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이 23일까지 언론법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이후 직권상정할 것이란다. 19일 국회 문방위 회의장에서, “23일 이전까지 협의 처리로 상정을 협의해 달라. 만약에 그때까지 간사들이 끝내 합의를 못하고 이런 논란을 계속하면 그때는 위원장으로서 헌법과 국회법과 저의 양심과 국민의 편에서 이것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어제(18일)도 간사협의가 결렬이 됐다. 이런 협의를 무한히 할 수 없다”고 밝힌 모양.

▲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여의도통신
정말 고흥길 위원장이 왜 이러시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1월23일 SBS-TNS 여론 조사결과( 방송법 개정안 반대 69.2%, 찬성 23.1%)를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건가?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에 대해서, 명확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심지어 매번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에 몰표를 몰아주는 강남권에서조차 58%가량의 반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국회법과 저희 양심과 국민의 편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는 거짓선동을 노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지, 참, 모를 일이다.

'국민의 편'이라는데, 도대체 어떤 국민을 말하는가? 오로지 대기업과 조중동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악쓰는, 그런 국민들인가. 23.2%도 채 되지 않는 국민들의 편을 들기 위해서 다수의 국민들은, 법안 통과 때까지는 ‘국민 자격’마저 상실해야 하는가. 한나라당은 언제부터 ‘국민 자격’을 심사했고, 배제되어야 할 국민과 편이 되어야 할 국민을 나눌 수 있는 권력을 부여받았는가.

고흥길 위원장의 “이런 협의를 무한히 할 수 없다” 는 발언에도 어폐가 있다. 얼마나 협의를 했다고, 무한히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지난해 12월3일,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 법이 공개되었고, 불과 보름만에 국회통과를 시도했던 한나라당이다. 현재 시점에서 봐도 불과 2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속도전이 뭔지, 청와대로부터 떨어진 명령, 속도전에, 안달복달 허겁지겁하는, 현 여당 한나라당. 최소한의 정당 자존심이나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보다 청와대 명령이 더 무섭고 겁나, 그냥 시키는 대로, ‘오다’ 떨어지면 일단 집행해야 하는 여당으로, 전락시키고 싶은지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나경원 의원도 그렇다. 19일,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야당을 향해, “미디어법안이 상정이 되면 미디어 법안 개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서 상정을 두려워하는 것” 이라고 비난하며, 시민단체 언론학 교수단체 그리고 야당들이 제안한, 언론법 관련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해, “사회적 합의기구, 사회적 토론 (운운하는데), 국회법과 절차로도 국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불과 2개월 남짓 토론하고 무조건 통과시키겠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의 일관된, ‘여야 합의 없는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한 거부의사’마저 짓밟고, 단지 여당출신 ‘의장’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의장을 조정할 수 있다는 오만은 그렇다치자.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통신
심지어 ‘뉴라이트전국연합’마저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 기구’를 찬성하는 등, 70% 가까운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수렴하여, 학계 등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야당들이 각각 ‘제안’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한나라당 내부 토론과 의견수렴과정도 거치지 않는 채, 문방위 간사 혼자서, 그것도 일방적으로 ‘거부선언’을 하는 오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것인가? 정말 묻고 싶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만 더 하자. 왜 해야 하는가? 나경원 의원이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법이라며 흔들어 대던, 2만6천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연구결과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충분히 드러났고 알려졌을 텐데, 왜 우기는지 모를 일이다. 2만 여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연구자가, 방송사 앞 쪽으로 오가는 택시들이 많아질 것이고, 방송사 근처 술집과 식당이 많아질 것이며, 자연히 식당 아줌마들도 많아질 것이다라는 의미의 발언을 하는 황당무계한 방송 인터뷰를 보지 못했는가.

진심으로 바라건대, 이명박 한승수 박희태 홍준표 고흥길 나경원 등 대통령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속이고 망신당하게 한, KISDI 원장과 연구자들을 징계하는 것이 먼저이지, 그들의 사기성 짙은 통계치를 근거로 경제살리기법이니 일자리창출법이니 운운하며 ‘속도전’의 명분을 삼는 게 결코 먼저이면 안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말한 대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라고, 일단 한나라당 내부의 입장을 통일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과 2000년에 있었던,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오는 것이, 정도(正道)임을 인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감히 한나라당 주류들에게 기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