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 제3항에 대한 위헌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자들의 통신자료가 당사자 동의 없이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태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2년 헌법소원에서 ‘각하’를 결정한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민주노총,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무단수집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과 서울종로경찰서장, 국가정보원장, 서울지방경찰청장, 국군제8922부대장, 수서경찰서장, 인천지방검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으로부터 본인 동의 없이 통신자료를 수집 당한 500명이 청구인으로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도 청구인으로 동참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총 19개 조직(17개 언론사, 2개 단체)의 97명이 총 194번 통신자료가 이런 식으로 조회됐다.(▷관련자료 : 기자 한 명이 7번 털려… “이래선 취재 못한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최근 이동통신사에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확인해본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 국정원, 검찰은 물론 군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수사기관들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입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한 없이 제공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취득 과정이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규정을 위반한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우리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 등에서 파생되는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제4항은 ‘위헌’이라는 설명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항은 “(포털·통신사 등)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관서의 장 등의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각 호의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항은 “(수사기관의)통신자료제공 요청은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이하, 자료제공요청서)으로 해야 한다. 다만, 서면으로 요청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사유가 해소되면 지체 없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수가 5158만4349명(2016년 4월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1대 이상의 휴대폰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4항은 거의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가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도 포괄적이면서도 모호한 문언으로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규정하여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국가기간이 통신사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다”며 “이는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3항 상의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행법은 통신사의 국가기관에 대한 통신자료제공에 관해 정보주체가 알 수 있도록 그에 관한 사후통지규정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하여 통신자료제공 현황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기관의 무차별적이고도 사생활 침해적으로 통신자료를 취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러한 무차별적이고도 사생활 침해적인 국가기관의 통신자료취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보주체에 대한 사후통지규정을 규정하는 것이 헌법에서 도출되는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에도 부합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입법부작위(입법행위 결함)는 위헌을 면치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등과 관련해 2012년 제기된 헌법소원을 ‘각하’ 결정한 바 있다.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통신자료 제공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결정한 바 있다. 사실상 전기통신사업자들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제공 여부를 심사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결국, 제83조 제3항은 사실상 ‘의무규정’으로 봐야한다는 선고였다.(▷관련기사 : 국정원 요청하면 신상 정보 다 제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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