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슬픈 드라마이다.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을 먹먹해진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친구 문정아(나문희 분)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심한 조희자(김혜자 분)의 이야기부터, 서로 사랑하지만 피치 못할 이유로 함께할 수 없는 박완(고현정 분)과 서연하(조인성 분)의 이야기까지,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어느 인물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듯 보인다.

오랜 망설임 끝에 문정아와 조희자는 자수를 택했고, 박완과 서연하는 서로 이뤄질 수 없는 사이임을 재확인한다. 그래도 잘될 수 있다는 일말의 여지를 줬으면 좋겠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마저도 없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지배하는 정서는 체념이다. 다시 네게 돌아갈 수 없겠지만 사랑하기는 하는. 지독하게 이기적으로 들리는 이 말이, 왜 이리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까.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노희경 작가의 전작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잘나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순탄하게 살아가는 이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해가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간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던 이들이 관계를 맺으며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다.

한국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노인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유를 꿈꾼다. 한평생 누구의 며느리이자 딸, 아내, 엄마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한없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문정아는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자기 때문에 길에서 죽은 노인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불쌍하다고 여긴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하지만 그랬던 문정아가 자수를 결심한 계기는 단 하나였다. 길에서 죽은 노인처럼 자신도 늙었더라는 것, 그 노인처럼 늙은 자신도 길바닥에서 그렇게 죽어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고, 늙은 사람은 길바닥에서 그렇게 죽어도 괜찮은가란 의문이 생겼단다. 그래서 문정아는 자수했고, 적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이 되지는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한다고.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박완과 서연하가 서로 사랑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모호한 사이로 남은 것도, 서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 그 이상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두 사람이 겪어야할 난관과 장애를 감당할 수 없었던 박완과 서연하는,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상한 사이로 서로의 관계를 규정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답답함만 호소하게 된다.

허나 인생에 명확한 정답이 없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사는 것.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또 있겠나 싶다만,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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