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 하에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강행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위안부협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 또한 백지화까지는 힘들다 하더라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언론정상화’ 요구 역시 제기되고 있다. 언론매체들의 정부편향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 4·13총선 국면에서도 북풍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거의 선거운동원과 같은 모습을 보여 문제가 됐다. 그렇게 보면 지난 총선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언론매체에 대한 심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 총선 투표가 종료된 뒤 각 방송사에서 발표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언론매체들의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들은 최근 불거진 어버이연합의 탈북자를 동원한 친정부 집회 논란에서도 기존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전경련이 5억3000만원을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입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관계자에게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청와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어달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또, 국정원이 보수성향 단체들을 관리해왔다는 정황도 나타났지만 지상파와 보수언론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와 TV조선 또한 보도하는 이 내용에 대해 공영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KBS와 MBC는 침묵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ères, RSF)가 한국의 언론자유를 180개국 중 70위로 발표한 이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20대 국회가 이런 비뚤어진 언론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언론계 일각의 시각이다.

20대 국회 ‘언론’ 관련 인물 구성은?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은 ‘MBC청문회’ 개최로 드러나고 있다. MBC 출신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포진됐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신경민, 노웅래, 박광온, 김성수, 최명길 의원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김성수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에 들어온 이유는 딱 한 가지.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권미혁 전 방문진 이사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전 추혜선 사무총장 또한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들어가게 됐다.

17대와 18·19대 국회 문광위와 문방위·미방위를 거친 인사들 다수 또한 20대 국회에 재진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우상호, 이상민, 이개호, 정세균, 김부겸, 윤관석, 도종환, 변재일, 이춘석, 조배숙, 전혜숙, 이종걸, 민병두, 안민석 의원이 당선됐고 국민의당 천정배, 장병완, 유성엽 의원 역시 이에 해당한다. 홍의락 의원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청문회’를 추진했던 인사들도 다시 돌아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한정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그들이다.

19대 국회 개원 당시 새누리당에서도 ‘MBC청문회’에 긍정적이었던 유승민 의원(무소속)과 국민의당 이상돈 당선자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 눈여겨 볼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MBC와 종편들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조응천, 표창원, 박주민(세월호) 당선자 등의 활동 또한 기대해볼만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종편 승인과정의 편법 여부를 밝혀낸 검증TF에서 활동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당선자 또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 <김현정의 뉴스쇼>의 ‘표적심의’, ‘정치심의’와 관련해 변호를 맡아 대법원에서 승리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겨레 창간에 합류했던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당선자도 있다. 이 같은 구성원들이 국회 내에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나경원, 정병국, 민경욱, 강효상 당선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여당’에 편향적인 인사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19대 국회에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새누리당 박대출, 이우현 의원이 당선됐다. 종편탄생과 관련해 언론5적으로 규정됐던 나경원 의원과 정병국, 한선교 의원도 국회로 다시 돌아온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19대 국회 미방위 전반기 위원장을 지내며 해당 상임위를 ‘공전화’시켰을 뿐 아니라, 장악된 언론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이다. 후반기 홍문종 위원장 또한 미방위를 식물 상임위로 만들어 비슷한 업적을 남겼다. ‘MBC녹취록’ 사태가 터졌는데도 새누리당 홍문종 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때문에 상임위가 열리지 못했는 지적도 있다. MBC 출신이 대거 입성했다지만, 그 중에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도 있다. 여기에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KBS 전 앵커와 강효상 조선일보 출신 당선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특히, 조선일보는 그동안 방통위 내에 ‘종편 쿼터’가 없어 자신들에 불리한 정책만 편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했던 언론매체 중 하나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강효상 당선자를 통해 무엇을 관철시키려 할지 감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MBC 출신 의원들 다수가 19대 국회에 있었다는 사실도 역시 이후를 전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20대 국회의 복잡한 셈법

20대 국회 미방위에서 ‘언론정상화’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면 최소한 관련 상임위(미방위)를 야권이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동안 미방위원장을 새누리당이 맡으면서 ‘월권’ 논란이 자주 벌어졌다. 한선교 전 위원장은 2012년 말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정감사를 ‘대선용’으로 몰아갔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어느 때보다 ‘언론정상화’ 요구가 높았지만, 새누리당은 MBC 김재철 사장과 KBS 이길영 이사장, YTN 배석규 사장의 국회 출석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용인하지 않았다. 그랬던 한선교 의원은 후반기 교문위로 옮기고 나서는 EBS 수능교재가 ‘좌편향됐다’는 이유를 들어 EBS 신용섭 사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방송사 사장들을 정치적이란 이유로 출석시키지 않았지만, 가장 정치적이었던 건 한선교 위원장이었던 셈이다.

