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오후 3시 판사는 조중동 광고불매 네티즌 24명에게 집행유예/벌금형/선고유예 등을 알리는 판결문을 읽었다. 재판부가 조중동 등 일부 신문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며 다음 카페에서 광고주에 항의전화 등으로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전원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낭독이 끝나자 청중석을 가득 메우며 지켜보던 네티즌 등 시민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 “전화걸어 항의하자는 게 징역감이냐”며 탄식의 함성과 울분을 터뜨렸다.

“오늘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은 ‘미네르바 체포’ 경우처럼 외국 언론에서 ‘황당 뉴스’로 다루게 될 겁니다.” 올해로 16년째 법원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씨가 재판장을 나서면서 외친다. 그는 19일 오후 3시경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참여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받았다.

▲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재판이 끝난 직후 벌금형을 선고받은 한 네티즌(법원 공무원)이 인터뷰 중이다.ⓒ정영은

▲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 ⓒ정영은

법원 동료들과 함께 재판에 참석한 그는 “오늘 판결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보신주의 판결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될까 걱정이다”며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무죄가 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서울중앙지법 앞. 다음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카페 회원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판결문 내용을 비워놓으면서 ‘설마’ 하며 만들었다’는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돌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카페 회원들은 현수막 앞에 서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유죄로 판결한 오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소비자 주권이 사망한 날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삭발과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삭발식을 가졌다.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털을 보면서 누군가 “좀 천천히 깎으세요”라고 안타까워 한다.

법원 건물 안, 법원공무원 노동조합 사무실이 북적거린다. 민변 변호인단과 24명의 선고받은 네티즌들이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무죄인 줄 알았는데 유죄 판결이 나오니 당황스럽다”는 네티즌들은 변호인들과 2시간에 걸쳐 항소 계획 등을 논의했다.

변호인단의 김정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체를 유죄로 선고한 것은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 유감이다”며 “모두 항소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평화로운 소비자 행위를 위력(업무방해)로 판단한 것이나, 실제 전화 등 불매행위를 한 행위자인 카페의 5만4천 회원들이 아니라 불매 광고주 리스트를 올린 몇 사람을 범죄단체 수괴인양 판단해 선고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곳곳은 ’황당’하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비장’했고, 비장하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어지러웠다.

▲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입구 앞 다음까페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기자회견. 김성균 대표가 삭발식을 하고 있다.ⓒ정영은

▲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내에 위치한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앙지부 사무실. '조중동 불매운동' 관련 24명 네티즌과 변호인단이 회의중이다. ⓒ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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