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일 오후 3시 이후 미디어법안에 대한 논의가 급반전되며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는 것으로 ‘극적’ 타결됐다. 그런데 의아하다.

당초 김형오 의장은 3월 2일 새벽 미디어법안에 대한 분리처리를 통해 ‘신문법’, ‘방송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4개월간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고 ‘디지털전환법’과 ‘저작권법’은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는 입장을 중재안으로 여야에 제안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중재안의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입장발표가 있자마자 김형오 의장은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 오늘 본회의에서 미디어법을 포함한 15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했고, 민주당은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표결 처리’를 수용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이 논의기간을 4개월에서 100일로 줄이자고 하자 이마저 덥썩 받았다.

어제 1일부터 오늘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미디어법안의 운명은 이제 다시 100일 이후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법안에 대해 여야의 합의가 있던 오늘, 황당한 것은 국민이었다. 네티즌 권대근씨는 극적 타결을 두고 ‘그들의 생각’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평했다. “한나라당, 토론 하든 말든 투표하면 172석인데 우리 뜻대로 되니까 100일정도 기다려주지”, “민주당, 82석으로 무슨 수로 막으란 말야, 멍청한 국민들. 우리는 할 만큼 했어. 100일 동안 노력을 해보자”, “청와대, 미안하다 조중동 대기업님들. 100일만 기다려줘. 어차피 토론할 때 반대주의들 못들어오게 하면 돼”.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것은 ‘100일 후 표결처리’에 합의한 민주당에 대한 불신론이었다.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보다도 확연히 두드려졌다.

네티즌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

박종흠씨는 “민주당이 지지율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모습에 있는 것”이라며 “100일 후에 표결처리할 거면 애초부터 싸우지나 말지”라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도 지금의 강단으로는 절대 전통적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지도부를 갈아치우든 당 체질을 확실하게 개선하든 뭔가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민주당의 허물어진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간 거대 여당 의석수에 밀려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의석이라 ‘그래, 그 정도 폭력 이해는 간다고 생각했는데…’”라며 그동안 민주당에 대해 지지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

진재석씨 역시 “100일 후에 그냥 주겠다는 거네”라며 “애당초에 미디어법은 협상이란 단어가 맞지 않다. 21개 중에 하나라도 통과되면 안 되는 건데. 차라리 직권 상정하든 말든 그냥 끝까지 반대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공감을 사고, 지지율 올리는 기회였는데 딴나라하고 다른 게 뭐냐”라며 민주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다르다면 100일 후 딴나라처럼 뒤통수나 제대로 한번 갈겨라”라며 민주당의 ‘선전’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바람따라’라는 네티즌 역시 “용산시위대와 언론노조를 동네 양아치로 만든 민주당~~”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용산시위대 밟고 언론노조 치고 니네가 얻은 게 뭐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한 ‘폐하’라는 네티즌은 “민주당의 표결처리 100일 연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이라며 그 답을 ‘조삼모사’라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동정여론도 눈에 띄었다.

‘위즈’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국정 경험이 있는 민주당의 현명한 선택으로 보입니다”라는 글에서 “아쉬운 게 없진 않지만 다 그 길로 가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며 “민주당에게도 파국으로 가서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재집권 후를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change’이란 네티즌도 “100일간 시간을 번 것은 잘한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나마 다행이라 평가했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표결처리가 이루어지면 통과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100일 동안의 시간 속에 몇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일 수 있으며 4·29 재보궐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네티즌 자책론에서 “4.29보궐선거 잘하자”

인터넷 상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론과 더불어 자책론도 올라오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에게 172석을 준 것을 국민들이라는 반성이다.

김재완씨는 “이게 다 우리 국민들이 자초한 일입니다”라며 “한나라당에 그렇게 몰표를 주니 솔직히 이렇게 당해도 할 말이 없지요. 제발 다음 대선이나 총선 때는 정신 좀 차립시다. 다들”이라는 입장을 올렸다. 이러한 자책에 이어 4·29 보궐선거 때 투표를 잘하자는 의견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박별씨는 “4월에 있는 재보궐선거 열심히 참여합시다!”라며 “막나가는 한나라당 욕만하면 머합니까! 실천을 해야지 투표도 안하고 입으로만 어쩌고 저쩌고…. 야당의석을 어느정도 뽑아줘야 견제도 하고 논의도 해가면서 국정운영하는 거 아닌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제 더 이상 민주당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는 합의해준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양분됐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미디어법안이 통과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일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4·29보궐선거에서의 투표에서부터 한나라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제 따뜻해지고 있다”며 다시 거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바로 “이제 더 이상 민주당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네티즌들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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