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맡고 나서 들은 말 중에 ‘그거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에요’ 하는 반응이 많았다. ‘꼭 챙겨보는’ 분들이 많구나. 왜 챙겨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해외) 정보가 많기는 한데 단편적인 게 많다. 포털에서 검색되는 것들은 편린들이다.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우리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_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기자간담회에서 MC 양영은 기자

443부까지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 KBS <특파원 현장보고>와 <세계는 지금>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글로벌 정보쇼 세계인>이 ‘한몸’이 됐다.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통합하되, 서로 성격이 다른 기자와 PD들의 협업을 꾀해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취지로 탄생한 결과물이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이다.

4월 23일부터 새단장해 방송되고 있는 KBS 1TV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2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KBS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PD들의 협업이 주요 변화 포인트이니만큼, 협업 체제로의 변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임기순 팀장(PD)은 “그간 보도본부에서 제작했던 <특파원 현장보고>와 제작본부에서 만들던 <세계를 가다>가 비슷한 성격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는 (두 개를) 합해 좀 더 시너지 효과를 만들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매주 가장 따끈따끈한 국제 소식을 다루는 <핫 이슈>는 기자들이, 당장의 일은 아니더라도 알아야 하는 중요한 테마를 다루는 <이슈 인사이드>는 PD들이 담당하고 데스킹도 각각 맡는다. 일반 취재물은 기자-PD 특파원이 머리를 맞댔다.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스타일로 일해 온 기자와 PD가 함께 하는 과정에서 혹시 마찰이나 진통을 겪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임기순 팀장은 “둘의 장점이 분명히 다르다. 제작 스타일이나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나.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려하시는 부분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서로 이해하려고 가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의 진행을 맡은 양영은 기자는 “처음에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놀랐다. 세트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뉴스 세트는 심플한 편이고, 기사 어미나 조사 하나에 신경 쓰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걸 통해서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자-PD 협업 체제는 아이템 선정에도 영향을 줬을까. 임기순 팀장은 “국제 시사 위클리 프로그램이니만큼 시의성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보도국의 장점인 ‘속보성’을 중시할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정보 프로그램이니만큼 정보성을 갖추되 심층성을 가미해서, ‘날이 서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핫 이슈를 빠르고 심층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현장성 있게, 심층적으로”

왠지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는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제작진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임기순 팀장은 “국제 시사 이슈는 자칫 잘못하면 단순 전달에서 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고정 패널, 오픈 패널을 모셔서 브리핑보다 ‘이야기 형식’을 차용해서 (쉽게) 전해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는 고정 패널 두 명이 등장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지윤 박사,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동환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지윤 박사는 “미국 대선에 이렇게까지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진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도되는 내용은 ‘경선이 이런 식으로 끝났다’, ‘누가 이겼다’ 등 추상적인 얘기가 맣은데 ‘도대체 왜 트럼프가 이기고 있나’, ‘미국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등의 이야기를 단순 나열이 아닌 정치학적·사회학적으로 쉽게 풀어드려서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제 시사는 어려운데 경제는 더 어렵지 않나”라고 말을 꺼낸 김동환 소장은 “예를 들어 트럼프 이슈를 볼 때, 보도물을 통해 받는 뉴욕 사람들의 생각과 직접 미국에서 경험했던 사람들의 생각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제 전문분야가 경제이기 때문에 해외의 다양한 이슈를 ‘경제적 관점’으로 풀어 (그 이슈가) 우리 삶 속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영은 기자는 “두 분이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좋은 콘텐츠를 더 쉽게 말씀할 수 있도록 끌어내기 위해 되도록 빨리 친해지려고 한다. 그래야 정말 모르는 걸 아는척하지 않고 여쭤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광범위한 국제뉴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 중인데 제작진 선배 말을 듣고 ‘너무 아는 척을 하지 않되 너무 모르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임기순 팀장, 양영은 기자,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사진=KBS)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은 지난 23일 첫 방송을 한 상태다. 임기순 팀장은 “편성전략부서에서 첫 회 평가를 했는데 ‘시의성과 역동성, 정보성과 심층성이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가벼움과 진지함, 재미와 정보 사이의 균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나왔다”면서 “첫 방송 시청률이 9.2%가 나와 저희도 좀 놀랐다. 교양 정보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면 놀라운 수치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기순 팀장은 “바람이 있다면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모두가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1TV 주시청층이 높은 편이고 그분들이 참 고맙긴 하지만 40대, 30대, 20대, 크게는 10대까지 (시청자로) 끌어내는 것이 저희의 역할과 책임인 것 같다”며 “실시간 방송과 별개로 화제성을 불러일으켜 SNS 도달률이 높은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KBS 1TV 9시 40분부터 50분 간 방송되는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2회에서는 노총각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중국 광군촌’, 기행과 막말로 이목을 끌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전략’, 원전 폭발 참사 30년을 맞은 ‘체르노빌의 현재’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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