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안이 김형오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 될 것이냐 혹은 아니냐’로 3월 1일 국회에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일단 어제 1일에 있었던 상황에 대한 팩트만 보자.

▲ 3월 2일 경향신문 1면기사

3월 1일 3국면으로 변화, 국회 상황은 이러했다

◇ 3월 1일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 미디어법안 관련 직권상정 가능성 시사 : “오늘 협상이 안 되면 사실상 안 되는 것이다.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협상을 해야한다. 만약 안 된다면 내일은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 협상 불발로 직권상정이 불가피해질 경우, 이는 여야가 자초한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의 강경한 선명성을 내세우려고 하다 자신들이 가장 큰소리친 부분을 잃게 될 것이고, 여당은 직권상정으로 인한 향후 정국 경색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여당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야당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이것을 직권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 오후 2시는 본회의 시작이기 때문에 그때는 안 된다. 오늘 중 밤을 새워서라도 타결해야 한다.”(오전 9시 10분에 송고된 연합뉴스 기사 인용)

당시 여야는 모두 논의테이블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상황. 김형오 의장은 미디어법안 직권상정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한편, 한나라당에게는 ‘직권상정’으로 정국 경색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여야 대표단 3시, 6시, 9시 세 차례 회담 진행했으나 진전 없이 결렬 : 여야는 임시국회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비롯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사회개혁법안 등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 이는 김형오 의장은 3월 2일 오후 2시 본회의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알려진 것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주면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참여를 불허하는 수정안을 내겠다. 쟁점은 미디어 관련 법안의 처리시한을 못 박을지 말지의 한 가지로 좁혀졌다. 우리는 처리시안을 분명하게 못 박자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우리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상임위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8월말까지 무조건 처리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일방통행의 언론관계법 처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회담은 결렬됐다. 미디어법안 처리 시점을 정하느냐 정하지 않느냐는 좁혀 질 수 없는 쟁점 중 쟁점인 사안이다. 사실상 처리 기한을 정해놓으면 사회적 논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잘 될 턱이 없지 않은가. 어차피 나중에 표결처리해버리면 끝나는 것이니.

◇ 김형오 의장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장 회담 긴급 소집’ 중재안 제시 : 김형오 의장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은 오전의 미디어법안 직권상정과는 꽤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김 의장의 중재안은 먼저 2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사항인 미디어관련법 중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을 국회 문방위 산하 사회적 논의 기구 두어 4개월간의 논의를 진행한 이후 6월 국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제출한 ‘디지털전환법’, ‘저작권법’ 등은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하는 등 쟁점이었던 미디어법안을 분리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경제관련법안 역시 쟁점법안에 대한 분리 처리를 제안,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관련 법안은 4월 임시 국회로 미루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은 오늘 3월 2일 본회의에서는 합의 처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3월 1일 밤 1시 30분부터 새벽 1시 20분까지 진행됐고 김형오 의장은 “선언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면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평가했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나는 이야기만 들었지 의견을 모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실제 각 당의 추인절차만이 남은 상황이었으며 오전 10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이것이 3국면으로 시시각각 변한 3월 1일의 국회 모습이다.

조선·중앙일보 기자는 그 시각 놀았나?

▲ 3월 2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그러나 이상하게도 3월 2일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만 김형오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줄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신문의 보도시점은 여야 대표단 회담이 결렬된 것에서 멈춰져 있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김 국회의장 ‘여야 합의 안하면 오늘 직권상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 가장 민감한 부분이 ‘재벌에게 방송 줄래’라는 정서라며 ‘국회의장 입장에서도 MBC 등 지상파 방송에 대기업이나 신문사가 진출하지 않는 중재안이라면 직권사정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한나라당이 얼마나 양보하고 있는지만을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도 1면에서 “대기업, 지상파 참여 못하게 할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희태 대표는 회담에서 방송법과 관련해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을 20%까지 허용키로 한 원안 대신 0%, 즉 지분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겠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며 여야 대표 회담소식을 전했다. 이 역시 ‘한나라당이 이만큼 양보해서 수정안을 내어 놓았는데…’라는 논지이다.

