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북한 김정은 제1비서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북한이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외신기자 180명(어떤 매체들은 120명 또한 170명으로 보도)을 초청했고 취재하러 갔지만 정작 대회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요지다. 북한에 간 ‘목적’이 노동당 대회 취재였는데 그는 접근이 통제됐고 북한의 발전을 찬양하는 식의 전선공장 등 ‘엉뚱’한 곳을 돌아다녀야했다는 불만이다. KBS는 북한의 취재통제 관련 리포트를 메인뉴스를 통해 3일간 고스란히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지난 6일 <외신 불러놓고 ‘취재 금지’…“농락당했다”> 리포트를 통해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시각, 영국 BBC 기자가 대회장 밖에서 셀카를 이용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전한다”며 “북 측이 외신 기자들의 대회장 출입을 막고, 200미터 떨어진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을 허락했기 때문, 그나마도 한 시간 촬영 후 호텔로 돌아와야 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뿐만 아니라, 중국 봉황TV 기자, 미국 CNN, 워싱턴포스트, 교도통신들 초청받아 간 각 국의 기자들의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KBS, 3일간 북한의 외신기자 ‘취재통제’ 비난 리포트 배치

KBS 5월 6일 보도 캡처

KBS에 따르면, 외신들은 취재진 4명 당 감시원 한 명이 배정됐고 화장실까지 따라붙고 있다면서, 북한의 취재 통제가 도를 넘었다고 한다. 당연히 비판해야할 지점이다. 실제 교토통신은 “백여 명의 보도진이 농락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기자와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각각 “북한에 직접 와서 노동당 대회를 취재하라고 요청을 받고 평양에 왔는데도, 정보를 얻는 게 똑같이 제한적”, “어떤 접촉도,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것이 굉장히 불만스럽다”고 전했다고 한다.

KBS는 7일에도 <‘고립 속 김정은 黨 중심’…외신이 본 당대회> 리포트를 배치하고 “북한의 초청을 받고도 정작 당 대회장엔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각 국 취재진들도 불만을 뒤로 한 채 관련 소식을 내보내고 있다”며 ‘외신들의 북한의 당 대회에 대한 분석’ 내용을 소개했다.

KBS는 “CNN과 BBC 등 외신들은 이번 당 대회가 김정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스스로를 우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며 “CNN은 김정은이 핵 개발 경제 발전 병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선군정치를 탈피해 당을 중심에 두려 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북한 시내 백화점 방문기 등을 통해 당 대회 이후 경제 정책 변화 가능성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KBS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6차 때와 달리 이번 당 대회에 참가한 주요국 대표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 동맹국으로부터도 버림받아 심각한 고립 상태를 드러낸 것이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랬던 KBS는 다시 8일 <당대회 말고 ‘견학’만…외신 기자들 ‘분통’> 리포트를 상단에 배치했다. KBS는 “북한에 초대받은 외신기자들은 여전히 당 대회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북한 당국은 보여주고 싶은 곳만 외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고 전했다. 평양의 ‘과학자 거리’와 ‘지하철역’과 ‘산부인과 병원’ 등이었다.

KBS는 “(외신들은)하지만 출발 직전까지도 일정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자신들이 수용소에 갇힌 느낌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며 “김일성 생가 박물관에선 사진을 촬영하자 실랑이가 벌어진다. 안내원이 사진을 삭제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빼앗아 간다. 정작 취재하려던 당 대회는 북한의 녹화 방송으로 보고, 공개하는 부분만 취재토록 하는 통제에 불만을 나타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북한의 내부를 그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내놨다”고 전했다.

MBC·SBS·JTBC·조선·경향·한국일보 한 목소리로 비판

물론, 북한의 노동당 대회와 관련한 취재통제를 비판한 것은 KBS만의 일은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외신 기자들 불러 놓고 모습 감춘 김정은, 왜?> 리포트를 통해 “북한 7차 노동당 대회가 열린 4·25 문화회관”이라며 “북한이 이렇게 오랜만에 큰 행사를 하면서 100명이 넘는 외신기자들까지 불렀다. 그러나 대회장 공개나 연설 생중계는 하지 않아 김정은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보도했다. SBS <8뉴스> 또한 <베일에 싸인 北 당대회 내부…종일 김정은 찬양> 리포트를 통해 “북한 방송이 하루 종일 김정은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행사장 내부 모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평양에 들어간 외신 기자들도 내부 취재는 하지 못한 채 대회장 외경만 바라보다가 공장 견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JTBC <뉴스룸> 또한 <북한, 외국기자 170명 부르고도 ‘대회장 접근 불허’ 왜?>(6일), <북한, 외국 취재진 대거 초청해놓고 '접근 봉쇄' 논란>(7일) 리포트를 통해 “집안 행사 차원의 분위기는 띄우면서 외부 시선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170여명의 외국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대회장 내부 접근은 허락하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은 행사장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촬영하도록 제한됐다”고 보도했다.