한선교 의원과 홍문종 의원, 설문 의원, 이상민 의원(사진=연합뉴스)

한선교 위원장은 이 밖에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KBS 보도에 대한 비판이 높았을 당시 KBS수신료 인상안을 미방위에 긴급 상정했다. ‘해직언론인법 처리 무산’,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방송법 개정안 무산’ 등 또한 한선교 의원이 미방위원장을 지내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지원금 논란도 제기됐지만 직을 계속 유지했다.

홍문종 위원장으로 교체되고 나서도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홍문종 위원장은 여야 이견이 큰 안건들에 대해 “여야 간사 간 합의하라”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정상화'는 추진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다. 홍문종 위원장은 성완종리스트에도 연루됐지만 한선교 의원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원장 직을 유지했다.

이를 돌아보면 야권이 미방위원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MBC청문회를 미방위에서는 추진하지 못했는데도 환노위에서 추진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상임위 모두 여야 동수로 구성된 상태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상임위원장의 소속이다. 미방위에서는 MBC청문회 개최에 대한 논의조차 불가능했다. 환노위의 경우 김재철 사장 출석까지는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청문회를 여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또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야 동수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며 특별다수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확인 시켰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무산된 것은 한계다.

환노위 MBC 파업 청문회 與불참으로 파행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가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의 불출석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빚었다. 환노위는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MBC 장기파업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청문회 개최에 반발하는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MBC 김재철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 MBC 노조 측에서는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의 구성을 놓고 계산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을 놓고 여야 간 쟁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운영위와 정보위, 여성가족위, 예결특위와 윤리특위를 포함하면 총 18곳의 상임위를 각 당의 의석수에 따라 차지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123석과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따져본다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7~8개의 상임위를 국민의당은 2~3개의 상임위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의장단이 어떻게 구성되느냐, 국회 사무총장을 어느 세력이 배출하느냐, 이른바 '인기 상임위'를 어느 세력이 얼마나 가져가느냐, 구체적인 상임위원 배분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19대 국회 상임위는 △국회운영위원회(위원장 원유철, 여당 몫), △법제사법위원회(이상민, 야), △정무위원회(정우택, 여), △기획재정위원회(정희수, 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홍문종, 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박주선, 야), △외교통일위원회(나경원, 여), △국방위원회(정두언, 여), △안전행정위원회(진영, 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김우남, 야), △산업통산자원위원회(노영민, 야), △보건복지위원회(춘진, 야), △환경노동위원회(김영주, 야), △국토교통위원회(김동철, 야), △정보위원회(공석, 여), △여성가족위원회(유승희, 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김재경, 여), △윤리특별위원회(정수성, 여) 등으로 구성된 바 있다. 여당 10개, 야당 8개였다. 과연, 19대 국회에서 ‘무덤’이라 평가받은 미방위를 야당이 욕심을 내어 가져올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20대 국회는 다를까…정치권의 속성, 언론장악 유혹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20대 미방위의 ‘언론’ 관련 과제로는 △MBC녹취록 논란 등 청문회, △해직언론인 특별법 제정, △종편 특혜 축소(자사렙 소유/중간광고 등), △KBS·MBC·EBS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낙하산 사장 방지법 및 공방위 의무화), △방통심의위 정치심의 및 종편 솜방망이 제재 제동,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진지하게 다뤄질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시하는 관점이 많다. 이를테면 19대 국회에서 MBC청문회를 추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장기파업과 관련해 김재철 사장을 출석을 요구하는 청문회를 개최했다. 김재철 사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국회에 출석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고발’과 그로 인한 800만원의 벌금(약식기소)을 부과하는 것 뿐이었다.

