소를 하는 걸 보니 상당히 민주화 됐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두아 변호사 역시 “(이정현 전 수석이) 항상 저렇게 말을 한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 엄성섭 앵커는 진행자로서의 중립의무를 외면한 채 “야당이 말하는 대로 보도지침인 것인가”라며 “이정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서 ‘야. KBS는 공영방송이고 정부가 대주주니까 이거 내려’ 이렇게 한 것인가. 지금 (녹취록을) 들어보면, ‘한 번만 도와주쇼. 극적으로 도와주쇼’ 계속 이렇게 읍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태순 씨는 “보도지침이라고 하는 것은 보안사에서 나온 요원들이 편집을 해서 이만큼 잘라내 쫙 긋고, 윽박지르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정현 의원의 해명을 옹호했다.

이정현 의원을 '피해자'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7월 1일)에서 김병민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정현 의원”이라면서 “이정현 의원은 정말 바닥에서 자기 의지와 힘으로 올라온 케이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수석을 하는 순간에도 위의 지시에 따라 이것(보도개입)들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본인이 처해진 절박함이 묻어난다”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민주화 이후 언론 자유가 공고해질 거란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다수의 해직기자가 나오는 등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 언론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보도지침이란 표현은 지나치지 않다”며 “더구나 KBS는 다른 정부가 사장과 이사장 등 경영과 운영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인사들을 모두 임명한다. 녹취록 상 이정현 전 수석의 말투가 어투가 어떠했든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가해졌을 압박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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