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접속 차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자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정원은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개진했다. 최근 국정원 옹호 칼럼으로 논란을 빚은 조영기 심의위원은 노스코리아테크와 관련해 “북한이 체제 선전 등을 목적으로 대리인으로 해당 기자를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통신심의소위(위원장 장낙인)는 3일 <이의신청 심의에 관한 건>-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 안건을 다뤘다. 통신심의소위는 3월 24일 영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접속 차단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6조(헌정질서 위반 등) 4호는 “헌법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존립을 해하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하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관련기사 : ‘노스코리아테크’ 차단, 국정원이 시켰나)

노스코리아테크, “이용자들 알권리 침해”…국정원,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

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된 모습

노스코리아테크의 ‘접속차단’은 AP 통신을 통해 보도돼 해외로부터 먼저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외신 기자 마틴 윌리암스(Martyn Williams)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전문 웹사이트로서 학술 및 보도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코리아테크의 기사를 인용한 보도들도 상당하다. 마틴 윌리암스 측은 다른 외신기자들로부터 한국에서의 ‘접속차단’ 소식을 듣고 (사)오픈넷을 통해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마틴 윌리암스 측은 ‘이의신청서’를 통해 “노스코리아테크에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며 “북한의 주의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개설된 사이트가 아니다.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학술적 목표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사이트 전체를 접속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및 이용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국정원은 노스코리아테크와 관련해 “해당 사이트는 북한과 관련한 자료와 앱 등을 소개하는 등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접근금지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방통심의위 사무처 또한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중앙조선TV 등의 사이트를 고새하면서 링크하고 있다”며 “로동신문 등에서 나온 동영상을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아울러, 앞서 방통심의위에서 접속차단 결정된 북한 라디오사이트를 링크했을 뿐 아니라, 북한에서 제공하는 아이패드용 앱 등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의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에 대한 이의신청은 정부여당 추천을 받은 심의위원들 다수에 의해 ‘기각’됐다. 청와대 추천 조영기 심의위원은 “마틴 윌리암스 측은 ‘북한 주의주장 찬양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북한 로동신문을 그대로 전제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영기 심의위원은 “이 사이트가 왜 나왔는지 봐야할 것 같다”며 “북한은 한국에서 ‘북한 관련’ 운영되는 사이트들이 차단되고 있으니 외국인을 북한의 대리인으로 내놓은 게 아닌가 판단된다. (사이트에서도)북한의 선전선동 활동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조영기 심의위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조영기 심의위원은 “김정일이가 1974년 5월 7일 담화 발표한 것을 북한에서는 75문건이라고 한다”며 “그걸 보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접언론이라고 해서 한국 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기능이 포함돼 있는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을 허용하는 게 언론의 자유인가. 전 절대로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은 (노스코리아테크 등과 같은)사이트를 차단하는 것 밖에 없다. 왜 영국인이 미국에 가서 북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기각’을 주장했다.

‘한국에 있는 외신기자들이 노스코리아를 통해 북한 관련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조영기 심의위원은 “북한 관련 자료라면 ‘북한자료정보센터’라는 곳이 있다”며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연구 목적이라면 다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 또한 “외국 기자들 또한 꼭 노스코리아테크를 통해서만 북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여당 추천 고대석 심의위원은 ‘노스코리아테크’ 이의신청과 관련해 “로동신문을 인용, <국가보안법> 위반 북한의 선전선동을 하던 정보 및 사이트를 그동안 차단해왔다”며 “이번에도 굳이 인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김성묵 심의위원(부위원장) 또한 “북한 선전사이트를 링크한 것도 그렇고 원문 게재한 것도 그러고 통합적으로 봤을 때 기각이 옳다”며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할 것”이라고 말해 입장을 같이 했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 ‘보류’ 주장했지만 다수결에서 밀려…소송가나

노스코리아테크에 올라온 방통심의위 '접속차단' 관련 기사

반면,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은 “원문을 보려면 다른 사이트 가서 보고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사이트를 운영할 때 그게(기초 자료 제공이)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찬양 고무 목적인지 아니면 북한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는 곳인지 어떤 목적인지가 중요하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 방통심의위 내 조사가 안 됐다면 심의를 연기하는 게 옳다”고 ‘보류’ 입장을 냈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그동안 해당 사이트의 70% 이상이 불법정도 일 때 ‘접속차단’을 결정해왔다는 점에서 노스코리아테크 또한 그런 상황인지 검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은 노스코리아테크와 관련해 “북한의 각종 매체들을 링크한 내용들도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해당 사이트 기사를 인용해 북한 내 인터넷이 3시간 먹통이었다는 보도들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기사가 작성되고 보도 되고 있는 것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이트를 운영하는지 좀 더 고려되어야할 사항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사이트라는 점에서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못했는데 법정 대리인이 선정돼 있는 상황에서 소송에 가더라도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쳤는지도 중요한 일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해 ‘보류’ 입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입장은 결국 다수결에서 밀렸다.

이날 노스코리아테크 측의 ‘이의신청’은 다수결에 따라 최종 ‘기각’(김성묵·조영기·고대석) 됐다. (사)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방통심의위가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은 내렸다. 노스코리아테크 내 어떤 기사들이 불법인지 심도 있는 검토가 되지 못했다”면서 “방송사들도 그 정도의 인용은 다 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을 얼마나 인용해 찬양 미화로 본 것인지 확인부터 해야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오픈넷은 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과 관련해 즉각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노스코리아테크 운영자 마틴 윌리엄스는 해당 사이트에 <North Korea blocks Twitter, South Korea blocks me> 기사(4월 2일)를 통해 한국 내 표현의 자유를 북한에 빗대어 “두 나라는 인터넷 검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인터넷 검열의 최신 프리덤 하우스 평가에서 ‘부분적 자유’로 선정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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