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간판 프로그램인 <다큐프라임>이 보수단체들 중심으로 ‘이념편향’ 딱지 붙이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자유경제원이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에 대해 “EBS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타락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여기에 EBS 서남수 이사장 또한 “제작PD의 개인적 성향이 프로그램에 반영됐다”며 가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은 지난 15일 EBS이사회 간담회에서 벌어졌다. EBS 관계자는 “정식 이사회도 아니었고 EBS 인사에 따른 실무 국장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다”며 “그런데, 서남수 이사장이 먼저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에 대해 편향된 이념을 가지고 제작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른 EBS 복수 관계자들 역시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 화면

EBS 한 관계자는 “서남수 이사장은 ‘담당 PD가 자신의 편향된 이념을 프로그램에 투영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것은 공영방송 정체성은 물론 기능과 역할에도 맞지 않는다’, ‘계속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느냐’라고 말했다”며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한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또 다른 여권 이사는 ‘제대로 게이트키핑이 된 것이냐’라면서 서남수 이사장의 말을 거드는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야당 추천 한 이사는 서남수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특정 이념이 아닌 민주주의 일반에 대해 제작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반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서남수 이사장의 발언이 작심을 하고 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그는 “서남수 이사장이 당시 모친상(12일) 중이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며 “그런데, 직접 참석했고 EBS 신임 실국장단과의 상견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프로그램을 언급한 것을 보아 작심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남수 이사장은 오랜 공무원 생활을 해왔고 성격상 먼저 나서서 ‘정치적 편향’과 같은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낼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절차적인 문제도 없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은 교육다큐위원회의 검증을 통해 제작됐다. EBS 부사장과 본부장, 담당 부장단 회의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아이템이라는 게 EBS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결국 서남수 이사장이 극우·보수 성향의 인사 및 단체들의 EBS <다큐프라임> 흔들기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9일 <EBS ‘민주주의’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해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관련기사 : “EBS가 얘기한 민주주의는 타락한 민주주의”)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는 21일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을 내고 “군사 정부 시절 ‘보도 지침’을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2016년 공영방송 EBS에서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의 발언이 향후 EBS 조직 문화에 ‘자기 검열’이라는 부정적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문책성 조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인사 압박을 하거나 편성의 독립성·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스스로의 자격 없음, 편향성을 드러낸 행위로 규정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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