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20년 넘게 ‘언론운동’에 매진했고 언론개혁을 위해 국회에 입성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끝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배정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일하는 국회’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진 셈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29일 오후 4시경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성을 마치고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 배정을 받아들이려 한다”며 “모든 노력을 다하고 최종 결과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본인의 호소가 간곡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추혜선 의원 측에 “더 이상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오후4시 17일간 미방위 배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추혜선 의원이 "더이상 개선이 어렵다"는 정세균 의장의 말을 듣고 농성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추혜선 의원실)

추혜선 의원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언론·미디어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으로 언론개혁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며 “미방위는 희망상임위의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약속이었고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었기 때문에 농성을 결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임위 재조정 등)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주신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우리당 원내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일로 경험한 소수정당의 한계가 안타깝고, 저를 미방위로 보내려고 헌신해준 시민단체와 미디어 현업인 여러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송구하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추혜선 의원은 “그렇지만 국회 원 구성을 하고 상임위가 배정될 때마다 불거지는 소수정당의 소외문제는 저를 마지막으로 끝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정의당에서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20인에서 5인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선수들이 다른 운동장에서 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이제 외통위 사안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농성을 지지해준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방송·통신 영역만큼 외교·안보·통일 영역에서도 전문성 넘치는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면서 “그 속에서 남·북한 간 긴장을 녹여 평화의 상징을 만드는 데에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을 거론한 뒤 “당당한 계승자가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추혜선 의원의 미방위 배정은 현실화되지 못했다”면서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국회 운영과 관련해 전문성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원내교섭단체들의 기득권이 우선 발휘되는 구조에 있다. 대단히 공정하지 못하고 자기 욕심만 챙겨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비인기 상임위의 비교섭단체 의석수가 인시 상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그 결과, 자타공인 언론전문가가 미방위로 가지 못하고 엉뚱하게 외통위에 배치됐다. 지구에서 살아야 할 사람을 화성에 보낸 꼴”이라면서 “추혜선 의원은 농성을 접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상황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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