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목표는 늘 같고, 전략은 더 치밀해지고 있다. 자본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은 노동을 옥죄었고,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IMF 이후 정규직은 붕괴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조직된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자본과 정치권력은 노동에 ‘경쟁’을 요구했고, 노동의 목표는 ‘생존’이 돼 버렸다. G20에 속한 국가의 시민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들어 노동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직접고용을 늘리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는 취임과 동시에 말을 바꿨다. 이 정부는 노동을 정조준했다. 정부는 정규직 노조를 ‘경제를 좀먹는 기득권’으로 볼모 잡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운동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본에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일방 변경’이라는 무기를 쥐어줬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대책으로 ‘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은 지금 이른바 ‘노동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양대지침 등 노동에 대한 제도적‧이데올로기적 공세는 노동자가 ‘단결’할 가능성을 거세하고, 노사가 ‘교섭’해 결정할 문제를 자본에 넘겨, 노조의 ‘단체행동’을 차단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용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고, 위험은 외주화되고 있고 있다. 그리고 이윤은 점점 사유화되고 있다.

노동자의 미래를 여실히 드러내는 곳을 들여다보자. 바로 산업단지, ‘공단’이다. 이곳은 자본에게 ‘파견의 천국’이자 정치권력에게 ‘실험의 장소’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단은 대기업의 하청기지가 몰려 있는 곳으로, 노동개악의 즉각적인 효과를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청년들이 파견노동자로 일하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만들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일어나지 않은 메틸알코올 산업재해로 실명위기를 겪은 곳 말이다.

민주노총 공단전략조직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4월 28일 ‘2016년 전국공단 임금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는 노동의 미래를 잘 드러낸다. 서울디지털단지에서 설문에 응한 노동자의 40.7%는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했다. 19.9%가 ‘취업규칙 변경’을 목격했고, 16.8%가 ‘성과 차등지급’ 대상이 됐다. 전국 공단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공단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6542원으로 법정 최저임금(6030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파견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2.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의 미래’ 정책위원인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은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노동개악의 본질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에 물리적으로 지우고, 그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양대지침이 사업주에게 무기를 쥐어줬을 뿐더러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취업규칙 일방 변경과 쉬운 해고로 노동조합 결성의 계기가 모두 사라질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정부의 노동개악은 실업을 조직화하고 재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는 파견법 개정은 정규직 노동자와 여성을 반실업 상태로 만들어 파견으로 활용하려는 것인데, 이럴 때 재벌의 하청체계는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 노동을 흔들어 가장 밑단에서부터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노동개악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 IMF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들은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며 재벌을 위해 노동을 희생시켰다.

박준도 위원장은 노동의 양보와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부터 파견노동자까지 함께 싸워야 할 때라고 봤다. 그래야 노동자운동이 혁신할 수 있고, 지금의 노동개악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스는 노동절을 앞둔 4월 2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사회진보연대 사무실에서 박준도 위원장을 만나 노동개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실제 산업단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개악의 내용은 무엇인지,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 (사진=홍명교 사회진보연대 미디어국장)

-박근혜 정부가 경제위기, 양적완화, 구조조정, 노동개악을 동시에 말한다. MB 정부 때에 이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면서도 청년과 중장년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간담회에서도 굉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파견법 개정을 이야기하면서 “한이 맺힌다”고까지 얘기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에 지우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을 개악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조직노동자들이 자기 이익 때문에 임금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일 년 내내 떠들었다. 이런 여론을 만들어놓고 동시에 양보를 얻어낼 방법을 찾으려는 흐름이 있었다. 일정정도 양보를 얻어냈다고 생각하고, 조직노동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을 성공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면 사업주들은 대번에 알아먹는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판단된다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밀어붙인다. 연장근로 중복할증을 안 하는 취업규칙 변경, 양대지침 같이 나중에 법원에서 뒤집어질 것들이 많지만, 일단 밀어붙이라는 사인을 정부가 사업주에게 준 것이다. 이런 것들을 주저하지 말고 해야 기업이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사인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어나는 실제 양상은 이렇다. 우리는 보통 양대지침을 ‘조직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30~50인 이상과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노동개악이 발견된다. 연차 휴가를 공휴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기상여금 조항에 ‘근무성과에 따라서’라는 문구를 하나 집어넣어 통상임금에서 빼버리는 그런 방식이 공단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주들에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고, 정부의 지침으로 사업주들은 ‘물리력’을 가지게 됐다. 사법적 판단은 뒤로 미루더라도 말이다. 과거 근로감독관이 “함부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할 문제들을 일단 밀어붙일 수 있는 물리력 말이다. 이게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난다. 정부의 사인(sign)은 이렇게 드러난다.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은 대기업만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다. 산업단지는 이를 추진하기 좋다. 100인 전후 사무직들이 있는 사업장도 많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준다든가, 삼진아웃을 한다든가, 꼴찌 5%와 10%를 퇴출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정부는 마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면 임금피크제를 경험한 노동자는 전체 공단 노동자의 2.3%뿐이다. 노동개악의 목적이 무엇인지 볼 수 있다.

