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퀴어축제(6월)를 앞둔 상황에서 TV조선이 성소수자 혐오 보도를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TV조선은 “동성애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만 지속되고 있다”는 등 성소수자 문제를 정체성이 아닌 ‘허용’의 문제로 접근해 ‘반인권’적 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TV조선은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련성에 대해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결해 보도하기도 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동성애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충격적 소식”이라는 수사를 붙여 공포감을 조장하려는 행태까지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지난 29일부터 1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4사 메인뉴스를 모니터하고 TV조선 <뉴스쇼 판>이 선보인 ‘AIDS’ 관련 3개의 리포트를 ‘나쁜방송보도’로 선정했다. TV조선은 지난달 29일 △<10대 청소년까지 파고든 동성애>(▷링크), △<에이즈 심각…“동성애 확산 때문?”>(▷링크), △<요양병원 “에이즈 환자 안 돼”…현실은?>(▷링크) 리포트를 배치해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중에는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걸린다’는 뚜렷한 근거 없는 내용을 그대로 노출한 경우까지 있었다.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리포트

TV조선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동성애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에이즈 감염 경로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시내 곳곳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만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2016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있다’면서 에이즈 감염의 경로로 성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TV조선은 “동성애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동성애는 어느새 젊은 층들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면서 “팔장끼고 뒤에서 끌어안고 그런 애들이요. (학교에) 한 4~5명 있어요”, “(동성애 웹툰)생각보다 많이 보는데 별로 혐오스럽거나 그러진 않은 거 같아요.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되는 거니까”라는 발언 등을 보도했다. ‘동성애 허용 여부 논란’, ‘스며들고 있다’는 등의 표현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대표적 사례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동성애=문제’, ‘동성애 문화=청소년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기본적 전제가 깔려있는 셈”이라며 “(특히) 학생 인터뷰는 ‘유도성’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리포트를 통해 TV조선은 성소수자들이 퇴폐적 문화를 즐긴다는 선입견을 재생산할 수 있는 구성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TV조선은 “남성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요 전파 경로인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며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감염자의 90% 이상이 남성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남성 동성애를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동성애 단체들은 에이즈와 연관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리포트

문제는 에이즈 감염의 원인을 동성애와 연결하면서 터무니없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TV조선 뉴스에서 수동연세병원 염안섭 원장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성관계를 통해서 에이즈가 주로 감염되고 있다면 남녀 성비는 5:5가 돼야하는데 오히려 남성비율이 92%보다 조금씩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누적 감염자 만 여명 가운데 92%가 남성”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TV조선은 또 “학계에서는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입증이 어려운 만큼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부연하기도 헀다. 시종일관 남성 간의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시각을 유지한 셈이다.

TV조선은 에이즈환자들의 병원치료의 어려움을 보도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면서도 오히려 “요양병원들은 일반환자들의 반발과 2차 감염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에이즈 환자들의 입원 치료를 23개 공공요양병원과, 현재 환자를 받는 3곳의 민간 요양병원으로 제한하자고 주장한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리포트를 배치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은 동성애를 에이즈 감염의 원인으로 몰아가면서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의식을 드러냈다”며 “그 방식으로 ‘동성애=에이즈’라는 위험을 부각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요양병원’이라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을 결합시켜 공포심을 자극하는 프레임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동안 국민일보 등 종교적 색채가 분명한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서나 내놓은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 보도 행태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톱보도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기본 책무가 객관적 보도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배격해야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TV조선은 스스로 언론의 자격을 내던졌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