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3개의 안타를 친 김현수에게 절실한 것은 꾸준한 출전 기회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음을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내는 김현수는 힘이 아닌 기교로 안타 기계다운 능력을 선보였다.

김현수 한 경기 3안타, 타율 6할의 벤치 멤버? 이제 그에게 지속적인 출전이 필요하다

엉성한 경기력으로 재역전을 당하며 진 볼티모어이지만 김현수만은 빛났다. 물론 마지막 타석 무사 1루 상황에서 2루 땅볼 병살은 옥에 티가 되었지만, 그 전 3타석은 완벽했다.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 개의 안타를 몰아친 김현수는 자신이 왜 경기에 나와야만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선발 좌익수 9번타자로 경기에 나선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터졌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발 에이스인 맷 레이토스를 상대로 1루수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타구로 메이저 입성 첫 2루타를 쳐냈다. 언뜻 보면 못 잡은 것이 이상하게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타구였다는 의미였다.

김현수, 메이저리그 첫 2루타 [AFP=연합뉴스]

우측 라인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쳐낸 김현수는 사력을 다해 2루까지 내달렸고, 그렇게 첫 타석부터 2루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완벽한 타이밍에 힘과 힘의 대결에서 승리한 김현수의 안타 행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선발 마운드 대결로 보였던 경기는 난타전으로 흘렀고, 양 팀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를 펼쳤다.

4회 2사 상황에 타석에 나선 김현수는 이번에는 결대로 타격하며 두 번째 안타를 만들어냈다. 첫 타석과 달리 밀어 안타를 만들어낸 김현수는 상황에 맞는 타격이 가능함을 보였다. 시프트가 일반화된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한 방향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6회 세 번째 타석 역시 기술적으로 완벽한 김현수의 승리였다. 변화구를 툭 갖다 맞춰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낸 김현수는 세 타석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다. 기술적으로 부족할 것이 없는 김현수의 안타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의아해 했을 듯하다. 이렇게 잘 치는 타자를 왜 타석에 내보내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현수, 메이저리그 데뷔 첫 3안타 [AP=연합뉴스]

시범경기와 실전은 다르다. 물론 메이저리그를 경험하지 못한 김현수에게는 신인들처럼 시범경기에서 자신을 증명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현수를 철저하게 분석해 영입한 볼티모어로서는 믿었어야만 했다.

시즌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앙금을 만들었지만 온갖 핍박 속에서도 김현수는 어렵게 주어진 타석에서 최선을 다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의 안타만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그의 주루하는 모습을 보면 오늘이 끝이라도 되는 듯 달리는 모습이었다.

첫 2루타를 만드는 과정에서 1루수를 벗어나자마자 원을 그리듯 1루 베이스를 찍고 2루로 향하는 김현수의 빠른 판단력은 넉넉한 2루타를 만들었다. 득점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그의 주루는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홈으로 무사히 들어온 후 덕아웃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김현수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기회를 주지 않던 벅쇼월터 감독도 김현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했다. 스콧 쿨바 타격코치는 피칭머신 훈련으로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꾸준하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말도 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노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4월 김현수는 17타석에서 9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타율 6할에 출루율은 무려 6할4푼7리로 올랐다. 이 정도 타격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벤치 워머로 있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물론 5월부터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를 거부하며 적잖은 충돌을 이끌기는 했지만, 4월 한 달 동안 김현수는 쉽지 않은 출전 기회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바로 타율 6할이다.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활약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래서 나온다.

김현수, 폭투에 2루까지 [AP=연합뉴스]

시작부터 불같은 타격감을 보인 릭카드는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신인으로서 넘어설 수밖에 없는 고비가 찾아왔다는 점에서 김현수에게는 그만큼 가능성이 커지는 5월이다. 수비도 안정되어 있고, 타격과 주루 플레이, 근면성까지 갖춘 김현수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김현수가 지금처럼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기회는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굴곡은 존재한다. 신고선수로 프로에 들어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김현수.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가 된 만큼 그에게 현재의 어려움은 딛고 일어서야 할 과제일 뿐 좌절은 아닐 것이다. 보다 많은 기회는 김현수가 현재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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