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정한 선거방송을 위해서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특별다수제 도입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상설기구화’ 전환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처장 임성호, 이하 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 ‘방송의 선거보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과제’ 보고서(조사관 최진응)를 통해 “선거에 대한 편파 및 왜곡 보도는 유권자의 정상적인 소통과 합리적인 표심을 저해한다”며 선거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영방송 사장·이사 선임 등 중요한 의제에 대해서는 다수결방식을 특별다수제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선거방송 불공정의 원인…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공영방송·방통심의위

입법조사처는 선거방송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도를 하는 주체인 공영방송과 사후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리고 선거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주목했다.

KBS 고대영 사장과 MBC 안광한 사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위위원장의 모습

입법조사처는 선거 관련 보도 및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방송사들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제도적으로 해외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공영방송제도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BBC 사장을 임명하는 BBC트러스트의 구성은 1차적으로 정부 추천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해설했다.

현재 KBS의 경우, 최고 의사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여당 추천 7인과 야당 추천 4인으로 구성된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또한 여당 추천 6인과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해당 기구에서 선임된 사장에 의해 운영되는 방송사들 또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선거방송은 정부여당 편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BBC트러스트는 정부 추천에 의해 구성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상대적으로 공정한 방송을 유지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 사후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관련해 “국내 방송 보도 전반을 심의하는 위원회는 제도적으로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선진국의 방송심의기관인 미국의 FCC와 영국의 오프컴(Ofcom)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운영 면엣 보면 미국과 영국의 방송심의기구는 정치적 독립성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방통심의위는 실제 정치적 영향력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대통령 3인 추천과 국회의장 3인, 상임위 3인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국회 몫은 여야가 동수로 나눠 추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 추천 6인과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심의위원들이 ‘독립적’으로 심의하지 못하고 추천해준 정당에 유리하도록 심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법조사처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에 있어서 정부·여당 추천 인사 다수에 의해 방송 심의 결정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실증적으로도 방통심의위 심의·의결을 분석한 결과, 정부·여당추천 위원과 야당 추천 위원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 한시적 운영의 한계성…개선안은?

선거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방통심의위와는 다르게 다양한 단체들의 추천을 통해 구성된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2(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2항에 따라,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각 1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1명 등으로 구성되며 이외에도 방송사를 비롯한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남은 인원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방통심의위와 비교해 정치적 독립성이 보다 잘 확보된다. 선거방송심의위의 문제는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선거방송심의위가 비상설조직으로 운영됨에 따라 선거와 관련된 수많은 민원에 대해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심사에 한계가 있다”며 “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도에서 법정 제재 대신에 권고 조치 등 행정지도 비중이 높고, 단순 사안별 심의 방식으로 인해 종합적 측면에서 심의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례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경우,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객관성 등을 위반하고 있지만 선거방송심의위에서는 단건으로 심의를 진행하다보니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선거방송심의위·선거기사심의위와는 달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상설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통심의위의 정치권력 변동에 좌우 없도록 제도적 개선(정부·여당과 야당 간 비중 조정)을 하거나 민간추천위원회를 통한 구성, △공영방송 사장 임명과정의 정치적 영향력 최소화 위한 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검토(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추천 기구의 다양화 및 특별다수제 도입), △선거방송심의위 개선(구체적인 기준 및 사례 제시/기구 상설화 및 임기제 방안 검토)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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