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동원과 영화 'M'을 둘러싼 언론,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지와의 '잡음'은 부산영화제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진행된 'M'의 기자회견장은 강동원이 근 1년 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친 자리였다. 당연히 언론의 취재 열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좁은 장소로 인해 언론의 비난은 영화제 측에 쏟아졌지만, 강동원도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인지했어야했다. 1년 만에 등장한 '스타'의 인터뷰를 욕심내지 않을 대중매체는 없었다. 결국 화살은 개봉을 앞두고 많은 인터뷰를 소화하지 못한 강동원에게 쏟아졌다.

스포츠서울은 <강동원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10월 22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문제는 이제 갓 스타덤에 오른, 그리고 여태껏 연기력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일부 새내기들의 어설프고 설익은 신비주의"라며 "제대로 된 연기를 미처 배우기도 전에 스타의 잘못된 몸가짐부터 먼저 몸에 익힌 경우로 해석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덧붙여 "아직 '깜이 안 되는' 배우의 문제인데 서로 괜스레 미안해질 법한 얘기는 꺼낼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며 강동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강동원과 영화 'M'을 둘러싼 스포츠지와의 '잡음'

▲ 스포츠서울 10월22일 기사
스포츠칸도 <M '그들만의 놀이터' 관객은 구경꾼?>(10월 24일)이라는 제목의 리뷰를 통해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원톱 주연 강동원의 연기력이 너무 부족해 감정선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강동원의 연기는 감정의 진폭이 너무 얕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중략) 가마에서 아직 제대로 익기 전에 꺼내와 색칠만 잔뜩 해놓은 그릇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강동원의 연기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리고 리뷰의 말미에 "강동원의 부족함을 이연희가 어느 정도 만회한다. 조연을 맡은 공효진도 기대대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이미 산으로 올라간 영화를 두 여배우가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M'이란 놀이동산 입장권을 구입할지 궁금하다"며 조롱했다. '강동원의 부족함을 만회할'만한 연기력의 소유자 이연희는 스포츠칸과 인터뷰를 진행했음은 물론이다.

언론과 스타의 힘겨루기는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스타의 권력화가 심화될수록, 매체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수록 다툼의 모양새는 더욱 우스워지게 마련이다. 작년 김태희와 영화 '중천'을 둘러싼 뉴시스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스타 배우와의 인터뷰를 성사한다는 건, 그 매체의 파워를 가늠하는 잣대다. 권력의 중심에 있던 스포츠지에게 이는 일종의 도전이다.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홍보대행사와 매체의 역학관계를 무시할 순 없지만, 보통 잡지 커버 촬영을 필두로 주요 일간지와 스포츠지, 무료신문과 인터넷 매체 순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배우와 소속사도 매체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마찬가지란 소리다. 매체의 자존심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언론과 스타 힘겨루기, 매체 늘어날수록 점입가경

하지만 스포츠서울은 10월 24일자 칼럼에서 강동원의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강동원측도 특정 매체의 인터뷰를 거부하지는 않았을 거다. 단순히 양측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배우의 인터뷰 스케줄을 관리하는 홍보대행사가 중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홍보를 위해 최대한 배우의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고 싶은 홍보대행사의 바람과 배우가 허락한 시간사이의 간극. 매체에게는 인터뷰를 잡아보겠다고 어르고, 배우에게는 인터뷰 시간을 좀 더 내달라고 달래는, 결국 그 간극을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에서 잡음은 발생하게 된다. 허나 그 줄다리기는 당연히 배우가 허락한, 부족한 인터뷰 시간에서 출발한다.

2주 전 강동원과 친분이 있는 사진기자를 통해 강동원의 매니저와 연락을 취했다. 인터뷰가 잡히기는 했으나 조건은 최악이었다. 강동원의 모교 명예기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라는 것이었고 사진 촬영까지 불가였다. 다른 매체도 사진은 자신들이 제공한 것만 사용한다면서 홍보대행사와 미리 이야기가 다 됐다고 했다.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해진 사진기자는 그것도 정말 힘들게 마련했다는 매니저의 전언 또한 잊지 않았다. 물론 매니저는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려는 매체는 차고 넘친다는 것.

