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졸속 밀실추진’, ‘조직개악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 조직개편안이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에서 통과됐다. KBS는 이르면 오는 16일부터 조직개편안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졸속 밀실추진’, ‘조직개악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 조직개편안이 4일 KBS이사회에서 통과됐다.

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제848차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직제규정 개정(안) △인사규정 개정(안) △개방형 직위 규정 제정(안) 등 3건이 의결사항으로 올라와 있었다. 보통 조직개편과 인사가 맞물려 있기에 함께 처리하고자 한 것이다.

소수이사들은 경영진이 제출한 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다수이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퇴장했다. 7명의 다수이사들이 표결을 진행했고, 6명의 이사가 찬성표를 던져 과반수 찬성으로 일부 ‘수정’된 채 의결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기권했다. 소수이사들은 성명을 준비 중이다.

당초 KBS는 지난달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의결’을 끌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권 추천 소수이사들은 △창의적 조직의 자율성을 해치는 통제 관리 방식이라는 점 △공영방송만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점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권 추천 다수이사들 역시 이사회 연기에 동의해 4일로 미뤄졌다.

그동안 KBS 경영진은 KBS 4개 협회(경영·기자·방송기술인·PD)를 면담했고 지난달 29일 경영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양대 노조뿐 아니라 직능단체들이 요구했던 ‘전 사원에게 공개된 공청회 혹은 설명회’ 형태도 아니었고, 4개 협회를 만날 당시에도 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고 면담 시간도 짧아 ‘형식적인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회와의 면담 이후에도 노조의 ‘조직개편안 반대 투쟁’이 지속되고,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잇따랐던 이유다.

KBS는 지난해 11월 말 고대영 사장이 취임한 후, 혁신추진단(단장 정철웅) 주도로 약 4개월 간 조직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기존 6본부(편성·보도·TV·기술·시청자·정책기획본부) 4센터(콘텐츠창의·라디오·제작기술·글로벌) 체제에서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미래사업·운영·보도·제작·제작기술본부)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변화되는데, KBS의 공영성 대신 수익 창출에만 주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조직개편안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이 급속도로 이루어져 양대 노조는 조직개편안 철회 및 재검토를 줄곧 요구해 왔다. 조직개편안 관련 내용은 3월에야 일부 풍문으로 돌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고, 4월 18일 임원회의, 4월 19일 양대 노조 설명회, 4월 20일 KBS이사회 설명회가 이루어졌다. 이후 KBS이사회에 몇 차례의 보고를 했고, 4일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이사회 첫 보고 2주 만에, 고대영 사장 취임부터 따지면 이 모든 과정이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03년 정연주 사장 시절 국부제를 팀제로 바꾸는 조직개편 당시에는 사원 설명회 3회, 각 본부 설명회 및 워크샵, 노동조합 3개월 협의 등을 포함해 총 10개월이 걸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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