5월 7일자 조선일보 보도

JTBC는 ‘외신기자를 초청하고 행사장에는 못 들어가게 한 까닭’과 관련해 “외신기자들을 평양에 초청한 것 자체가 어떤 그 이용 가치가 있다. 북한 주민에게 보여짐으로써, 선전효과가 있다”며 “외빈은 부르지 않았다. 만약, 외빈을 불렀으면 내부 공개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선전용으로 선별해서만 보여주겠다는 북한의 의도라는 설명이다. 또한 “외신들은 아예 감시원의 눈을 피해 스마트폰으로 대회장 주변에서 생중계도 시도됐다. 가장 많은 취재진을 보낸 일본 언론들은 ‘100여 명의 취재진이 농락당했다’며 ‘나홀로 당대회’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신문사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7일 <외신 120명 불러놓곤 200m 접근 금지령…기자들 “농락당했다”> 기사를 통해 ‘길거리로 내몰린 외신’이라는 중간제목을 배치했다. 경향신문 또한 같은 날 <외신기자들 “농락당했다”> 기사를 통해 “당대회는 오전부터 밤늦게 녹화방송이 진행될 때까지는 철통보안 속에 ‘깜깜이’로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9일 <“평양은 한편의 부조기극”…취재 막힌 외신기자 휴대폰 생중계도> 기사를 배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외신들도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대회는 36년 만에 열리는 행사였다. 무엇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 제1비서의 시대를 알리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 큰 기대를 모은 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상황에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 같은 행사에 외신들이 초청돼 갔지만 당대회를 직접 취재하지 못하도록 통제한 것은 충분히 비판할 대목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KBS의 북한의 ‘취재통제’ 관련 3일간의 리포트와 관련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신기자들이 ‘농락당했다’고는 본질은 취재의 목적 실현에 있다. 노동당 대회를 취재하러 갔는데, 정작 그를 통제를 당하니 그에 따른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여기에 주목해서 박근혜 정부의 기자회견을 바라면 어떨까. 1년에 한두 번 있는 기자회견 그것도 질의안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기자들에게는 재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자들이 시나리오에 동참한다는 비판이 거세기도 하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대해 무비판적 보도를 일삼는 곳이 바로 공영방송 KBS였다.

북한 노동당 대회 보도통제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떠오르게 하는 이유는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은 각 개별 사안과 정책에 대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취재를 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기자들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외신기자들의 박근혜 정부 불통에 잦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 또한 같은 이치이다. 당장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또한 다르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질의순서와 질문내용이 담긴 사진과 함께 “Pre-approved questions for today's press conference with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사전에 승인된 질문들)”이라는 글을 남겼다. 또, “Had you been included, would you have been comfortable asking a pre-approved question that prompted a scripted answer(당신이 그 기자회견에 있었다면 승인 받은 질문을 던지고, 보고 읽는 대답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아예 청와대 공식 트위터에 “Can you explain why I was excluded from @GH_PARK's press conference today? Don't you care about @washingtonpost readers?(왜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기자회견에 제가 제외됐는지 설명해주지 않나,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는 건가)”라는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외신기자들의 반응은 한국 매체들로 하여금 기사화 되기도 했다. 한겨레 <박근혜 정권 ‘불통’에…외신기자들도 ‘부글부글’>(▷링크),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 기자회견, 외신 기자들에게는 '연극'?>(▷링크), 미디어오늘 <외신기자 “질문 미리 제출하는게 저널리즘인가요”>(▷링크) 등이 그러했다. KBS의 북한 노동당 대회 취재통제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 박근혜 정부의 불통에는 눈감아 국민의 알권리를 스스로 제한하던 KBS가 북한의 보도통제에는 발끈해 3일간이나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KBS는 어느 나라의 국민들을 위한 방송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자들은 여전히 농락당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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