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기에 이어 33기, 이제는 31기다. KBS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이 연이어 성명을 내어 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에 대해 비판하고 무대응 경영진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1기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KBS 기자라는 것이 이토록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연명한 기자들이 벌써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KBS보도본부 소속 31일 기자들은 7일 기명 성명을 통해 "(KBS는)청와대 보도 개입, 당장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 KBS 기자들, '세로드립'으로 자사 비판/ "이정현 보도통제, KBS 언제까지 침묵하나")

사진은 2014년 6월 3일 KBS기자협회가 서울중앙지검에 길환영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청운효자동 동사무소 앞에서 길환영 사장과 청와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모습(사진=미디어스)

이들은 "권력에 농락당하는 공영방송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뉴스 제작과 편집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 개입은 KBS가 관제방송 수준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더 이상 반박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태에 대한 KBS의 보도는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한다. 보도본부는 언론단체의 녹취록 공개부터 국회 운영위원회, 대정부질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항소심 출석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취재하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에 담을 뿐 기초적인 사실을 전하는 기사와 방송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녹취록에 관한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단지 여야 정쟁 프레임으로 이 사태를 언급했을 뿐이다. 이러고도 우리가 기자,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사 관련 사안'이라든가 '편집권'이라는 핑계를 대는 것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면서 "모든 주요 언론들이 지금의 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는데도 뉴스가치가 부족하다느니 보도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변명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경영진 및 보도본부 수뇌부에 대해 "KBS뉴스에 대한 신뢰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고, 공영방송의 위상 또한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렸다"며 "수뇌부는 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사건의 전말을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회사는 핵심 가치로 ‘우리의 중심에는 시청자가 있다’를 내세웠다. KBS의 중심이 진정 시청자인지, 아니면 주어 없는 ‘그분’인지 당장 보도로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KBS 보도본부 31기 엄기숙, 한주연, 강수헌, 황재락, 송민석, 이정은, 이종완, 류성호, 김해정, 박상훈, 이승준, 이진연, 송현준, 진정은, 노준철, 강성원, 김계애, 우동윤, 김민아, 윤나경, 염기석, 유용두, 강정훈, 김선영, 최영준, 김시원, 곽근아, 구경하, 김성한, 노윤정, 류란, 박현, 양민효, 은준수, 이수정, 이재석, 이진연, 임재성, 정아연, 정현숙, 차정인, 황현택, 박효인, 김태석, 연봉석, 임현식, 조승연 기자(총 47명)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KBS 사측은 앞서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33기 <공영찬가> 풍자시를 "전자게시판관리지침" 위반으로 삭제(게시보류) 조치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