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에 흥미로운 안건이 올라왔다. KBS 메인뉴스 <뉴스9>에서 잦은 자사 드라마를 언급한 홍보성 리포트들을 제제해달라는 게 그것이다. 실제 KBS는 국내외에서 크게 인기몰이를 한 자사 드라마 <태양의 후예> 관련 소식을 빈번하게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뉴스에서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그런 지적이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적용할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27일 KBS <뉴스9>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민원인은 “뉴스에서 자사 드라마 관련 소식을 지나치게 많이 다루는 것은 방송을 사유화하는 것이며, 자사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홍보하는 것”이라고 제재를 요청한 것이다.

KBS '뉴스9' 3월 30일 방송에서 송중기를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시켰다.

민원인, “KBS의 <태양의 후예> 홍보 뉴스는 방송 사유화"

민원인은 KBS <뉴스9>와 관련해 지난달 △<‘태양의 후예’ 중국서 열풍…드라마 ‘한류 새 장’> 리포트(▷링크, 3월 9일)과 △<‘태양의 후예’ 열풍!…中공안 ‘송중기 상사병’ 주의보>(▷링크, 3월 14일), △<‘태양의 후예’ 동남아 열풍…태국 총리도 ‘팬’>(▷링크, 3월 20일), △<[이슈&뉴스] “한국 문화 세계로”…다시 부는 드라마 한류>(▷링크, 3월 29일), △<‘태양의 후예’ 신드롬…송중기 특별 출연!>(▷링크, 3월 30일) 방송된 뉴스들을 문제로 제기했다. 실제 KBS가 자사 뉴스를 통해 <태양의 후예>를 과도하게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은 컸다.(▷관련기사 : ‘태양의 후예’ 자화자찬 여념없는 KBS뉴스/ 송중기도 놀란 KBS뉴스 “이런 질문까지…”)

방송심의소위 심의위원들은 KBS <뉴스9>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과도하게 리포트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위반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4항과 제46조(광고효과) 제3항 제1호 위반 여부를 논의한 결과였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④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라디오방송의 청취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

제46조(광고효과) ③ 보도․생활정보 또는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상품 등을 소개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합리적 기준 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상품 등을 선정하여 해당 상품 등에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

심의위원들, “좋은 보도 아니지만 적용할 조항 없어”

함귀용 심의위원은 “위반 심의규정을 적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며 “‘공정성’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내용을 KBS가 찬성입장만 전달할 때 적용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광고효과’는 상품에 대한 광고효과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뉴스 리포트들이 좋은 보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도편성권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광고보다는 홍보에 가까운 게 아니냐. 방영중인 자사 드라마를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한 것”이라며 “뉴스의 보도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사한 사례라면 SBS <모레시계>(직장인 퇴근 보도)와 <별에서 온 그대> 치맥열풍 등에 가깝다”며 “MBC 또한 <대장금>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유사심의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관련 KBS 보도와 관련해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내 파급력이 커지면서 문화현상을 다룬 뉴스들”이라면서 “도가 지나쳐 눈살 찌푸려지지만 이와 유사한 케이스와 관련해 제재한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묵 소위원장은 “같은 생각이다. 태국총리의 발언이나 중국 공안의 주의보 발령 등 현실적으로 있었던 얘기”라며 “이게 광고효과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면서 ‘문제없음’에 동조했다.

반면, 장낙인 상임위원은 3월 30일 KBS <뉴스9> 리포트와 관련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PPL 제품들을 뉴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화장품, 자동차, 홍삼 등이 그래도 노출됐다. 뉴스에서는 가렸어야했지만 이를 여과없이 보여준 것은 그 의도성과 관계없이 광고효과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광고효과’ 위반으로 행정지도 ‘의견제시’라는 소수의견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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