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을 압박해 보도 통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해경을 비판하는 등의 KBS 리포트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다른 뉴스로 대체해라”, “다시 녹음해라”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 이러한 내용이 드러나 있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두 사람 사이에 나눈 대화”라며 의미를 축소시켰지만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명이 안 될 시 후속조치 하겠다”는 입장이다.

1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에 상당히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음이 밝혀졌다”며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관련기사 : 이정현, “대통령이 KBS 봤네…보도 바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신경민 의원(사진=연합뉴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잘 설명해서 언론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별기사를 넣고 빼는 문제, 심지어 보도의 아이템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정현 의원의 발언 중 ‘대통령이 뉴스를 보셨다. 그러니 그 뉴스를 빼달라’고 말한 대목을 주목한다. 뉴스를 보신 대통령께서 홍보수석에게 지시했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대통령이 직접 이 정부의 비판적인 보도를 빼도록 지시한 혐의가 인정되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대통령 당사자가 직접 해명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은 어떤 절차로 대통령이 그 뉴스를 봤고 그 뉴스에 어떤 태도를 보였으며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은 30일 뉴시스와의 전화연결에서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라 통화가 조금 지나쳤다”며 “구조작업에 전담하고 있던 해경이 선조치 후징계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다 보니”라며 ‘유감’을 표시했다.(▷링크)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일반적으로 유감을 표시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며 “이 문제는 국회 미방위에서 조목조목 다뤄보고, 제대로 해명이 안 될 경우 후속 대책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앞서 tbs <열림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이정현-김시곤 세월호 보도 통제 폭로와 관련해 “<방송법>에 있는 유일한 처벌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만일, 이정현 의원이 수사를 제대로 받고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105조(벌칙) 제1호는 “방송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기도 하다.

신경민 의원은 “5공 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MBC를 주로 봤는데, 그 당시에도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우리 영감이 MBC만 보는데 너희 보도 이렇게 해서 되겠느냐’고 계속 했었다”며 “출연하는 사람들만 (이정현-김시곤으로)바뀌었을 뿐이지 사실 똑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조작하려 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언론개입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 또한 “대통령과 정권의 안위와 심기만 살피는 핵심 측근의 행태가 참담할 지경”이라고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한편, 청와대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해당 사건과 관련해 “홍보수석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며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딴청을 부렸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 또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에 나눈 대화”라고 꼬리 자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KBS 보도 통제 파일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이날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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