-양대지침 강행 과정에서 받았던 느낌은 “이 정부는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이유, 노동자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잘 나가는 회사에 성과를 나눠달라는 경우와 회사가 갑자기 노동조건을 악화시켰을 때다. 그런데 양대지침은 사업주가 수당에 관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노조 결성의 계기를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저성과자를 해고’해서 다른 계기도 없앤다. 노조 하려는 사람을 저성과자를 만들기는 쉽다. 기록은 뒤지면 나온다. 실제 노조 간부에 대한 공격은 “지난달 근태가 안 좋았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시 돌아가면 정부의 노동개악은 자본에게 이런 사인을 던진 것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다.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해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겠다.” 처음부터 잘못됐다. 정부는 성장할 수 있는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하든가, 같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방식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는 죽고 재벌은 살게 된다. 노동자는 희생되고 사업주는 생존하게 된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 노동자는 양보했고 재벌은 성장했다. 노동자들의 희생은 재벌이 세련적인 경영을 하도록 해줬고,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기반이 됐다. IMF 때 정규직이 다 날라갔고, 2008년 고용불안정층이 희생됐는데 재벌은 전혀 나눠준 것이 없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한 번 더 그런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을 이야기하면서 실업대책으로 ‘파견법’을 또 강조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파견법을 개정해) 통닭집 하지 말고 파견직 취업하도록 하자”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두고 “먹고살기 힘든 자작농이 자진해서 ‘노비’ 되는 일은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올바른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지도자가 나온 건, 역사상 처음입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현실은 더 참혹한 것 같다. 조선, 해운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선업의 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이제 더 질 낮은 일자리인 ‘파견’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직업 알선을 잘 하는 곳이 파견업체라고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직업안정법을 개정하면서 파견업체들은 협회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파견 활성화가 실업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을 해왔다. 그들이 말하는 파견은 이렇다. 석 달을 일하고 한 달 쉬는 노동자에게 갑자기 전화가 온다. “당신 일 없지 않느냐? 여기 와 보겠나?” 업체는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있고, 대규모 산업단지 근처에서 파견노동자를 만들어낸다. 좀 어렵게 표현하자면 ‘실업의 조직화’다. 정부는 이런 파견업체를 통해 실업을 조직화해서 실업을 관리하려고 한다. 석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노동자의 불만은 ‘관리 가능한 불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견업체들은 노동자의 직업군, 연락처 등을 축적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한다. 파견을 ‘호출노동’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어떤 결과,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파견에 내몰린 노동자는 자신의 미래, 가족, 결혼을 설계할 수 없다. 휴식의 개념도 바뀌게 된다. 석 달 일하고 한 달 쉰다면 일하는 석 달 동안은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 특근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하니까.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땡큐’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공급이 돼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대규모 반실업자가 동네에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전근대적이고 폭력적인 노무관리의 문제다. 석 달마다 사람이 바뀌면 공정이 안정화되지 않는데 노무관리가 폭력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걸 가장 잘 하는 곳이 서울, 안산, 인천에 있는 공단이다. 노동력을 공급할 여성노동자들이 많고, ‘과학적인 노무관리’를 자랑하는 노무법인이 몰려 있는 곳이다. 노동개악의 대상은 30인 미만 사업장, 300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격하는 곳, 정부가 파견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사업장이 아니다. 파견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30~50인 이상에서 300인 미만 사업장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사람이 한둘 빠져나가면 공정이 불안정해지고, 여기는 파견업체의 거래대상도 아니다. 언론도 이런 점을 짚어야 한다.

