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품질 평가 지수인 QI지수에서 ‘신뢰도’ 1등은 MBC다. 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평가 도구인 KI지수를 적용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QI지수를 주로 인용한 MBC경영평가보고서를 밀어붙여 승인, 공표토록 했다. 결과적으로 MBC 사측 주장에 치우친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게 된 셈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4일 회의에는 <2015년도 MBC경영평가 결과 승인 및 공표 결의건>이 상정됐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경영평가 관련 중간 보고서에는 방통위가 방송사별 ‘공정성’과 ‘객관성’, ‘흥미성’ 등을 기준으로 한 KI지수가 통째로 누락됐다.(▷링크) 이와 관련해 야권 이사들은 △신뢰성·객관성이 의심되는 조사결과(여론집중도 조사, MBC QI지수) 사용 금지, △프로그램에 대한 인상비평 지양, △보도·시사분야의 공영성·공정성 평가에서 뉴미디어 등의 원인 지목 수정, △MBC의 공정성·신뢰성에 대한 시사저널·시사인·언론학회 등 다양한 평가 반영, △소송비용 등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 포함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문진ⓒ미디어스

MBC경영평가보고서에서 KI지수가 통째로 누락된 것은 논란 이후 보강이 됐다. 하지만 주변적으로만 활용됐다는 게 야권 이사들의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여론집중도조사에서도 MBC가 1위를 기록했으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후, SBS 측에서 측정과정에서 시청률 등 오류와 왜곡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므로 이전에 시행된 조사 결과를 MBC 경영평가보고서에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 역시 나왔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링크)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경영평가보고서는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QI지수로 분석한다”며 “QI지수는 (정부 공식의)KI지수에 비해 항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MBC 간부들이 얘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I지수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데 사용한다는 점에서 QI보다 공신력에서 앞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I지수가 잘못됐다고 하면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면 되지 QI를 인용하고, KI는 마지못해 언급하는 수준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는 “KI지수 추이를 보면 과거에는 MBC를 1등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한 적도 있었다”며 “그런데, QI는 늘 MBC가 1등이다. 누가 볼 때 어떤 것이 더 객관적이라고 하겠느냐. 경영평가보고서는 공익적 입장에서 조금의 공정성도 의심받으면 안된다. 그런데, 현재 보고서는 사측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완기 이사 또한 “언론사 지표는 각 기관이나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학계에서 발표하는 것들도 있지만 하나도 실리지 않았었다”며 “여론집중도조사 또한 SBS가 문제를 제기했고 위원회 차원에서 동의해 시정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이 같이 문제가 있는 지수를 인용한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89페이지를 보면 보도국의 경력기자 채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다”며 “그런데, 검증받은 경력기자를 수십명 선발했다는데 뉴스경쟁력이나 수상실적 등 눈에 들어오는 결과가 없다. 특히, 매년 계약을 되풀이 하는 것 외에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 쪽 이야기만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영평가소위원회 유의선 이사는 “외부 집필진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고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각에 따라 비판하는 건 자유”라면서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학계에서 나름 존중받는 분들로 구성됐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KI도 이미 학계에서는 통계학적으로 오류가 많은 것으로 돼 있다. 그걸 중심으로 MBC가 (공정성 등 지표에서)꼴지라고 단정하는 건 유의미하지 않다”면서 “(야당 추천 이사들의)주장을 다 모아서 경영진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계속되자 고영주 이사장은 “책임지고 문제제기된 이야기을 공문으로 접수시켜주겠다”며 표결을 통해 원안대로 처리했다.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권혁철 이사, 김광동 이사, 유의선 이사, 이인철 이사, 김원배 이사 등이 찬성했다. 야권 이사들은 ‘부록’ 형식으로라도 문제되는 내용들을 담가 공식적인 자료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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