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5·18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유지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창’이 허용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야당은 “이래서 협치가 가능하겠느냐”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유감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보훈처는 “발표된 입장에서 변경은 없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17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연결에서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합창 유지 결정에 대해 “보훈처 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광주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고, 소통과 협치, 국민통합을 바라는 총선 민의도 져버렸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 VS 더불어민주당, “보훈처의 항명”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사진=연합뉴스)

천정배 공동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폄훼와 왜곡은 우리나라 극소수 극단적인 수구냉전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광주학살의 원흉인 신군부 입장에 서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해온 것이며, 그것 때문에 제창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극소수의 수구 냉전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5·18의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잘 불리고 있고, 그것을 공식 제창하게 해달라고 여야가 일치해서 요구하고 있는데 왜 안한단 말인가”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보훈처장은 5·18정신을 폄훼하는 사람들 입장에 어느 정도 서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부르게 된 것도 문제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청와대에서 국민의당 쪽에만 사전통보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합창 유지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라기보다는 보훈처장의 항명으로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우리당은 10시 반쯤 전화를 받았다”며 “그런데, 박지원 원내대표는 7시 40분 쯤 받으셨다고 하기에 제가 ‘국민의당 하고 잘 해보세요’라고 그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는 경황이 없었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며 “청와대 정무수석이 하는 일이 야당하고 소통하는 일인데, 경황이 없으면 도대체 뭐 때문에 경황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개인 우상호라면 상관없는데 제1당 원내대표한테 더군다나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눴던 얘기에 대한 결과를 통보하는 것을 그렇게 게을리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보훈처의 결정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안 받아 들인 것”이라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항명”이라고도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승춘 처장이 보수의 영웅이 되고 싶은것 같다. 대통령의 지시도 안 받고 혼자 영웅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공직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겠는가”라며 “내일 행사장에서 (제창으로 변경이) 안 되면 20대 국회에서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곤란해진 것은 야권의 두 당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한 번 고려해봐라 하는 그런 메시지를 줬는데도 조금도 진전이 없는 것은 새누리당에서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문표 의원은 “보훈처도 독자적으로 나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처인데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보훈처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보훈처, “변동 사항 없을 것…임을위한행진곡 사태는 97년 문제”

한편, 보훈처 최정식 홍보팀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저희에게 좋은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하신 것”이라며 “거기에 따라 보훈처는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보고를 드린 것으로 항명이 아니다. 어제 입장발표에서 큰 변동사항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제창’으로 변경가능성을 일축했다.

최정식 홍보팀장은 “온 국민이 5.18 국민 통합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행사인데, 거기에서 부르고 싶지 않은 분들을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이 제창 방식을 강요하면 이 행사를 또 보이콧하겠다는 보수 쪽의 의견이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임은 김일성이다, 종북 노래라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문제는 한 사람의 입장이 틀린 게 아니라 각기 다르다는 것”이라며 논란을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정식 홍보팀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사태의 책임을 DJ정부로 돌리기도 했다. 최정식 홍보팀장은 “1997년 이후 5·18기념행사를 지자체 행사에서 정부 기념 행사로 이관할 때 광주에서 진행해왔던 제창 방식을 그대로 진행해온 것도 문제다”며 “2008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정부 관례에 맞지 않는데 왜 제창하느냐라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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