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이슬람 반대를 표방하는 정당을 용인해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4·13총선에서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던 기독자유당이 그 대상이다. 기독자유당은 2.64%의 정당득표를 얻어 국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기준은 넘겼다. 사회 한 계층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집단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4일 3195명의 시민들과 6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에 기독자유당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독자유당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성소수자와 무슬림, 이주민 당사자들과 가족들도 진정에 동참했다.

“혐한단체들이 정당 구성했는데 일본정부가 국가보조금 지급한다면”

24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에 3195명의 시민들과 6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기독자유당에 대한 진정이 제출됐다ⓒ미디어스

기독자유당(대표 손영구)은 지난 3월 3일 ‘기독교 정신에 의한’ 정치참여를 표방하며 창당했다. 기독자유당 ‘창당취지문’을 보면 “무속인 70만명, 세계제일의 강성노조와 종북좌파 세력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특히,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합법화하려는 세력들이 한국 교회와 대한민국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들은 4·13총선에서 “동성애 반대”, “이슬람반대” 등을 공약으로 냈다.

진정인들은 기독자유당의 이 같은 행보가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제20조 제1항과 제2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대해 인권위가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한가람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전반에 관한 권고문에서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혐오발언과 같은 심각한 차별적 태도’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며 “종교, 인종,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다른 시민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피진정인(기독자유당)의 존재는 이러한 우려의 근거이자 징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의 행위 역시도 당연히 헌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가람 변호사는 “인권위가 기독자유당의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를 중단할 것과 정당 국가보조금 등 공적 자원이 이용되지 않도록 적절한 권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독자유당의 ‘해산’이 아닌 일단 성소수자와 이슬람 등에 대한 차별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가람 변호사는 “4·13총선 결과 기독자유당은 2.64%로 원내진입에 실패했으나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됐다”며 “일본 내 혐한단체나 KKK와 같은 단체가 정당을 구성하고 국가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차별·혐오 조장하는 등)헌법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집단이 어떻게 국가재정을 받으면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62개 단체와 3195명의 개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유례없는 진정이 제기된 만큼 그 무게에 걸맞게, 사실에 부합하게, 국제인권법과 헌법에 맞는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성소수자·무슬림 “우리도 똑같은 사람…정부가 기독자유당 지원하는 건 모순”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독자유당에 의해 한국사회에서 차별·혐오 대상이 된 당사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기독자유당이라는 정당 활동이 자신들의 행복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소속 활동가 에디는 “4·13총선 기간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 거리 곳곳에 기독자유당의 ‘동성애 반대’, ‘동성애 OUT’이라는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었다”며 “성소수자들이 숨 쉴 공간마저도 자기들의 편향된 시각을 공개적으로 펼치는 걸 보고 놀랐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에디는 현재 트랜스젠더로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기독자유당의 주장에는 성소수자는 삶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부모님에게 어떤 식으로 효도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똑같은 사람이다. 단지 다른 건 성소수자일 뿐이다. 한 카페에서 보수기독교인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난 별로다’, ‘성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지 않느냐’는 말들을 이어갔다. ‘그냥 싫어’라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동사무소에서 서류한 뗄 때에도 마음을 졸인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에도 성별란에 어떻게 기재해야하는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산다. 그러나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기독자유당이 함부로 말하는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함부로 우리들을 매도하지 말고 그냥 둬달라”_에디

에디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등의 <대한민국헌법> 조문을 읽으며 발언을 마쳤다. 인권위의 기독자유당에 대한 ‘권고’ 조치는 국가의 의무라는 설명이다.

24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에 3195명의 시민들과 6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기독자유당에 대한 진정이 제출됐다ⓒ미디어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조합 섹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무슬림·이슬람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슬람을 신념으로 믿으며 살고 있다”며 “부모님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그냥 ‘너는 니 삶을 살면 된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발언했다.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기독자유당이 ‘이슬람 아웃시켜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그런(무슬림 혐오)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왜 이슬람이라는 이유로 IS라는 극단 테러단체와 섞여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그런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100%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반대로 한국 정부는 이슬람 국가들과 국가적 차원으로 협의하고 사업도 추진하고 하지 않느냐”라고 개탄했다.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오면서 기독자유당이라는 당명에 포함된 ‘자유’를 검색해봤다. 왜 기독자유당이라면서 남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기독자유당은 당장 해산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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