▲ 3월 2일 중앙일보 1면기사
다만 중앙일보는 “오후 10시30분 김형오 국회의장은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의장실로 불러 직접 중재에 나섰으나 협상은 2일 새벽까지도 진통을 거듭했다”고 전하며 “이에 앞서 김 의장은 1일 오전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협상을 해야 한다’며 ‘협상이 안 되면 내일엔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직권상정을 강조했다.

그에 비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한겨레는 김형오 의장의 중재안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방송법-신문법 4개월간 논의” 기사에서 “여야 지도부가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 처리 문제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면서 이견이 큰 4개 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 추진기구’를 만들어 4개월간 논의한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다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다’를 ‘표결 처리한다’로 바꾸자로 주장했다”며 2일 오전 최종 결정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역시 “김형오 ‘신문·방송법 6월이후 처리’”라며 “여야 협상대표도 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보여 임시국회 입법처리 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알렸다. 또한 “김 의장의 이 같은 제안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등을 통한 충분한 논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민주당 등 야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즉각 김 의장의 제안에 대한 수용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1면에서 “김형오 의장 ‘방송법 6월이후 처리’ 중재”라며 “여야는 2일 이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난 의견을 모은 적도 없다. 날 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도 전했다.

김형오 의장의 중재안이 나온 시각은 새벽 1시 20분경. 당시 국회에 있었던 <미디어스> 기자들에 의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이 기사가 빠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조선·동아일보의 이 기사는 민망해!

▲ 3월 2일 조선일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야 당직자, 여 의원 폭행” : “어제 1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장 앞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민주당측이 반발,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들에게 목을 졸리는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면에 사진기사 역시 차명진 의원이 목 졸리는 사진을 그대로 실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떠밀려 허리를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1면에서 서갑원 대표의 부상은 ‘한편’으로 한 단락으로만 정리됐다. 누가 보더라도 편파적 보도다.

◇동아일보 사설 “‘언론노조’는 언론계 대표가 아니다” : 동아일보는 “언론노조는 각종 사회적 이슈에서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세력인 것처럼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KBS 노조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신문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신문사 노조들은 언론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서 “총파업 지침이 내려진 이후 1일 현재 언론노조 측이 밝힌 파업 참여 언론사는 2개사뿐”이라며 부실한 파업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이미 MBC·CBS노조를 비롯해 28일 SBS·YTN·EBS·아리랑TV 노조와 KBS PD협회 등이 파업에 동참할 것을 밝힌바 있다. 동아일보 사설에서는 ‘3월 1일 현재’라고 했지만 말이다. 조금만 관심가지고 확인했더라면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을.

▲ 3월 2일자 동아일보 사설

또한 동아일보는 윤석민 서울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또다시 인용해 “방송의 여론 지배력은 신문과 포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그런데도 언론노조는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되면 주요 신문이 여론을 독점한다고 거짓 선동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정말 안타깝다. 이 논문에 대해 조준상 미디어공공연구소 소장은 “통합적인 여론점유율을 산정하는 데 윤 교수가 동원한 기법과 계량화는 첫 시도에 해당한다”며 “첫 시도인 만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몇 가지 진지한 유보를 달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중동 방송으로 여론다양성 높아진다고?)

이러한 동아일보의 기사는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제자리걸음하도록 만들 뿐이다. 이에 대한 이 반론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또다시 인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논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조중동 전화 한통화만 해봤어도…

3월 2일자 조중동. 그만한 인력과 정보력으로 타 언론매체 보는 것이 얼굴 팔리지는 않는가.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 누락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언론노조 총파업을 사실까지 왜곡하며 폄하한 동아일보. 그리고 똑같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 다친 것만이 안쓰러운 조선일보.

이들이 보여준 오늘의 보도는 동아일보에게는 미안하지만 언론노조가 정말이지 총파업을 제대로 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해준 것과 다름 아니다. 신문·방송 겸영과 종편채널로 방송에서 이같은 보도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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