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9년 간 KBS 방송뉴스를 분석한 결과, KBS는 어버이연합의 타 단체 방해 및 맞불집회 등을 ‘보수단체 입장’이라며 총 73차례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버이연합이 주도한 집회가 최근 뉴스타파 등 보도를 통해 사실상 '관제집회'였음이 드러난 것을 감안하면 정권 입장에서는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3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KBS 어버이연합 보도 은폐 규탄 및 공영성 말살 조직개편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2009년 6월 3일 서울대 교수 100인 시국선언을 방해하고 있는 어버이연합 모습(<뉴스5>), 2010년 1월 21일 대법원이 MBC 광우병 편 제작진 무죄 판결을 내린 데에 대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는 어버이연합 모습(<뉴스5>)

2006년 출범한 어버이연합은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 100여명 시국선언 방해, MBC <PD수첩> 광우병 편 무죄 판결 항의, 한미FTA 비준 찬성 집회,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비난 집회 등을 벌이며 활발히 활동해 왔다. 새 노조가 2008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까지 KBS 방송을 통해 나온 ‘어버이연합’ 뉴스는 총 73건이었다.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어 없이 ‘보수단체’ 등으로 우회 언급된 뉴스를 제외한 수치다.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진 올해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4년(18건), 2011년(12건), 2010년과 2012년(각각 6건), 2009년과 2013년(각각 4건), 2015년(3건) 순이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뉴스9>가 15건(단신 4건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뉴스광장> 1, 2부가 12건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뉴스12>(7건), <뉴스5>(7건), <뉴스7>(5건), <뉴스라인>(5건), <930뉴스>(3건), <일요뉴스타임>(2건), <뉴스광장-경인>(1건), <뉴스9-경인>(1건), <시사진단>(1건), <아침뉴스타임>(1건), <취재파일K>(1건)가 그 뒤를 이었다.

사안별로 보면, 행사 및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항의한 것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맞불집회 18건, 기타 10건, 대북 전단 뿌리기 3건 순이었다. 새 노조는 △2010년 1월 21일 MBC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대법원장에게 항의한 사건 △2011년 7월 31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막아선 사건 △2012년 4월 5일 민주당 김용민 후보자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한 사건 등을 어버이연합의 방해 공작 사례로 꼽았다.

새 노조는 “눈에 띄는 것은 어버이연합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 시위에 맞서 이른바 맞불집회에 나섰을 때, 집회 참가자 규모의 차이를 무시한 채 대등한 주장인 듯 보도한 사례들”이라며 2011년 11월 당시 한미FTA 비준 반대-찬성 집회를 예로 들었다. KBS는 2011년 11월 24일 <뉴스광장>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대 6000명의 목소리와 비준 찬성하는 100명 남짓의 어버이연합 회원 목소리를 마치 찬반양론이 비슷한 수준인 것처럼 보도했다.

맨윗줄 왼쪽부터 2011년 11월 10일 <뉴스9>와 2011년 11월 24일 <뉴스광장>, 두번째 줄 왼쪽부터 2012년 4월 5일 <뉴스9>와 2012년 4월 19일 <뉴스광장>, 세번째줄 왼쪽부터 2014년 2월 26일 <뉴스광장>과 2015년 1월 22일 <뉴스9>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18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지만 내용은 부실했다. KBS는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를 벌일 때 알바를 동원했다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첫 보도가 나온 4월 11일부터 약 열흘 간 침묵하다가 22일 <뉴스광장>에서야 경실련의 어버이연합 검찰 수사 의로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18건 중 11건은 4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보도·편집국장 조찬 자리에서의 해명과 여야 공방 등 ‘정쟁 프레임’ 안에서 다뤄졌고, 7건 역시 시민단체 고발과 이에 따른 수사 상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새 노조는 “KBS가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스스로 취재해 발굴해 낸 뉴스는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성재호 새 노조 본부장은 “KBS뉴스가 사실 또는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2가지가 있다. 보도 안함으로써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있다. 두 번째는 보도를 하는데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정쟁과 같은 정치적 프레임 안에 가둬놓는 것”이라며 “어버이연합 뉴스를 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정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수영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KBS뉴스는 어버이연합이 벌인) 맞불집회와 일반 집회 규모 차이가 현격함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찬반 의견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버이연합이 굉장히 정상적이면서 상당한 여론을 형성하는 단체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본질인 (전경련의) 자금 지원과 실체, 청와대라는 권력과의 유착 의혹제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를 ‘은폐’하다시피 하는 현재 행태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공방위에 나온 사측 위원들은 “논의할 만한 가치가 없다”, “객관적 사실이 드러난 것이 없다”, “의혹만 가지고 모든 것을 보도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새 노조는 “어버이연합 집회 때마다 보수단체의 주장이라며 빠짐없이 보도하던 KBS와 MBC가 청와대와 국정원이 관제데모를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며 “관제데모를 돈으로 지원한 전경련보다 ‘보도와 은폐’로 지원한 공영방송이 훨씬 더 나쁘다”고 한 역사학자 전우용 씨의 말을 언급하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취재 TF를 구성해 어버이연합에 쏟아지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조언하자면 두 달 전 JTBC와 보광을 향해 만들었다 해산한 TF를 다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KBS는 방송뉴스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총 18건 다뤘으나 내용은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이나 수사에 착수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메인뉴스 <뉴스9>에는 총 3번 등장했다. 왼쪽부터 4월 26일 KBS <뉴스9> 단신, 4월 29일 <뉴스9>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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