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의 영애씨가 돌아오셨다. 비주류적 취향 탓에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는 보지 않는 나에게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5>는 따뜻한 봄의 도래와 함께 안겨진 축복과도 같은 선물. 영애씨 없는 지난 3개월간, 나는 몹시 춥고도 외로웠다.

못생기고 뚱뚱한 탓에 외모지상주의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한없이 팍팍한 영애씨. 막돼먹은 대한민국에서, 막돼먹게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은 조금의 과장이나 미화도 없이 우리네 현실을 담아내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시도때도 없이 날아드는 그녀의 외모에 대한 모욕적 발언과 일상적 하대에도 그녀는 언제나(는 아니고 대체로) 꿋꿋하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사회의 모욕에 분노하면서 정작 자신도 주로 외모를 기준으로 남자를 평가하는, 불완전한 그녀의 고군분투 인생살이가 담긴 <막돼먹은 영애씨>의 ‘명장면 BEST 5’를 소개한다. 선별 기준은 필자의 감성, 취향, 개그 코드에 따른 것이므로 공신력은 없으며 기억력의 한계도 존재함을 미리 밝혀둔다.

No 1. 술에 떡이 된 영애씨, 짝사랑남 앞에서 오줌싸다

시즌2가 시작되면서 영애씨는 살이 더 올랐다. 짝사랑했던 꽃미남 후배가 자신을 불편해하자 많이 속상한 영애씨.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알코올뿐. 술김에 사랑을 고백했던 그녀는 술김에 공중전화부스를 화장실로 착각해서 들어가 오줌을 싸고 만다. 그녀의 노오란 그것은 짝사랑남 원준을 비롯해 길거리의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데, 먹은 술의 양이 많아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 방광의 억압에서 벗어난 영애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헬렐레 웃는데, 더이상 망가질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준 영애씨 연기는 대박이었다.

No 2. ‘샤뱡샤뱡’ 꽃미남과의 첫키스

가슴아픈 실연 끝에 ‘꽃미남 직장후배 원준의 여친’ 타이틀을 거머쥔 영애씨. 늦은밤 그녀의 집앞 골목길에서 맞이하게 된 그와의 첫키스. 언제나 가시밭길 인생이었던 그녀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찾아왔던 그 순간, 키스하는 영애씨만큼이나 시청자들도 기뻤다. 비록 원준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영애씨에게는 ‘나홀로 인생’이 또다시 펼쳐지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사랑에 빠졌던 그녀,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것을.

No 3. ‘돌아이’ 변지원, 그녀의 질펀한 모습들

덩어리 친구 돌아이. 월세 낼 돈은 없어도 12개월 할부로 보톡스 주사를 맞는 그녀는 심히 된장스러우면서도 푼수끼 넘치는 캐릭터다. 나이가 많지만 돈도 많아 사귀었던 사장 친구에게 갑자기 차인 돌아이. 그녀는 ‘이별 후유증’으로 많이 슬퍼하지만, 정작 보는 이는 숨 넘어가게 웃기다. 그중 압권은 노래방에서 정말 돌아이스러운 눈빛으로 왁스의 “오빠”를 부르는 장면. 평소 내숭떨기 마녀인 그녀는 술에 취해 가슴에서 휴지를 빼내며 춤추고 노래 부른다. 질펀하게 놀아제끼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더러운 집만큼이나 인간적이고 웃기다.

No 4. “나를 건들어? 당한 만큼 갚아준다!”

우리의 영애씨. 게으르니 아침 먹긴 글렀고,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샌드위치를 먹으며 걸어나오는데 골목길에서 막돼먹은 차와 부딪힐 뻔한다. 샌드위치에 골몰해있던 영애씨는 차에 깜짝 놀라는데, 된장스러워보이는 차 주인이 도리어 “아줌마, 앞을 보고 다니는 거예요?” “돼지같은 게, 아침부터 뭘 처먹다가 차도 못봐!!”라고 성질내며 가버린다. 한성깔 하는 영애씨는 아침부터 100미터 달리기를 하며, 차를 쫓아간다.

따지려고 쫓아가나 싶었더니 우리의 영애씨, 차 주인이 잠시 편의점에 들어간 사이 자기 몸만큼이나 큰 쓰레기를 집어들어 차안에 통째로 쏟아 넣는다. 이렇듯 그녀는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각종 노 에티켓맨들에게 언제나 처절한 응징으로 보답해주며, 각종 짜증스러운 일에도 되도록 참고 살아야 하는 소시민의 울분을 통쾌하게 해소시켜 준다.

No 5. 한심남 빡큐 “여자 사귄 건 네가 첨이라규”

애초 빡큐(영애 동생 영채의 남편, 본명은 혁규)는 굉장히 히피스러운 인물이었다. 인도를 떠돌다 돌아온 빡큐는 한없이 자유로운 정신세계의 소유자(로 보였으나 알고보니 그냥 철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 순위는 한때 자유로웠던 그에 대한 나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됐다.

그런 빡큐를 사랑하게 된 영채. 어찌저찌하여 사귀게 되지만, 왠지 영채에게 냉랭한 혁규. “자고 나니 싫증난 거냐”며 울고 돌아서는 영채에게 혁규는 뛰어와 숨이 찬 목소리로 고백한다. “여자 사귄 건 네가 처음이야. 뻐꾸기만 날려봤지, 누굴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

혁규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그의 진심이 전해지는 이 순간, 연애 초기에 주로 볼 수 있는 이런 모습들은 서툴지만 언제나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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