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대량해직사태가 벌어진 지 41년 만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김종철, 이하 동아투위)의 법정 소송이 끝났다. 동아투위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박병대, 주심 김신, 대법관 박보영 권순일)는 지난달 29일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동아일보 언론인 대량해직사태는 중앙정보부 불법, 부당한 압력, 동아일보의 협력에 따라 벌어진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신광열)는 지난해 12월 11일, 권근술 등 동아투위 위원 14명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각각 10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승소판결했다.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동아투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동아투위 언론인들의 해직에 관여한 바 없다고 거짓말을 되풀이한 정부당국의 뻔뻔함과 그 거짓말에 맞장구를 친 동아일보사의 비굴함에 철퇴가 내려졌다.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다고 인정하는데 무려 41년이 걸린 것”이라며 “동아일보사는 이제라도 동아투위 위원들과 그 가족, 백지광고사태 때 성금을 내주신 시민들, 그리고 동아일보에 기대를 걸었다 실망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무릎 꿇고 참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가권력도 자신의 불법 부당한 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알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인권과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권력이 그 의무를 스스로 짓밟고 불법 부당한 행위로 인권을 유린한다면 그런 국가권력은 정당한 권력이 아니며 그런 정부는 국민에 의하여 타도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을 실천하다 동아일보사에서 강제해직된 지 41년. 동아일보사는 우리들을 ‘위계질서를 어긴 폭도’라고 매도했으며 정보 당국은 ‘빨갱이들’이라고 은근히 소문을 퍼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음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늘 외롭지 않았다. 자유언론실천에 동참해주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동아일보사는 사죄하고 해직언론인들을 원상회복시켜라!’ 하는 이 외침은 실현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유언론실천에 동참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있는 <동아일보> 언론인들 (사진=동아투위)

동아투위는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5년 동아일보에서 강제 해직된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동아투위 50명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4월 28일,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유신독재시대 동아일보사에 대한 광고탄압과 언론인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냈다. 과거사위는 2008년 10월 21일 “동아일보 백지광고사태와 언론인 대량해직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의 불법·부당한 공권력 남용으로 생긴 중대한 인권침해 사례에 해당된다. 국가는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의 7개 항목에 걸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국가나 동아일보 쪽에서 아무런 화해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동아투위 113명 중 103명은 2009년 12월 16일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및 사과광고 게재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재판 쟁점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성립되는지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 2가지였는데,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하되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 배상책임은 없다는 과거사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반면 대법원은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원심 판결에 대해 “과거사위가 진실규명을 했다면 피고(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원고들(동아투위)에게 생기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 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가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의 원고는 동아투위 위원 13명이다. 대법원이 103명의 원고 가운데 과거사위에 진상규명을 해 달라고 요구한 50명만을 원고로 인정했고, 그 중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수령한 36명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14명 중 한 명은 재판 도중 사망했는데 그 사실을 제때 통보하지 않아 소송자격을 잃었다.

그러나 동아투위는 “이 판결은 동아투위 위원 전체에 대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빠진 위원들의 소송자격은 1심과 2심에 걸쳐 여러 차례 다툼 끝에 원 피고 간에 서로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에서 또 트집 잡은 것이고, 그 소송자격 문제는 청구권의 성립이나 소멸시효의 완성과 같은 재판의 본질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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