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김선수 변호사(김시곤 변호), "권력의 부당한 지시와 개입에 굴종하지 않는 것이 징계사유 된다면 공정보도 노력에 찬물 끼얹는 것이다."
KBS 측, "이정현 녹취록 보면, 김시곤은 길환영 통하지 않고 청와대와 친밀한 관계에서 협조한 것."

6일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법관 권기훈, 이현우, 김동완)에서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현 방송연구소 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항소심 첫 준비기일이 열렸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2014년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길환영 전 사장을 통한 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4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기자회견 폭로와 관련해 "주된 목적이 사퇴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익적 의도가 있었다"며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이에 항소하면서 이날 재판이 열리게 됐다.(▷관련기사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징계무효소송 항소)

7월 6일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자신의 징계무효 첫 항소심 준비기일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미디어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본인을 물러나게 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이번 재판은 비록 민사이지만 판례가 남을 것이고 공공의 이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K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1심 판결문을 보면 청와대에서 직접 지시한 증거가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하지만 (길환영 사장이 사표를 내라고 한) 그 말을 전한 5월 9일 기자회견은 임원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김시곤 보도국장 사퇴 및 길환영 사장 사과 요구를) 정면돌파하는 것에 대해 재추인이 있었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그런데, 기자회견을 35분 앞두고 길환영 사장이 호출을 해서 갔더니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사표를 내라'고 해서 거부했다"며 "그러자 길환영 전 사장은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제가 사표를 거절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기자회견을 30여분 남기고 사표내라고 한 이유가 뭐겠나.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본인의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나 저의 국장직 사임에 대해 'KBS에 조치를 부탁한 결과'라고 자랑하며 실토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공개된 녹취록에 나오듯)4월 21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며칠 후로 미뤄달라'고 이야기 했다"며 "그런데, 9일 뒤(30일) 또다시 KBS뉴스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가자 '빼라'고 이야기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뒤늦은 비판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그 후 5월 5일에도 KBS <뉴스9>에서 해경을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갔다. 그 정보를 알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저한테 이야기해봤자 안 먹힐 것 같으니 길환영 전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고, 보도본부장실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편집부국장, 취재주간 4명을 모아놓고 '(정부비판)보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엉뚱한 내용으로 보도(5월 9일)가 나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가 '엉뚱한 내용으로 나갔다'고 주장한 당일 KBS <뉴스9>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로 "소비가 위축됐다"는 등의 리포트를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변호를 맡은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또한 "1심 재판부는 길환영 사장의 보도의 보도개입은 인정하면서도 원고(김시곤)의 발언에 일부 허위의 내용이 있다는 점과 공익목적이라기보다는 사퇴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익 때문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기자회견 내용 중 어떤 내용이 허위인지가 불분명하다"며 "청와대의 지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허위라고 본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길환영 전 사장이 청와대 압력에 대해 말을 바꾸는 과정(김시곤 비망록 등)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 한 말을 통해 확인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이번에 공개된 이정현 당시 청와대 수석과의 통화 녹취를 언급하면서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홍보수석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비춰보면 당연히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시곤 보도국장이 당시 침묵한 것은 방송의 공정보도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기자회견이 없었다면 청와대의 KBS 보도에 대한 통제는 계속됐을 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선수 변호사는 "방송사 내부 인사가 공정보도를 위해서 권력이나 사장으로부터 부당한 지시와 개입이 있을 때 굴종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징계사유가 된다면 방송의 실질적인 공정보도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KBS 측 변호인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징계무효 항소와 관련해 "이번 사건의 쟁점은 김시곤의 발언이 사익 목적인지 공익 목적인지에 있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KBS 측 변호인은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과의 녹취록을 보면 길환영 전 사장을 통하지 않고 원고(김시곤)가 청와대 쪽과 친밀한 관계에서 서로 협조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과연, 원고(김시곤)이 부당한 보도개입 때문에 그 같은 발언(기자회견)을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론했다. 이어, "원심은 보도개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시곤의 발언을 부적절했고 그에 따른 징계도 정당했다는 것으로 원심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과 관련해 재판관 3명이 참여하는 변론기일을 8월 26일 오후2시 10분에 진행하고 준비절차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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