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에게 비하적 표현으로 통용되는 ‘등신’ 표현이 법인인 MBC의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의 수준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_검사 김도균

서울서부지방검찰청(검사 김도균)은 지난달 29일 MBC로부터 고소당한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 관련 사건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MBC는 박석운 공동대표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 <전국의 ‘화’ 난 사람들, MBC 앞에 모인다> 글이 자사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선 “증거불충분”, 모욕 주장에 대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박석운 공동대표에 대한 ‘불기소결정서’는 아이러니하게도 MBC의 현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박석운 공동대표의 칼럼에 대해 MBC가 명예훼손·모욕이라고 주장한 부분과 검찰의 판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BC공대위 출범 기자회견. 앞줄 맨 왼쪽이 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사진=민언련)

MBC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부분과 검찰의 판단

1)“불과 몇 년 사이에 공익성을 담보하던 프로그램들이 모두 폐지되거나 망가졌고, 교양 프로그램도 없는 MBC가 되었다”
2)“유족들에게 ‘그런 X놈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 등의 망언을 자행한 전국부장을 승진시킨 MBC”
3)“세월호 관련 보도참사에 성찰과 반성을 한 기자와 PD에게는 1개월과 6개월 정직이란 중징계를 내린 MBC”

MBC가 박석운 공동대표의 칼럼 중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대목들이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칼럼에 대한 MBC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MBC는 기존의 교양·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2580>과 <PD수첩>, <리얼스토리 눈>, <경제매거진M>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역량을 강화했으므로, 위 부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
2)“MBC 박상후 전국부장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부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
3)“MBC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신지영 기자는 기사 원고를 보도국 외부로 유출하여 업무상 비밀준수 의무 위반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권성민 PD는 MBC 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각각 징계를 받았으므로, 위 부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

검찰은 문제가 된 박석운 대표 글 중 ‘공익성을 담보하던 시사교양프로그램 폐지’ 해당 부분과 관련해 “박석운 대표의 칼럼 전체 문맥에 비춰 볼 때 ‘불과 몇 년 사이에 공익성을 담보하던 프로그램은 일부가 폐지되고 나머지는 망가졌고, 제대로 된 교양프로그램이 없는 MBC가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2010년 9월 경 시사프로그램 <후플러스>, <W> 등 일부 교양프로그램들이 폐지된 것은 사실이고 ‘망가졌다’, ‘제대로 된 교양 프로그램이 없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은 의견 표명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같은 글 ‘박상후 전국부장의 망언’ 부분에 대해서도 “박상후 전국부장의 발언은 노동조합의 성명서와 서울신문 등을 통해 보도됐다”며 “MBC 측에서 ‘박상후 전국부장이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호위 보도하는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추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를 비춰볼 때 박상후의 발언 내용에 대한 부분이 객관적으로 허위사실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위 부분은 명예훼손죄에 있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거다.

검찰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박상후 전국부장의 해당 발언을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해 고발한 사건이 ‘각하’ 처분된 것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대판 판단없이 ‘설령 그와 같은 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추상적인 의견 표현 내지 평가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각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박석운 대표 글에서 MBC가 문제삼은 ‘기자·PD 징계 건’ 부분과 관련해서도 “신지영 기자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기사(민간 잠수부의 사망이 유가족들의 조급증 탓이라는 MBC <뉴스데스크>)가 실종자 가족을 비난하는 취지라고 생각해 위 대화방에 기사를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며 “권성민 PD는 인터넷에 게시한 글에서 ‘세월호 관련 MBC 보도 그 자체가 참사였다’고 언급하는 등 고소인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징계사유인 ‘업무상 비밀준수 의무 위반’ 내지 ‘MBC 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부분은 명예훼손죄에 있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검찰은 ‘결론’을 통해 “칼럼의 주요 내용이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거나 의견 표명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다”고 결정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진실이거나 피고소인이 진실로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고,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 MBC를 비판하는 논조로 작성된 것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

MBC가 모욕이라고 주장한 부분과 검찰의 판단

1)“후안무치한 MBC 경영진”
2)“처참하게 망가진 MBC의 현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목불인견)”
3)“‘진실보도와 공정방송에는 등신, 왜곡편파보도와 막장보도인사에는 귀신’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하고 있다”

MBC는 박석운 공동대표의 칼럼 중 위 부분들이 형법 상의 모욕에 해당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처참하게 망가진 MBC’ 등 대목에 대해 “MBC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심각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며 “그 자체로 경멸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후안무치의 MBC경영진’ 부분에 대해서도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다소 MBC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으로 볼 수 있으나, 지위에 걸맞지 않은 언행에 대해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점과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점 등을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진실보도와 공정방송에는 등신’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등신이라는 표현이 다소 MBC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어투로 볼 수 있으나 공적인 존재인 방송사의 공정성이라는 공적 관심사 내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은 “전후 문맥 상 ‘등신’은 ‘뛰어나다’의 의미로 사용된 ‘귀신’에 대응하여 ‘무능력하다’는 의미로 사용된 점으로 보인다”며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점, 언론사에 대한 비판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례(대법원 2006다53214 판결)등에 비춰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등신’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자연인에게 비하적 표현으로 통용되지만, 법인 MBC의 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의 수준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