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두환, 울산 북구의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의원직을 잃었다. 대법원은 이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한겨레신문 3월13일자 6면
이미 오래전에 예견될 결과다. 문제는 울산북구가 과연 ‘반MB전선’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함께 할 것인가이다. 특히 울산북구는 현대자동차와 하청업체가 밀집되어 있는 전형적인 노동자 도시이자 선거구다.

민주노동당이 16대 총선에서는 60여 표 차이로 한나라당 윤두환 전 의원에게 승리를 내줬고, 17대 때는 결국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이 승리를 거머줬던 곳이다. 한데 지금 북구에서 움직이는 정치세력들을 보면 솔직히 걱정된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싸움으로 3번의 총선과 재보궐선거를 치렀다.

지금, 그렇다면 울산 북구 상황은 어떤가? 한나라당과 맞서야 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와 더불어 ‘공동선거운동’이라는 합의는 상식이다. ‘진보운동을 위해서, 진보정치를 위해서’라는 슬로건을 앞에 붙이지 않아도,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보내 ‘MB악법투쟁’에 투입해야 한다.

청와대로부터 ‘청부입법’을 노골적으로, 아니 청와대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전락한, 비대여당 한나라당의 ‘무력정치’를 야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보내 막아야 하는 시점. 보궐선거 자체를 MB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중간평가로 승화시켜야 할 시점인데….

그런데 권영길 의원과 더불어 민주노동당 최초의 지역구 출신으로 이름을 올렸던, 비록 얼마 못가 의원직을 박탈당했지만 그 상징성이 여전한 현재 진보신당 소속 조승수 전 의원과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전국구 출신 이영순 전 의원의 남편인 김창현 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 등이 한치의 양보 없이 힘겨루기를 한다.

이미 울산 북구의 거의 모든 정치조직과 시민단체는 김창현의 민주노동당과 조승수의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쪼개져 중재할 수 있는 힘 있는 세력마저 사라진 지경.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아주 소수로 전락해, 의미있는 조정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후보 단일화의 방법론 하나하나가 이들 두 진영의 시비대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결국 이 상태로 가다간 한나라당 후보 민주당 후보 민주노동당 후보 진보신당 후보 등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아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을 후보가 절대강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만고만한 정당과 후보들끼리 서로 물어뜯어 생채기가 벌써부터 가득한 상황이다. 이미 지역의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 후보나 진보신당 후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70%가 넘는 유권자들이 후보 단일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마저 외면한 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현재 태도는 야당후보 난립도 불사하겠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진보진영을 갉아먹는 기생충처럼, 그들은 이전투구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지역의 유권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현지에서 후보단일화를 통한 반한나라당 전선, 반MB전선을 구축해 보려고 노력하는 적지만 열성적인 운동가들과 유권자들은 하루하루 애가 탄다.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결단이 현지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동안 서울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반MB악법투쟁에서 팔짱끼고 구경만 했던 저들이, 이제라도 깊은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전체운동의 발전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운동의 주체로, 지역민들의 신망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나’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싸워서 분열할 때가 아니다. 작은 차이보다는 화해할 수 없는 관계를 먼저 주목하고, 화해할 수 없는 저들 앞에서 단결하고, 단결을 위해 헌신하는 그런 모범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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