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에 대해 비판만 하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방통심의위가 대단히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심의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현실적 해결 방법이 있다. 미디어공공성포럼과 같은 곳이 민간자율독립기구를 구성해서 방통심의위와 마찬가지로 방송사업자에게 권고나 시정요구를 하면 된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미디어공공성포럼 주최 ‘방송심의인가, 방송검열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의 발언이다.

▲ 전응휘 녹소연 상임이사(왼쪽)와 백미숙 방통심의위원(오른쪽)
‘보수단체 대변인’ ‘정치심의’ ‘편파심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방통심의위 문제에 대해 전 이사는 ‘복수의 민간자율 독립기구 구성’이라는 대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전 이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동일 사안에 대해 방통심의위보다 인적 구성에서 중립적인 민간 자율 독립기구가 공정한 결과를 내놓으면 방통위도 처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 기구의 결과가 더 설득력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다”며 “이는 거꾸로 방통심의위가 편파심의를 하지 않도록 독려해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객석에 있던 백미숙 방통심의위원은 “(방통심의위와의) 건강한 경쟁이라는 면에서 필요한 지적이라고 본다. 방통심의위가 사회적 장치로서 건강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외부의 건강한 비판과 감시가 도움이 될 것”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통심의위 문제에 대해 △방통심의위 폐지 및 자율규제 전환 △좁은 의미의 공정성 심의제도 폐지 △‘소극적 심의’ 원칙 확립 △다양한 시민주체의 위원회 참여 등 구체적 해법들이 제시됐다.

▲ 왼쪽부터 박경신 고려대 교수,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기형 경희대 교수,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자신들이 ‘민간독립기구’이므로 자신들의 심의를 ‘검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사실상 관변기구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이 ‘민간독립기구’라고 주장한 다양한 사례에 대해 위원의 위촉 주체, 예산의 출처 등을 들어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방통심의위 폐지 및 자율규제 전환 △좁은 의미의 공정성 심의 제도 폐지 △‘소극적 심의’ 원칙 확립 등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좁은 의미의 공정성은 논쟁이 되는 사안의 양쪽 주장에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너무 커서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이에 대해 방송사들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며 “국가가 예산권과 임명권을 쥐고 있는 방통심의위는 공정성의 원래 목표인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심의의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어린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기구들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인적 구성, 체계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3명이상의 위원이 문제제기를 하면, 국민참여형 재판처럼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고, 정치적 개입이 최소화될 수 있는 단위에 판결을 맡길 수 있는 보완체계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역시 “방통심의위가 내린 결론들을 보면 언론학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민간 독립기구라는 위상과 달리 사실상 행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치 준사법기관과도 같다”며 “독일의 경우처럼, 방통심의위 내에 다양한 시민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실질적 행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원들에게 방통심의위 탈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 소장은 “논의기구가 행정 조직으로 전락했을 때 그 역할에 대한 판단은 본인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며 “방통심의위원에 대한 탈퇴 요구는 그들에 대한 사회적 무효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소장은 “문제의 핵심은 ‘정치심의’가 아니라 ‘행정심의’”라며 “방통심의위가 곧 확정할 ‘방송 공정성 심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학자, 방송사 기자·PD,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분석에 들어가 2004년 언론학회의 탄핵보고서처럼 활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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