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영된 tvN <디어 마이 프렌즈> 10회에서, 결국 문정아(나문희 분)가 집을 나갔다. 그녀의 가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문정아의 남편 김석균을 말하자면, 문정아 없이는 한 시도 못 사는 사람이다. 김석균은 시도 때도 없이 아내 문정아를 찾는다. 혼자 해도 충분한 일인데, 시시콜콜한 것까지 아내가 다 챙겨줘야 한다. 그래도 예전에 약속했던 것처럼 세계일주를 간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럭저럭 살아줬을 건데, 구두쇠 짠돌이 꼰대 아저씨는 기어이 그 약속을 부정했다. 그래서 문정아는 집을 나갔고, 김석균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프렌즈>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여성이다. 김석균, 이성재(주현 분) 같은 노년 남성 캐릭터도 비중 있게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축은 60대 이상 여성들이다. 이들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폐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여자들이다. 평생 남편에게 맞고 살았지만 남편이 치매에 걸리자 애지중지 돌보는 오쌍분(김영옥 분)을 필두로, 남편의 바람으로 큰 상처를 받은 장난희(고두심 분), 말 그대로 말이 안 통하는 벽창호 남편과 살다가 화병이 나버린 문정아까지. 이 여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을 정도로 장대하고도 기구하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특별한 사연이 아닌, 그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부모와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들고, 가족을 위한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삶을 혹사시켜 온 여성들은, 자식들만이라도 자신의 삶을 이해해주길 원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런 어머니가 귀찮을 뿐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부모의 품을 떠난 자식들은 부모보다도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힘들고 어려울 때 마음 편히 기대고 의지할 곳은 부모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고, 그걸 알고 난 뒤는 이미 늦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지난 10회에서, 문정아는 그녀의 딸들에게 '가출'을 선언한다. 하지만 딸들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저 꼰대 아빠에게 지친 엄마의 푸념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런 아빠를 챙길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고 선을 긋는다. 엄마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는 딸들의 무심함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은 자신들과 다른 세상에서 자기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았던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를 하는 것이 더 이상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알고자 하는 일상적인 시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맹장이 터져버린 오충남(윤여정 분)의 사연처럼, 뭔가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 비로소 물꼬가 트이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게 딸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문정아는 '가출'을 통해 비로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문정아로서의 인생을 새롭게 찾고자 한다. 반면, 장난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딸 박완(고현정 분)이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면서 딸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딸은 엄마와 친구들의 삶 기록하면서, 그동안 잘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어른들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30대 박완이 어른들과 가깝게 지낸다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자식이나 젊은이가 아닌, 결국 그들과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또래의 친구들이다. 그래서 꼰대들은 더더욱 뭉쳐 다니고, 서로에게 있어 가장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렇게 또래가 아닌 젊은 사람들만 좋아했던 오충남도 비로소 '꼰대'들의 모임에 진정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박완은 그런 꼰대들의 삶을 하나하나 써내려 간다. 그리고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동안 몰랐던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눈물 나는 <디어 마이 프렌즈>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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