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 도어 수리 작업 도중 사고로 숨진 김 군의 사연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부분별한 ‘외주화’와 하청노동자들의 기본권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조속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 매체들의 보도는 근본적인 문제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김 군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노보 제224호에 <스러진 소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 우리는 고개를 들 수 있나?> 제목의 자성적 비평의 글을 게재했다. SBS본부는 “SBS는 최근 며칠 간 김 군의 희생을 둘러싼 원청-하청간 외주화 문제와 원청 퇴직자의 밥그릇 지키기 등 문제점들에 대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언뜻 보기엔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SBS의 속살은 전혀 다르다”고 우려했다.

SBS '8뉴스' 5월 30일과 1월 13일자 리포트 캡처

SBS본부가 문제를 삼은 대목은 김 군에게 고통을 준 노동조건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왜곡된 노동구조를 양산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SBS본부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과 관련해 “청년단체들이 임금 수준을 낮추고 비정규직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법이라고 거세게 저항해왔던 법안”이라며 “하지만 SBS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련법 개정 압박 시도를 앵무새처럼 중계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고 지적했다.

SBS <8뉴스>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기간제법 뺀 노동 4법이라도..”> 리포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기간제 법안은 중장기 과제로 넘길 테니, 나머지 4개 법안은 이달 국회에서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기간제법’이라면서 노동계와 야당이 <파견법> 또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교묘하게 가린 셈이다. <파견법>에 대해서는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법”이라고만 표현했다.(▷관련기사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만 각본대로?…‘뉴스’도 의심 수준)

SBS본부가 지난해 9월 이후 <8뉴스> 큐시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노동관련법 개정 관련 뉴스는 총 79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59건(약 75%)의 리포트는 청와대와 정부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에 불과했다. 해당 리포트들은 “(박근혜 대통령의)간절”, “호소”, “기득권 저항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등 자극적인 어휘를 선택하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한 리포트는 6건(8%)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비판적 시각으로 제작된 리포트는 9건이었다. SBS본부는 “(그마저도)비판적 시각으로 제작된 리포트들은 모두 개별 현장에서 벌어진 사례들로 노동시장 구조와 정부 정책 방향의 문제를 파고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결과적으로 SBS뉴스는 각론에서는 개별 노동자들의 피해와 희생을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서 안타까워 하지만 총론에서는 더 많은 사회적 차별과 희생을 배태할 가능성이 있는 법 개정을 옹호하는 심각한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군의 죽음과 권력과 자본의 나팔수 같은 우리의 노동관련법 보도가 과연 양립할 수 있는 문제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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