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재개했다. MBC노조를 시작으로 줄줄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지난 연말연시 방송가를 뒤흔든 재방 사태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뒤이서 KBS PD협회도 3월2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다고 하니, KBS <미디어비평>의 이번 주 방송(2월27일분)이 궁금해졌다. 더욱 강도 높은 파업이 예상되는 언론노조 2차 총파업. 새로운 사장 취임 이후 <미디어포커스>에서 이름을 바꾸어가며 살아남은(?) ‘미디어 감시 프로그램’ <미디어비평>은 이번 2차 총파업을 어떻게 다뤘을까.

▲ 언론노조가 2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언론관련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5차대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이날 <미디어비평>은 ‘일제고사’ 보도, ‘막장 드라마’ 논란 꼭지를 내보낸 뒤, 마지막 꼭지인 ‘취재현장’에서 ‘미디어 관련법’ 직권상정의 순간’을 방송했다.

▲ KBS <미디어비평>의 2009년 2월 27일 방송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관련법 22개를 지난 25일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직권상정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고 위원장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직권상정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고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부른 미디어관련법 기습상정의 순간, 보고 판단해보시죠.”(2009년 2월27일 <미디어비평> 방송분 중)

진행자의 코멘트에 이어, 지난 25일 오후 국회 문방위 회의실 장면이 나온다. 고 위원장의 기습 직권상정 발언과 야당 의원들의 항의, 몰려든 기자들의 카메라와 아수라장의 현장이 2분30초간 방송됐다. 그리고 다시 화면은 진행자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째가 시작됐습니다. 언론들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정치권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소통, 대화 이런 말들인 듯 한데요. 미디어 관계법 직권상정으로 대화가 또 단절됐습니다. 앞으로 1년 뒤에 또다시 국민과의 소통이 화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미디어비평,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2009년 2월27일 <미디어비평> 방송분 중)

4분이 채 안되는 분량으로 미디어법 직권상정과 언론노조 총파업을 담아낸 이날 <미디어비평>의 기획의도는 무엇일까. 미디어법 상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과 진실공방, 이를 대화 단절로 걱정하는 <미디어비평>의 태도는 여러모로 아쉽다.

▲ KBS <미디어비평>의 2008년 12월 26일 방송
지난해 1차 총파업(12월26일) 당시 <미디어비평>은 ‘[뉴스 in 뉴스] 언론노조 총파업…격랑 속 언론계’에서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경과 미디어관련법 처리 논란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고, 방송/신문 매체별 보도 태도를 비교하면서 찬반 여론을 전달했다.

“이번 언론관련법에 대해선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당내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거 아니냐 또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에 부작용이 클 것이다. 이런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서 이번 언론파업이 장기화될지 여부는 한나라당 법안 재검토 여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2008년 12월26일 <미디어비평> 방송분 중)

이후 지난 1월6일 여야 합의 처리를 약속한 합의문 채택으로 언론노조 총파업도 중단됐다. 시민사회단체의 사회적 합의기구 요청이 높아갔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된 지난 25일 합의문은 효력을 잃고 국회 문방위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무리하게 날치기 됐고, 언론노조는 다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조중동 등 신문들은 연일 지면을 통해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며 ‘미디어법 본회의 직권상정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포커스>는 ‘기습 직권상정 시도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말고, 이 장면이 언론계에 미치는 엄청난 파장에 대해 보도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여당의 분위기로는 ‘1년 뒤에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비평>이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재개하게 만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 참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날치기하자는 여당의 기세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다뤘어야 하지 않은지.

어쩌면 이날 <미디어비평>은 그간 안팎에서 비판해온 ‘KBS 뉴스의 굴욕’을 재현한, 고도의 눈치채기 어려운 ‘자사 비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관련 기사 : ‘직권상정 보도, KBS ‘뉴스9’의 진짜 굴욕’)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