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여권 추천 다수이사들이 KBS ‘조직개편안’을 4일 단독 처리한 가운데, 야권 추천 소수이사들은 “공영성을 포기하고도 수익성조차 보장할 수 없는 고대영 사장의 조직개편안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냈다.

KBS 조직개편안이 4일 오후 KBS이사회에서 다수이사들의 단독 표결로 처리됐다. 6인의 이사가 찬성표를 던졌고 이인호 이사장은 기권했다. ⓒ미디어스

야권 추천 소수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4일 저녁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 KBS가 전향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조직개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4월 20일 이사회에 상정된 조직개편 초안을 보고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영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오직 효율성이나 수익성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직종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으나 모든 권한을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에 집중시켜 또 다른 비효율적 칸막이를 만든 점 △KBS 1라디오 뉴스를 라디오에서 분리해 보도본부로 옮기는 것 △보도본부 산하 시사제작국을 분리시켜 탐사뉴스를 팀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 △<시사기획 창>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프로덕션으로 이동시킨 것 △편성제작회의를 없애고 방송본부가 편성을 독점하게 된 점 △다수 PD들이 제작투자담당 그룹의 선택을 받아 제작하는 하청 프로덕션에 소속된 점 등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KBS 1라디오 뉴스를 라디오에서 분리해 보도본부로 옮기는 것 △보도본부 산하 시사제작국을 분리시켜 탐사뉴스를 팀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 △<시사기획 창>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프로덕션으로 이동시킨 것 △편성제작회의를 없애고 방송본부가 편성을 독점하게 된 점 △다수 PD들이 제작투자담당 그룹의 선택을 받아 제작하는 하청 프로덕션에 소속된 점 등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런 조직개편안으로는 조직개편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수익성 제고도 보장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마 예능의 경우 제작부서가 실질적인 제작 자원을 결정하지 못함으로써 제작 기획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이러한 조직개편에 실망한 유능한 피디들이 대대적으로 KBS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게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예산이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로 흩어져 전략적인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수이사들은 조직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경영진이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의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고 편향적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더욱 고조되었음을 고려하여 조직개편안에 공정성, 공공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지만, 엄연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 사장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직개편이 성공하기 위해 개편안이 공영방송의 정신에 부합해야 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기를 요구했으나, 경영진은 구성원들의 합리적 요구 또는 비판을 진지하게 수렴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사회에서조차 우리들의 건설적인 제안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개편안은 공사 창립이후 최대 조직개편”이라며 “그래서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개편을 하면서도 일방적인 설명회에 그치고, 구성원들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 일주일이라도 더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고대영 사장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했다. 또 공영방송 KBS 이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개편 논의를 해야 할 다수 이사들은 경영진의 무성의함을 방관했고, 시간을 더 줄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늘(4일) 표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무도한 조직개편안 결정방식에 들러리 서는 표결을 거부했다. 이후 조직 개편으로 인해 우려되는 공영성의 훼손, 시청자의 신뢰 상실, 수익성 감소 등 모든 부작용에 대해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다수 이사들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노조 “조직개편 책임 끝까지 물을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조직개편안 이사회 통과를 주도한 경영진과 다수이사들을 비판했다. 새 노조는 “고대영 사장과 ‘조직개악안’에 찬성한 강규형, 김경민, 변석찬, 이원일, 조우석, 차기환 등 6명 이사에게 묻는다. 이 같은 조직과 제작 프로세스를 갖고서 방송법 제44조 ①항에 명시한 한국방송공사의 공적 책임인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②항과 ③항에 명시된 것처럼 양질의 방송서비스와, 방송기술 연구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③항과 ④항에 명시된 새로운 방송프로그램과 민족문화 창달·민족 동질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KBS 조직개편 후 제작 프로세스 (표=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새 노조는 “‘흥행성과 수익성의 잣대’ 아래 공익적인 시사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는 신음하다 고사할 것이고, 교양 프로그램은 감동과 공익보다 ‘말초적인 재미’에 내몰릴 것이다. 라디오 시사·정보프로그램은 보도본부의 기형적인 운영과 관리 통제 아래 현재의 ‘KBS뉴스’처럼 ‘공정한 뉴스’도 ‘유익한 정보’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드라마 역시 <불멸의 이순신>, <제빵왕 김탁구>, <어셈블리> 등 KBS만이 방송할 수 있는 공익과 흥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드라마들은 사라지고 오직 한류에 기댄 ‘로맨틱 코미디’만이 피칭을 통과할 것이며, 예능 역시 경쟁사 프로그램보다는 내부 구성원과 우리 프로그램끼리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내몰려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고 사장과 6인의 이사는 무슨 생각과 배짱으로 단 2주 만에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는가? 이래놓고 또 적자가 계속되면 무슨 면목과 염치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수신료’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라며 “고대영 사장과 거수기 역할을 한 6인의 이사는 조직개편으로 벌어질 향후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경영적인 책임은 물론 모든 법적 책임도 져야만 한다. 새 노조는 끝까지 책임을 묻고, 지난 8년 간 지속되어 온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에서 생긴 모든 적폐를 청산할 것이며 이번 조직개악도 반드시 ‘원상 복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해 11월 말 고대영 사장이 취임한 후, 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 주도로 약 4개월 간 조직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기존 6본부(편성·보도·TV·기술·시청자·정책기획본부) 4센터(콘텐츠창의·라디오·제작기술·글로벌) 체제에서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미래사업·운영·보도·제작·제작기술본부)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변화되는데, KBS의 공영성 대신 수익 창출에만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었다. 그러나 KBS이사회 다수이사 6인은 4일 단독으로 KBS 조직개편안을 처리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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