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규 OBS경인TV 사장이 5일 연속 출근에 성공했으나 노조의 잇따른 업무보고·회의 저지로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차 사장은 20일 국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공모 안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사장은 20일 오전 6시경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를 맡고 있는 원림개발 관계자는 사장의 출근 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평소처럼 왔다”고 답했다.

차 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를 피하기 위해 첫 출근날(오전 7시10분)보다 매일 30분씩 출근 시간을 앞당기다, 급기야 출근 나흘째인 지난 19일에는 새벽 3시40~50분에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일 오전 8시경, OBS희망조합이 확대간부회의 저지를 위해 피켓팅하는 모습 ⓒOBS희망조합
17일 제작국, 18일 보도국 업무보고가 노조의 저지로 무산된 데 이어 20일 오전 8시 확대간부회의도 노조의 저지로 열리지 못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팀장들이 자진해서 회의장에서 나와, 이후 차 사장은 국장급들만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차 사장은 “간부들도 노조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 아니냐. 생각보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OBS노조는 20일 발표한 노보에서 “차씨가 17일 오전 국장급 이상 회의에서 ‘왜 내 취임식을 <뉴스755>에서 보도 안하느냐’ ‘왜 취임 축하 화환이 이렇게 없느냐’는 발언을 했다. MB 언론특보 출신인 차용규씨가 벌써부터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뉴스 편성과 보도내용에 대한 권한은 엄연히 보도국장에게 있음에도 출근 하루 만에 위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차씨의 한마디에 보도국 기자들에게는 팀장들로부터 ‘출입처에 이야기해서 사장 축하 화한을 보내라고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차씨를 사장으로 맞을 경우 OBS가 방송사로서 공정성은 물론 보도의 자율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차씨가 19일 새벽 3시30분 나타나는 기행을 보였다. 조합원들이 새벽 5시에 모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정보 보고가 발단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모 임원은 홀로 사장실을 지키는 차씨의 말 동무가 되기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했다고 알려졌다”며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오고 있다. 오후가 되면 피곤에 지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럽다”는 한 경영국 직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안석복 경영본부장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19일 차 사장은 새벽 3시 40~50분에 출근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20일 국장단 회의에서 차 사장이 한 발언의 맥락은, 조직이 이렇게 엉망인 줄 알았더라면 누가 공모를 했겠느냐는 것이다. 국장단 회의에서 한 발언이 기자한테 알려질 정도면, 국장들이 시시콜콜 다 이야기했다는 건데 이게 정상이냐”며 “적자경영 등 회사가 어려우므로 내부가 뜻을 함께 모아가야 하는데 (노조의 반발이) 안타깝다는 뜻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만 부사장은 20일자 노보에 대해 “아주 평범한 얘기를 부분적으로 과장해서 가십성으로 썼더라. OBS 사장 취임에 대해 다른 언론매체들이 거의 다 보도했는데 OBS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며 “취임 축하 화환 역시 지역대표 민방으로서 자연스러운 점검차원에서 발언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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