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자사의 용산참사 보도 비평 방송분에 대해 출연 시청자(시청자 평가원)에게 일부 삭제를 요청하는가 하면 당사자 동의 없이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KBS 옴부즈만 프로그램인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제작진은 시청자평가원은 윤익한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에게 14일 방송예정인 원고 ‘용산참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KBS보도의 문제’ 중 일부 표현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고, 윤 연구원의 동의 없이 잘려나간 편집분이 방송됐다.

▲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웹사이트 캡처
윤 연구원에 따르면 2월12일 녹화가 끝난 후 제작진이 원고 가운데 “KBS는 1월28일 톱뉴스에서, 망루에서 흘러내리는 액체가 마치 시너인 것처럼 보도해 화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기도 했구요”라는 대목을 ‘사실을 왜곡한다’며 삭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윤 연구원은 “기자가 보도할 당시에는 시너로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삭제할 용의가 없다”고 했지만 제작진은 일방적으로 삭제해 방송했다.

이에 KBS시청자위원회 산하 평가소위원회는 방송 전날(13일) 제작진 쪽에 “해당 방송분은 검찰 발표 이전임에도 객관성·중립성 견지보다는 기자의 예단이 앞선 것으로, 평가원의 지적은 타당하다”며 “삭제 편집 없이 그대로 방송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14일 삭제한 방송분을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 19일 오후 KBS시청자위원회는 2월 정례회의에서 이 문제를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S 시청자평가원은 KBS 내부에서 고용한 방송모니터요원과는 별개로, 이들은 방송법 제 88, 89조에 따라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 등을 위한 독립 기구인 시청자위원회가 시청자·시민단체, 방송 관련 학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임명한 사람이다. 현재 4명으로 이뤄진 KBS 시청자평가원은 KBS 시청자위원회 산하의 시청자평가소위원회에서 활동 결과 및 계획 등을 논의해 활동하고 있고, 매주 1회 방송되는 시청자평가프로그램(옴부즈만 프로그램)의 평가원 코너에 돌아가며 출연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방송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녹화 당일(12일) KBS시청자센터장이 녹화현장에 있는 윤 연구원을 찾아와 방송원고 중 ‘KBS방송문화연구소의 공정성 및 뉴스앵커 선호도/의제설정기능 2위 등 결과’ 부분에서 ‘KBS 방송문화연구소’를 ‘한 조사기관’으로 익명처리할 것을 요구했다가 윤 평가원이 이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제작진은 홍보팀을 통해 “평가원도 사실확인절차를 거쳐 정확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 그런데 제작진이 확인한 결과 평가원의 방송예정 내용 중 일부의 팩트가 정확하지 않았다”면서 “평가원과 정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논의했으나, 평가원 측에서 그 부분에 대해 수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그래서 제작진으로서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양 방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은 내보낼 수 없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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