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발제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_한상희 교수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는 걸 증명하라는 것과 같다”_민주노총 박승철 부사무총장

9일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주의 파괴의 사각커넥션을 파헤치다>라는 제목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실체규명 및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 참가자들의 성토다. 이들은 어버이연합과 함께 국정원, 전경련, 청와대를 이번 사건에서의 ‘사각’ 커넥션으로 호명하고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버이연합 한 단체만이 아니라 그 같은 단체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로 인해 이득을 얻은 지배 권력에 대해 주목해야한다는 게 토론회의 요지였다. 특히, 검찰이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정원은 심리전단반을 만들어두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느 나라가 국민을 적으로 만들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이는 기본적으로 빨갱이나 종북좌파라는 담론 속에서 국민을 ‘체제에 순응하는 자’와 ‘저항하는 자’로 나누고 전자에 대해서는 집토끼처럼 보호하면서 후자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벌거벗은 인간처럼 만들어 살아도 죽은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진짜로 무서운 까닭은…”

한상희 교수는 “국정원이나 어버이연합 등 우익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등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그런 공포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겁을 주면서 위험을 동조하거나 야기할 우려가 있는 사람과 그 위험으로부터 피해를 볼 사람으로 국민들을 이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서 진보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북한에 동조해서 국민을 위태롭게 만드는 종북좌파니 처단해야한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면서 “그것을 바로 지배층의 안정적인 권력유지와 일부 재벌들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9일 국회에서 <민주주의 파괴의 사각커넥션을 파헤치다>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주최는 416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교과서국정화네트워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진보연대가, 주관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이재정의원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서 진행했다ⓒ미디어스

한상희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다른 국면도 나타난다”면서 “국정원이 빨갱이를 만들 듯 이제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많이 거두면 기업들이 3세계로 공장을 이사간다’는 수를 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들 역시 국가권력을 사유화한다”며 “그 전형적인 모습이 전관예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안에서 법 자체를 자기한테 유리하게 바꾸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게 어버이연합”이라고 진단했다. 어버이연합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뤄졌다는 얘기다. 활동영역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 찬성 등으로 확장 된 것 또한 이런 이유라는 지적이다.

“어버이연합이라는 말은 엄마부대라던가 그 주면 외곽단체들을 통칭한 개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87년 체제에서 만들어 놓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 사소한 균열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집회 현장에 가서 방해하거나 고함치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그러면서 돈 2만원 받아간 정도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태로 인해 집권세력이 얻는 이득은 엄청나다. 그것이 어버이연합이라고 하는 사소한 단위체가 아니라 그런 단위체를 존재할 수 있도록 하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에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그것이 진짜 무서운 것이다”_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는 어버이연합이 민주주의를 균열내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언론’과 ‘광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이 대표적으로 해체해버린 게 언론”이라면서 “공영언론을 국가가 장악해버리고 종편을 만드는 등 보수언론과 연합해버리면서 국민의 눈과 입, 귀를 가리는 행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요건을 강화한다던지 방통심의위를 통해 통제하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또 다른 통제 매체는 광장이다. 이 부분은 경찰과 경비 등에 의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어버이연합은 백색테러집단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다른 성격이 있다. 테러집단들은 자신의 주장을 위해 테러를 행사한다. 반면, 어버이연합은 일반국민들을 탈정치화 시키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악된 언론매체들이 ‘기계적 중립’이라는 이유로 어버이연합의 집회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조직한 집회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맞불집회가 벌어졌다’ 식의 보도가 되면서 일반시민들을 탈정치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보도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보수단체들에 의해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들을 보면서 ‘쟤들은 또 저래’라고 반응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얘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또한 “어버이연합은 언론매체들이 잘 받아줘서 커왔다”며 “공영방송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의 모니터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자사 방송뉴스를 분석한 결과 보수단체 입장이라면서 어버이연합 집회를 소개한 게 73차례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KBS, 최근 9년간 어버이연합 보도 73건) 반면,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 KBS와 MBC는 각각 1.5개, 1개의 리포트만 내보낸 것으로 집계(4월 17일~30일)됐다. 물론, 해당 리포트들 또한 ‘단신’으로 처리되거나 단순 사실 나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방송사들은 기계적 중립과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해명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기계적 중립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6000명이 모여 있는 대중집회 옆에 100명이 모여 있는 것을 두고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건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어버이연합 활동을 언론이 어떻게 키워줬는지 제대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의지 없다…국회가 청문회에 나서야”

토론회에서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이재화 변호사(전 민변 사법위원장)는 ‘누가 얼마의 자금을 지원했는가’, ‘배후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이재화 변호사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은 단순범죄가 아니라 국기문란이라는 중차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할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공안부와 특수부가 결합된 특별수사국이 신설되는 게 맞다”며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고소고발을 담당하는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자체가 검찰의 수사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특검 설치 및 청문회·국정조사 등 개최를 촉구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전경련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금을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것은 형법상 ‘직원남용죄’에 해당된다. 또한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집회에 맞선 ‘맞불집회’를 지시했다면 그 행위는 집시법상 ‘집회방해 교사죄’이 된다. 자금을 지원한 전경련과 실질적으로 행동에 나선 어버이연합 또한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경련 직원이 사회협력기금을 목적 외로 제공했다면 업무상 ‘배임죄’ 내지 ‘횡령죄’가 되고, 차명계좌로 거래된 만큼 ‘금융실명제법 위반죄’도 해당된다는 것이 이재화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어버이연합이 3년간 신고했던 집회 3500여건 중 금지통보를 받은 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반면, 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집회는 60여 건이 금지통보 받았다. 그 자체로 어버이연합이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단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버이연합 배후에 경찰 혹은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 윗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에서 어버이연합과 관련한 여러 커넥션 의혹들을 밝혀볼 것”이라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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