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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으로 ‘강남역 사건’ 막을 수 있을까[토론회] 평등해야 안전하다–중첩된 혐오를 넘어 안전한 권리를 말하기
김수정 기자 | 승인 2016.06.14 19:28

5월 17일 새벽,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했다. CCTV가 달려 있는 상가 건물이었고, 남자친구와 동행해 있다 남녀 공용화장실에 가느라 잠시 혼자가 되었던 피해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표적이 되어 목숨을 잃었다.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고, 사회적 정서를 넘어 구체적인 피해로까지 연결된 여성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공감을 느끼고 행동으로까지 옮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사회를 들끓게 한 ‘강남역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수준에 머물렀다. 가해자가 조현병(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로 정신장애인들의 행정 입원을 더 편리하게 하는 등 핀트가 엇나간 방법을 ‘대책’이라며 쏟아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평등해야 안전하다-중첩된 혐오를 넘어 안전할 권리를 말하기> 토론회가 열렸다. <국가가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의 발제를 맡은 장애여성공감의 타리 씨는 지난 6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회 법질서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종합대책에는 △범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개선(비상벨 설치, CCTV 확충, 남녀 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 범위 확대 등) △정신질환 및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지원 강화(정신질환자 조기 발굴 체계 마련, 행정입원 요청 등 적극적인 경찰조치 실시 등) △재범방지를 위한 치료 및 관리 강화(치료감호기간 연장제도 적극 활용, 보호수용제도 도입 추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무관용 원칙, 연인 간 폭력 근절 TF 활용 등) △피해자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스마트 기기 통한 피해자 신변보호 및 심리치료 지원 등) △양성평등문화 조성(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양성평등 심의 조항 확대 등) 5가지 큰 갈래가 담겨 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평등해야 안전하다-중첩된 혐오를 넘어 안전할 권리를 말하기>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타리 씨는 우선 제2의 강남역 사건을 막겠다며 ‘해결’을 말하는 정부가, 정작 ‘여성 대상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타리 씨는 “경찰 발표나 정부 대책을 보면서 희생자나 피해자 모두가 국가에 의해 타자화됐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여성들이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고 그 얘기를 통해 대책이 나왔다”며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는 전사회적인 차원의 대책이 나오길 바랐으나, 주거 불상, 서비스업에서 알바하기도 어려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특수한 맥락에 있는 피의자에 맞춘 대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타리 씨는 “범죄예방 환경개선(CPTED) 사업은 결국 CCTV(확충)로 수렴되고 경찰조치 강화는 치안국가 형성의 의도가 다분하다. 비상벨, CCTV를 설치하면서 인구사회학적인 범죄 취약 요인에 대한 분석은 결국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치안 컨설턴트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가의 시장화, 치안의 시장화를 엿보게 하는 것”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을 치안 주체로 호명함으로써 시민적 권리보다 공공질서 유지를 더 중요한 가치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남녀 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 범위 확대와 같은 공중화장실법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상가건물 화장실은 해당 법 적용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남녀를 분리한다고 해서 범죄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없다. 오히려 문제의 책임을 성별분리 자체에 두는 것은 분리를 거부하거나 분리에 들어맞지 않는 이들 자체를 범죄화하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종합대책 중 가장 비판받았던 ‘행정입원’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정부는 정신질환 의심자가 흉기를 소지하거나 폭행을 할 것 같은 위험이 감지되면 긴급성을 인정해 응급입원을 시키고, 체포된 피의자가 정신질환으로 자해 및 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경찰의 요청에 따라 신병 확보 상태 그대로 행정입원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타리 씨는 “행정입원의 문제는 경찰이 요청한다는 데 있다. 자해 또는 타해로 인한 피해당사자의 요청이 아니라 국가가 판단하고 요청한다는 그 가능성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타리 씨는 이번 정부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엄벌주의’, ‘병리화’, ‘피해자 (선별적) 보호주의’로 요약했다. 타리 씨는 “(피의자를) 특정 대상, 계층으로 타깃화하고 치안을 위한 권한을 확대하는 점, 정신장애인 일반은 이번 범죄와 직접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합대책에 포함되어 이것만으로 ‘범죄화’ 효과가 일어나는 점, 왜 피해가 발생하는지 질문하거나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에 접근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타리 씨는 “현재 국가에서 증오범죄를 인정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가중처벌 외에는 별로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의 여지가 없는 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더라도 엄벌주의 효과만을 남길 우려가 있다고 본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차별하는 것에 대응하는 법이 차별금지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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