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위반 등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국제기구 평가에서 A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 24일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lobal Alliance of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GANHRI) 등급심사 승인소위원회는 인권위 등급심사 결과 A등급을 유지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현재’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인권위공동행동)은 26일 성명을 통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구 ICC)는 2014년 3월과 10월, 2015년 3월에 걸쳐 인권위 등급심사 결정을 보류했다”며 “이 같은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등급심사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는 인권위가 정부에 의해 독립성이 훼손되고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원이 되면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는 8일 오전 청와대에 인접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약칭 ICC)의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인권위공동행동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승인소위는 인권위와 관련해 위원들의 인선에 시민사회를 참여시켜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하도록 권고해왔다”며 “그러나 정부와 인권위는 실효성 있는 인선절차 마련을 하기 보다는 등급심사에서 등급이 떨어지지 않기 위한 형식적인 법 개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에 우리는 인권위의 등급을 A등급으로 유지하는 것에만 신경 쓴 엉터리 인권위법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꼼수로 인권위가 A등급을 유지하더라도 그것은 인권위의 변화를 담지 않기에 의미가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승인소위는 인권위법 개정을 근거로 인권위와 한국정부의 노력을 인정해 등급을 유지했다고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인권위는 앞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승인 소위원회로부터 A등급을 통보받았다”며 “권고 이행을 위한 인권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링크)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의 A등급 결정문에는 △인권위법 개정, △인권위원 선출 절차에 관한 인권위 내부 규정 신설, △광범위한 참여를 위해 인권위원 선출·지명기관과 협의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하지만 인권단체들로부터는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비판받았던 지점들이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법이 개정된 후에도 새누리당을 공식적인 인선기구를 만들거나 광범위한 인선절차를 통해 인권위원을 추천, 임명하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개정된 인권위법의 여성할당제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인권위법 개정은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와 인권위원의 인선절차의 투명성,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의 A등급 유지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인권위의 민낯을 가린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3월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서 고령화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ging)의 의장이 됐기에 쉽게 등급하락을 결정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A등급유지는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라기보다는 인권위다운 역할을 하라는 제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는 이제라도 환골탈퇴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인권위원 지명권이 있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은 승인소위의 권고대로 ‘독립 선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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