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 6월 20일은 국제연합 UN이 2000년 유엔총회특별결의안을 통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의 날이라고 한다면 난민 관련한 행사들이 줄지어 열릴 것 같지만 본인은 아침 일찍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작년에 미디어스에 기고한 <세계가 울어버린 시리아 난민 아기의 죽음, 한국에는 없을까?>에서 언급한 시리아난민들이 여전히 인천공항의 비인간적인 구금시설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국가중에서 최초로 난민법이 통과된 지 3년이 지났고 유엔인권이사회의 의장국까지 맡고 있는 한국에서 왜 난민들이 계속 갇혀있어야 하는 것일까?

아침 일찍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멀리 여행을 가기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설레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난 연인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사람들까지 가득차 있었다. 사실 얼마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으로 인천공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이 들뜨게 된다. 하지만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1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는 인천공항 안에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서 입국할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송환대기실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심지어 송환대기실은 24시간 내내 전등이 켜져 있고 제대로 된 침구류와 세면도구도 구비되지 않으며 식사는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계속 먹어야만 한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임시상륙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출입국 공무원과 항공사 직원의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난민 혼자서 아무 도움없이 송환대기실을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천이주운동연대에서는 위와 같은 송환대기실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천공항안에서 1인시위를 계속 진행했고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경계에 갇힌 난민들에게 문을 열어라>라는 기자회견을 이주공동행동 등과 함께 열게 된 것이다.

기자회견에는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을 돕기 위해 2013년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헬프 시리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압둘 와합씨가 시리아 당사자로서 직접 발언을 하기도 했다. 와합씨는 시리아인들이 있는 해외 난민캠프를 방문했을 때를 언급하면서 왜 한국정부가 시리아 난민들을 인국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부끄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난민들이 계속 탈출하고 있는 현실이 어렵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한국정부가 하루빨리 시리아 난민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인천지방법원(행정2부)가 지난 6월 17일과 23일에 각각 19명과 9명의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을 6개월이 넘게 공항에 구금하고 있는 인청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가 위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3년 7월 1일 실행된 난민법을 통해 공항과 항만에서 난민신청이 가능해졌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이유 없이 난민불회부처분을 내리고 있고 이의신청도 거의 어려운 상태에서 장기구금을 하고 있는 것이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시리아난민신청자들은 여전히 송환대기실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출입국본부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고만 있다.

SNS상에 난민의 날 기자회견 사진을 올리자 늦은 밤 난민신청자로 G-1비자를 가지고 있는 한 이주노동자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출입국을 대상으로 지난한 법률소송을 하고 있는 그가 언제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냐고 묻는 말에 금방 될 것이라는 말을 차마 하기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다음날 허위이탈신고로 인해 비자가 박탈당한 이주노동자가 노동부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서투른 한국말로 나 언제 EPS 비자 돌아갈수 있냐고 묻는 말도 결국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앞으로 이주노동운동을 지속하는 동안 정확한 답변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겉으로 웃으면서도 속으로 미안함, 답답함, 화나는 마음을 계속 안고 살아가야 할것만 같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로부터 유령 취급을 받는 수많은 미등록이주노동자들과 난민신청자들이 하루빨리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추천곡은 <그날이 오면>이다. 이 노래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2010년 3월 13일에 열린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2] 조계사 공연을 추천한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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