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고려대 강연이 또 다시 한차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날 강연의 두 가지 관전포인트가 있었는데, 하나는 입시학원 광고출연에 대한 신해철씨의 입장표명일 터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는 욕설강의다.

먼저 강연 중, ‘새끼 씨발 지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몇몇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신해철의 유명세’에 따른 가십일 순 있어도,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바’다. 신해철씨 욕설강의에 경고 하나를 준다면, 신해철씨 욕설강의 대서특필은 경고 10개를 줘야 할 만큼, 비판과잉이요 위선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조차 낭비임을 분명히 한다.

▲ 신해철씨의 모 사설 학원 광고 포스터
문제는 입시학원 광고에 대한 신해철씨의 발언이다. 신해철씨 강의를 현장에서 듣고 올린 글, 블로거 ‘이웃주민’의 글 “신해철 욕설 강연?…난 재밌게 들었는데”를 보면, 신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옛날 조상들은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셨는데, 저는 하도 욕을 먹고 살아서 이제 영생의 삶을 살 겁니다…요즘은 (입시학원 광고로 인해) 집중적으로 욕을 얻어먹다 보니까 영생의 길을 넘어 초능력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냥 저인 줄 알아주십시오.”

이 발언 이후 입시광고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입시광고 파문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서서, ‘욕 많이 먹어 영생의 삶, 초능력의 삶을 살 겁니다’로, 사교육 비판하면서 학원광고 출연을 비판한 사람들을 ‘웃기는 찌지리들’쯤으로 ‘조져’버렸다.

평소 사교육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출하던 신해철씨가 학원광고에 등장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 행각’이었고, 이를 비판한 사람들을 거의 찌리리쯤으로 여기는 신해철씨.

신해철씨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깊은 이유가 있겠지…하며 그 이유를 듣고 싶어 했고, 싫어하는 사람은, 이와 관련, 어떤 말을 해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주목한 강연이었는데. 그는 그냥 자신을 향해 비판한 모든 이들을 향해, ‘X도 모르면서 욕이나 하는 놈들’쯤으로 매도해 버린 것이다. 영생의 삶 초능력 운운하며.

신해철씨의 이런 발언을 냉정하게 비판해보면, 신해철씨에 대한 대중들의 과대평가가 신해철씨를 아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깊은 고민과 사유 없이, 감각적으로 세상을 향해 툭툭 던진 말들이 모이면서, 신해철은 ‘개념 있는 연예인의 상징’으로 비쳐졌고, 그 개념은 연예인이기는 하지만 사회비판의식으로 무장된 엘리트로 포장된다. 그간 신해철씨의 사회비판 발언을 살펴보면, 개념 있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술자리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신해철이라는 연예인이 했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신해철씨가 사과하거나 입장번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개념 있는 신해철’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된 것이다. 여기에 특유한 욕설을 섞은 독설이 ‘개념과 개성 융합 인간 신해철’로 포장된 것이다.

신해철씨가 가수로서보다 오히려 ‘개념과 개성 있는 연예인’으로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도, 한국 연예계가 갖고 있는 문화에서 기인한다. 연예인이 사회비판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표현하는 데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 동네 분위기가 일차적일 터.

또한 일반인들이 보는 연예인에 대한 고전적 시각이 있으니, 연예인은 ‘개념 없고, 머리 텅 빈 군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사회비판의 수준과 상관없이, 사회비판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라는 단순한 잣대로 비하하거나 지지하는 경향성을 짚어야 한다. 즉 신해철은 거의 대부분이 사회비판을 하지 않을 때, 툭툭 사회비판을 했던 연예인이었지, 툭툭해대는 사회비판이 얼마나 자신의 삶과 일치하고 있는지, 사회비판의 내용이 얼마나 깊이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부재했었다. 사교육을 비판하던 신해철씨가 ‘학원광고 출연’을 하기 전까지는.

말과 실천의 일치, 명실상부한 삶에 대해서 별로 고민 없던 신해철씨의 수준이 드러난 사건이 학원광고에 돈벌기 위해 출연한 것. 사교육 비판 따로, 학원광고 출연 따로, 즉 별로 상관없는 각각의 행위를 했을 뿐인데, 대중들이 신해철 본인을 비판하니, 신해철 입장에서는 ‘영생의 삶 초능력의 삶’ 운운하며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한껏 불쾌함을 표출한 것이다.

분석해보자면, ‘신해철의 이미지’ 즉 ‘개념과 개성의 융합 연예인 신해철’과 ‘인간 신해철’에 대한 괴리감은 신해철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해철의 이미지를 소비하던 대중들의 문제였던 셈. 인간 신해철은 대중들이 포장해 준 ‘개념과 개성의 융합 연예인’이 아니었던 것.

매스컴에 의해 포장된 ‘신해철 이미지’와 ‘인간 신해철’은 다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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