-언론 이야기를 잠깐 하면, 이미 사진부문 등은 외주화한 곳이 많다. 파견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자와 방송작가도 포함된다. 소득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시행령으로 고치기 때문에 많은 기자들과 작가들이 파견 대상이 된다. 다시 노동개악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노동자의 미래에서 조사를 해보니, 공단에서 가장 열악한 것이 파견노동자다. 장기임시, 한시근로, 기간제, 파견 중 가장 열악하다. 기간제와 파견은 시간당 임금이 천원이나 차이 난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직장동료와 사업주는 파견노동자를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상호 윤리의식이 떨어진다. 메틸알코올 산재 사고는 이런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자기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위험한 물질을 파견노동자에게 만지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노동개악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지 않아서 일자리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청년들은 ‘헬조선’ 이야기를 하지만 ‘일자리’ 문제에서는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이데올로기가 일정 부분 먹혀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주장이 허구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 특히 조직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는 데에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상황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서 나의 임금이 오를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매우 적대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단 같은 실제 현장에 그런 정서는 거의 없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유인물을 나눠줄 때 우리는 “저는 민주노총입니다”라고 한다. 그래야 유인물을 받아간다. 민주노총이 당신 옆으로 가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 오히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유인물을 받아간다. 민주노총이라고 해야 공신력을 얻는다. 동의 여부는 떠나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지금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자기 이름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노동자들이 동의할 만한 구호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조직화사업이고, 미조직노동자 권리찾기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민주노총임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왜 민주노총에 동의하지 않는 걸까. 그 동안 자유주의 보수정권의 공세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저항도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노조운동가들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운동한다. 조합원들의 공통경험을 운동으로 만든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공단 노동자의 공통경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점점 노동운동의 시야가 안에 머무르게 됐고, “시야를 넓히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사측과 정부와 개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시야가 이상해졌다. 지금 노동개악에 저항하려면 당사자인 공단노동자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당장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근거로 싸워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금은 시야를 돌려야 한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이 제1야당의 대표인 김종인씨조차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가 자기 조합원 이익을 지키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와 김종인 식의 야당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내놓는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다. “당면한 한국경제의 상황 상 그것 말고 해법이 없다”는 게 여든 야든 그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1997년 IMF 때 재벌에 퍼준 것이 민주당이었고, 2008년 또 노동자에게 희생을 요구해 재벌에 퍼준 것이 한나라당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노조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공통의 적을 찾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에서 ‘연대’는 공통의 적이 누구냐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그 적은 ‘재벌’이다. 재벌을 상대로 전선을 만들다 보면 옆을 볼 수 잇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만이 현대라는 재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품사들과 함께 싸우면 그들의 체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공업과 함께 싸우면 현대라는 재벌의 모습이 더 크게 드러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옆을 볼 수 있고, 노동자운동을 혁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비정규직을 조직해서 동맹군을 만들고 같이 힘을 모아야 재벌과 싸울 수 있다. 사내하청 조직화만 가지고는 안 되고, 공단의 노동자, 운수노동자도 함께 조직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공통의 적을 만들고 재벌 체제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화사업과 공동투쟁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물리는 상황을 바꿔낼 수 있다.

-맞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부터 3차 협력사, 운수노동자까지 함께 움직여야 진짜 삼성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구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노동운동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 “재벌체제에 맞서는 운동”이라는 담론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또 양보하라는 것이냐”는 질문으로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운동 내부에서는 “우리 힘만 가지고 안 되니 옆을 보자, 더 옆을 보고 같이 싸우자”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공단노동자들의 실태를 봐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의 허구성을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을 반긴다. 노조를 싫어하는 사람만 보지 말고, 노조를 반기는 사람과 무엇을 같이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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