▲ 스포츠칸 10월24일 기사
누구말대로 '신비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아니면 건강상의 문제 때문인지,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 (정확한 진위는) 모르지만, 유독 인터뷰와 관련한 잡음은 젊은 스타 배우들에게서 불거진다.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배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스타들을 다수 보유하며 권력화하는 추세에서 젊은 스타 배우들을 둘러싼 이러한 잡음들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강동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굳이 말하면 차단주의"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체와의 지면 인터뷰보다 방송이나 패션쇼 등의 공개행사에 대한 발언이었다. 영화사와 홍보대행사 직원도 모자라 이명세 감독까지 가세하여 강동원의 '건방짐'보다 '예민함'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인터뷰 자체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의 '예민함'은 아니기에 잡음은 수이 가라앉지 않았다.

인터뷰 할 매체는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이번 잡음은 'M'의 개봉 첫 주 스코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M'은 주말 관객 22만9919명을 동원하며 3위에 그쳤다. 전국 누계는 27만6336명이다. 2005년 개봉, 흥행에 참패했던 '형사 Duelist'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바르게 살자'의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보다 'M'의 부진에 포커스를 맞춰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결국 강동원에 대한 스포츠지의 불편한 심기와 조롱은 'M'의 흥행 부진이라는 두터운 갑옷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형국이다. 기사들은 이명세 감독의 불친절한 내러티브를 전제한 후, 흥행 부진의 원인을 강동원의 연기력 부족으로 몰고 갔다. 자극적인 제목은 당연했다.

스포츠칸은 <강동원 'M' 개봉 첫주 관객 '시큰둥'>(10월 29일)이라는 제목으로 "강동원의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즐기기에는 너무 난해한 구성이 일반 관객들을 불러들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한 원톱 주연을 맡기에는 너무 부족한 강동원의 연기력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 일간스포츠 10월28일 기사
일간스포츠도 <강동원, 'M' 부진으로 쓴맛>(10월 28일)을 통해 "강동원의 부족한 연기력도 흥행 실패의 한 축으로 대두된다. 돋보이는 외모를 가졌지만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지적이다. 입안에서 맴도는 웅얼거리는 대사와 평면적인 표정 연기 등 아직 한 영화를 책임지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평이다"라고 연기력을 지적한 뒤 "자본에 책임지려는 상업 영화배우의 마인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그는 입맛에 맞는 매체만 골라 소극적인 인터뷰 태도를 보이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놈 목소리' 홍보를 위해 예능프로 '놀러와'에 출연한 설경구, 매체 영향력을 가리지 않고 인터뷰에 적극적인 송강호가 왜 대형 배우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흥행 부진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언론의 스타 길들이기? 스타의 어설픈 신비주의?

스포츠지의 대처는 노련(?)했다. 그리고 결과도 좋았다. 'M'이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기사가 생산됐겠지만, 어찌됐건 그들의 뜻대로 'M'의 흥행 부진은 강동원의 연기력 부족 혹은 마인드 부족이 야기한 결과가 돼 버렸다.

<강동원의 'M', 관객평가 '극과 극'> <'M'에 쏟아지는 호평과 혹평, 왜?> 등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인터넷 매체들도 슬슬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동원 연기력 논란, '왜?'>(10월 29일 OSEN)처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의 사형수 연기로 호평을 받은 게 불과 1년 전 일인데 갑자기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다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동원의 억울함을 두둔하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강동원의 연기력에 대한 찬반 논란을 기획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언론과 스타,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이 두 권력의 사소한 싸움은 네티즌까지 가세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언론의 스타 길들이기? 스타의 어설픈 신비주의? 양쪽 다 의미없는 재생산이라는 게 문제다.

강동원은 연기를 못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그가 계속 주연배우로 캐스팅되는데 어떤 장애도 되지 못한다. 누구나 예상하듯 그는 여전히 CF 속에서 극강의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며 한동안 최고의 스타로 군림할 것이다. 연기력 부족이 한 영화의 흥행 부진에 대한 근본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 영화전문포털 '조이씨네' 서정환 편집장
우리나라에는 티켓 파워를 소유한 어떤 배우, 어떤 감독도 없다. 배우의 인터뷰 여부와 상관없이 연기력에 대한 문제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항상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배우 또한 흥행을 위한 홍보의 목적 외에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연기와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평가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의미 있는 재생산은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가능한 법이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은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세상의 빛을 온전히 볼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잡음으로 인해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그토록 이명세 감독이 사랑한 배우, 강동원 덕분이다. 이것도 'M'의 업보라면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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