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여야 합의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은 피하게 됐으나 총파업에 나섰던 언론인들은 합의안을 ‘기만책’으로 규정, 앞으로도 투쟁 대오를 유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2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6차 대회’에서 최상재 위원장은 “12월에 이어 이번 2월 국회에서도 우리가 다시 한번 일어서서 미디어관련법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를 막아냈다. 이것은 분명 또 한번의 승리”라면서도 “이번 승리는 독이 함께 들어있다. 여야 합의는 정부여당과 김형오 국회의장까지 총동원돼서 소수야당을 힘으로 압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약 4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진행된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4천여명이 참석했다 ⓒ송선영
최 위원장은 “6월까지 시한을 연장하는 것일 뿐 정부여당은 지금 발의된 법안 그대로 통과시키려 할 것으로 판단한다. 계속 파업대오를 유지하는 등 언론악법을 폐기할 때까지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앞으로 100일동안 전국의 언론사들이 모두 일어나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고발해, 반드시 미디어악법을 폐기시키자”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언론노조 소속 지본부장들은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제 MBC본부장은 “직권상정을 일단 막아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100일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한 뒤 표결처리한다는데, 이는 한나라당의 수명이 오늘밤에서 100일 이후로 연장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끈질기게 뚜벅뚜벅 걸어나가자”고 밝혔다.

심석태 SBS본부장은 “한나라당이 김형오의 중재안을 끝까지 거부한 이후, 최고위원들이 김 의장을 호텔로 불러서 김형오를 협박해 (중재안을) 뒤집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100일 동안 한나라당의 선전선동에 절대로 놀아나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며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 지분을 0%로 낮추겠다며 이를 대단한 양보처럼 말하면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을 밀고 나가겠다고 하는데 당장 말장난을 집어쳐라”고 비판했다.

▲ 왼쪽부터 박성제 MBC본부장, 심석태 SBS본부장, 노종면 YTN지부장, 이정원 아리랑국제방송 지부장, 양승관 CBS지부장 ⓒ곽상아
200일 넘게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노종면 YTN지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해직 언론인입니다. 낙하산 하나가 YTN에 투하되더니 6명이 해고되고, 수십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미디어악법이 통과되면 여기 계신 분들 상당수가 해고, 정직 등의 징계로 고통받으며 살든지 짝퉁 언론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해직언론인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내 이해관계만을 따진다면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이 출범해서 나 노종면을 스카웃해가라고 해야겠지만 그렇게 살진 않겠습니다. 왜? 그건 아니니까.”

정영홍 EBS지부장은 “EBS는 방송기관을 넘어서 교육기관이다. EBS가 멈추면 우리나라 수능 등 입시제도가 마비된다”며 “정부가 또다시 미디어악법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고등학생들을 독재국가에 편입시키겠다면 EBS는 언론노조 깃발 아래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보협 한겨레신문지부장은 “정확히 100일 뒤면 내 생일인데, 그날 여의도에서 MB악법을 막아냈다는 자축잔치와 함께 내 생일잔치가 열린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린다”며 “오늘 신문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 내부적으로 어려워서 그렇다. 그들의 마음도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한 개라도 의석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노중일 OBS희망조합지부장은 “방송사에 MB특보 바이러스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했다. 저질스러운 MB특보 바이러스는 겨우 첫돌을 맞은 OBS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지난 3년간 길거리에서 경인지역의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희망조합은 젖먹던 힘을 다해 싸우겠다. 100일 뒤 MB정부가 언론악법을 다시 상정시키려 획책한다면 희망조합은 제작거부에 돌입한 뒤 다시 나오겠다”고 밝혔다.

황성철 신임 지역방송협의회의장은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에 대해 “한나라당은 단순하게 ‘공영방송은 수신료로만 유지돼야 한다’고 무식한 소리를 하는데, 서구 대부분의 공영방송은 KBS처럼 수신료와 광고로 유지된다. 공영인지 민영인지 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는 것인데, 정부는 초등학생도 이해하지 못하는 논리를 가지고 방송사를 협박하고 있다. 차라리 MBC한테 ‘조중동MBC’가 되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그나마 더 낫겠다”며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재벌과 정권의 검은 커넥션 때문인데, 과거 노태우 정권이 잘나가던 한국이동통신을 SK에 넘겨서 어떻게 됐느냐. 이동통신 요금이 내리거나 고용이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계약직 사원만 늘었고, SK만 배불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날 결의대회는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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