MBC는 끊임없이 국회 출석을 거부해왔다. MBC는 2014년 7월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전원구조 오보’와 외압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관 보고를 해야 했지만 하루 전 불출석을 통보했다. 당시에도 MBC 안광한 사장은 “언론사 책임자들이 국정조사에 출석해 개별적 보도 내용의 작성 경위나 보도 사안에 대한 경중의 판단, 편집 과정을 소상히 진술하고 공방에 휘말리는 것은 언론 자유가 심대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월호국조특위 위원들이 MBC를 찾았을 때에도 MBC는 출석을 요구하는 공문에 대해 “국회 내부 공문서일 뿐”이라며 국회 방문 자체를 거부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의 서명이 담긴 출장계획안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MBC는 대주주 방문진의 통제 밖에 있는 모습까지 종종 보인다.

MBC에게 문전박대 당한 야당 의원들이 건물밖에서 자리 잡고 앉아 농성에 들어간 모습ⓒ미디어스

MBC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대 국회 미방위에서 MBC청문회를 개최하는 경우 안광한 사장이 국회에 출석할지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보이콧하기라도 하면 안광한 사장 입장에선 좋은 명분이 된다. 결국, 여소야대 상황에도 국회가 MBC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는 의문이다. ‘시사기자’를 뽑고 회사 내 비판적인 인사들을 해고하거나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 내는 일들을 멈출지에 대해서도 선뜻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해직언론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19대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의문’까지 발표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국회가 해직언론인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방송사 인사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다. 야당 의원들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대로 일관하면 손 쓸 방도가 없다.

공영지배구조 개선과 종편특혜 축소 등의 사안은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인다. KBS와 MBC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 사장을 최종적으로 선출하는 이사회에 대한 체질개선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여야 추천 7대4인 KBS이사회(방문진 6대3)가 그 대상이다. 그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이사회의 추천 몫을 변경하자는 요구가 높았다. 새누리당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는 <방송법>을 개정해 여야 몫을 동수로 둬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야당 내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여당’ 프리미엄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특별다수제’가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던 이유 또한 비슷하다. 야당이 적극적이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들에게 돌아올 몫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론장악은 누가 정권을 쥐더라도 쉽게 놓을 수 없는 유혹이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공정성특위를 무력화시킨 새누리당에게 활동을 촉구하는 언론노조 (언론노조 제공)

20대 국회는 다를까…정치권의 속성, 눈치보기

또다른 이유도 있다. 조중동 종편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그것이다.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언론과 척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조중동의 눈치를 보는 건 일상다반사다. 19대 국회에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가 담긴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미방위에서 뒤집힌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TV조선을 보유한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종편을 소유한 보수언론들의 ‘방송사 자율성 침해’와 ‘위헌’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2014년 2월 28일자 사설 <민간방송까지 모두 노영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를 통해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같은 날 <“방송법 개정안 위헌”¨뒤늦게 심각성 깨달은 새누리> 기사를 배치했다. 상식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종편 JTBC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상파들 역시 이에 편승해 위헌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새누리당이 먼저 손을 놓았고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야 했다. (▷관련기사 : 종편 ‘방송사주 자율성’ 프레임에 숟가락 얹은 지상파/새누리당 “종편까지 편성위원회 강제…위헌”/“편성위원회 거부, 조중동은 언론 말할 자격도 없다”)

KBS 청문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대영 현 KBS 사장은 첫 국회 청문회를 거친 공영방송 사장이다. 특히, 고대영 사장은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의혹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어느 때보다 검증이 필요한 인사였지만 정부여당은 언제나 그렇듯 정부와 고대영 사장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날카로웠어야 할 야당의 질문은 무디고 무뎠다. 증인 한 명 없이 치러진 말 뿐인 청문회는 결국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전형적인 눈치 보기였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20대 국회가 언론을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전망하려만 19대 국회의 미방위가 ‘실패’한 이유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127석의 의석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도 바꿔내지 못한 야당이다. 언론장악에 대한 유혹과 눈치보기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야권 내 전략과 전술 자체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특별다수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미방위원들 내 이견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20대 국회에 대해 기대만 하다 다시 실망하는 걸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한계를 제대로 짚고 언론운동내에서 끊임없이 국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걸 되짚어봐야 한다. 정치를 믿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언론운동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박수' 뿐인가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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