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KBS를 통해 국민의 정책 아이디어를 다루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 공영방송 편성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부는 방송 형식을 비롯해 기간, 시간대, 방영회수 등까지 구체적으로 KBS 쪽에 제안했으며, KBS는 이 프로그램 편성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KBS를 활용해 이명박 정부 정책 입안과정을 부각시킬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제작, 기획하고 있다”며 구체적 정황이 담긴 문화부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 문화부가 1월초 정부 각 부처에 보낸 공문. ⓒ최문순 의원실
문건에 따르면 문화부는 지난 1월 초 정부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국민의 관심 및 참여를 제고하고 생활의 불편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관계부처 공동으로 아래와 같이 방송 프로그램 협찬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내가 바꾸는 세상>(가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설명했다.

이후 문화부는 지난 11일 또다시 ‘방송 프로그램 개요’ ‘협찬 참여 의향서’ 등이 들어 있는 공문을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15개 정부 부처에 보내, 해당 부처의 참여 여부에 대한 회신을 13일까지 요청했다.

방송 프로그램 개요에 따르면, <아이디어 왕! 세상을 바꾼다>(가제)는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진행되며,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연예인 전문가 정부 관계자가 실현 가능성을 검증,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문화부는 이 프로그램을 KBS 주간 정규프로그램에 편성해, 봄철 개편을 통해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24회가 방영한다는 구상이다.

또 방영 초기는 생활공감 정책 위주로 아이템을 구성하고 생생경제 국민 아이디어 및 일자리 창출 관련 아이디어 등으로 아이템이 확대된다. 부처별 예산부담은 문화부가 24회분에 대한 기획, 연출료를 지원하며, 참여 의사를 밝힌 관계 부처는 소관 정책의 편당 촬영, 출연료를 부분 분담한다. 소요 예산은 6~7억이다.

▲ 문화부가 2월11일 정부 각 부처에 보낸 공문. ⓒ최문순 의원실
최문순 의원실은 “KBS는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 이를 적극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 주 편성·제작·보도부문 워크숍에서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 편성팀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 처음에는 ‘모른다’고 대답하다가 나중에 ‘(문화부로부터) 제안을 받고 검토 중에 있다’고 정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국정과제홍보과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생활공감정책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해왔는데, 외부 기획사에서 이를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을 제안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놓고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정책제안을 소개하고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편성권 침해나 방송 관여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아이템 선정과 내용에 대해 문화부가 타당성을 검토하기는 하지만 특정종교를 국교화하자는 등 현실성이 없는 아이템을 스크린하는 것일 뿐 그밖의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편성시간대 등도 우리의 희망일 뿐 방송사가 판단해 결정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문화부가 2월11일 정부 각 부처에 보낸 공문. ⓒ최문순 의원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질서 확립 등 국민계몽 차원에서 KBS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할 용의가 있느냐”는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예산을 10배쯤 늘려, 예산을 다시 살펴봐야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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