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체급 석권에 빛나는 ‘세기의 복서’ 매니 파퀴아오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설이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28일 “파퀴아오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복싱 -64kg 와일드카드(주최초청선수) 출전기회를 사양했다”며 “브라질 원정 대신 오는 6월30일 시작하는 필리핀 상원의원 임기에 집중한다”고 보도했다.

파퀴아오의 리우 올림픽 출전설은 지난 25일 ‘USA투데이’가 지난 25일 “파퀴아오가 ‘필리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이 원한다면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다’는 말로 리우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세간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4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티모시 브래들리와의 세계복싱기구(WBO) 인터내셔널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것을 끝으로 현역 프로복서로서의 생활을 마감한 파퀴아오가, 올림픽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 © AFP=News1

보도에 따르면 파퀴아오는 은퇴경기를 치렀지만 리우올림픽에는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는데 그 이유는 필리핀이 아직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없기 때문. 아직까지 올림픽 금메달이 없는 필리핀을 위해 파퀴아오 자신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조국 필리핀의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올림픽 복싱을 관장하는 국제복싱연맹(AIBA)의 정관이 바뀌어 올림픽에 프로 선수의 참가가 가능해질 경우, 파퀴아오는 올림픽 예선 없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BA는 이달 말에 열리는 총회에서 프로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회칙을 개정하는 안건을 상정해 투표에 부칠 예정인데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역시 AIBA 우칭궈 회장이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AIBA는 지난 2011년부터 자체적인 프로리그인 APB를 추진했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세계 상위 랭커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프로복싱 단체들이 반발했지만 AIBA는 꾸준히 프로화를 진행시켜 왔고, 성인 선수들이 착용했던 헤드기어를 벗기는 등 제도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우칭궈 회장은 지난 2월 24일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최고의 복서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길 원한다. 프로 복서들도 제한 없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 © AFP=News1

이와 관련, AIBA는 당시 회원국들에게 프로 복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으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AIBA 집행위원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AIBA의 희망대로 세계적인 프로복서들이 리우 올림픽 무대에 서려 하겠느냐는 것.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기존 메이저 프로복싱단체들은 각자 단체에 상위 랭커로 등록된 복서들이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 복싱 단체에서 챔피언 타이틀과 거액의 대전료를 기대할 수 있는 경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올림픽 무대에 서려는 복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돈이나 챔피언벨트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프로 복서들의 입장에서 체급이나 경기 룰, 채점 기준 등이 프로 경기와 차이가 있는 올림픽에 출전해 공연히 의외의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비록 은퇴한 복서지만 파퀴아오 같은 복서가 올림픽 출전의 뜻을 내비쳤다는 것은 AIBA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은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올림픽 출전 시사에 관한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파퀴아오의 올림픽 불참 보도가 나오면서 파퀴아오의 리우올림픽 출전설은 3일짜리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상황이다.

파퀴아오의 올림픽 출전 언급에 관한 보도가 나간 지 불과 3일 만에 상황이 종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파퀴아오의 올림픽 출전 보도 해프닝은 유명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바라는 AIBA 측에서 ‘자가발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다.

이대로라면 리우 올림픽 복싱은 이전의 올림픽 복싱과 다를 바 없는 경기들이 펼쳐질 것이 확실시 되고, 그렇게 되면 올림픽 내부에서 복싱의 위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 이에 초조감을 느낀 AIBA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파퀴아오의 발언을 ‘홍보’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쨌든 파퀴아오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프로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파퀴아오의 올림픽 출전 보도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던 AIBA는 다시 원점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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