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국민 MC 유재석의 ‘종편’행은 방송가의 큰 화제였다. KBS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 <해피투게더-프렌즈> 시절 호흡을 맞춘 윤현준 PD와 JTBC에서 조우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2달 반 만에 베일이 벗겨진 유재석의 첫 비지상파 예능은 <투유(유재석-유희열)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슈가맨)를 찾고, 쇼맨이 당시 히트곡을 현재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결과를 갖고 대결을 벌이는 <슈가맨>은 높은 관심 속에 지난해 8월 19일, 26일 두 차례 파일럿으로 방송됐다.

파일럿 당시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던 것과 달리 2달 만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슈가맨>은 회를 거듭하면서 고정 시청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참 좋았던 노래’와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뿐 아니라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점이 빛을 발했다. ‘Storm’을 불렀던 루머스와 Heaven을 불렀던 김현성이 출연한 9회(2015년 12월 15일 방송)는 가구 시청률 4.4%로 시청률 면에서도 호조를 보였고, 테이크의 ‘나비무덤’, 크러쉬&로꼬 ‘아마도 그건’, 더 넛츠 ‘사랑의 바보’ 등 숱한 곡들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진기록도 계속 써 가고 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슈가맨>을 탄생시킨 윤현준 CP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다소 부진한 출발을 했던 <슈가맨>이 어떻게 가장 도드라지는 ‘화요 예능’으로 부상했는지, 프로그램이 성장해 온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되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사진=JTBC)

윤현준 CP는 “(시청률은) 비지상파로 따지면 나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평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기대도 컸고, ‘어떻게 하나 보자’ 하는 시선도 있었고… 저희는 의견을 다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의견 취합한 다음 셋(유재석, 유희열, 윤현준 CP)이 만났다. 다 이걸 안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얘기를 했지만, 분명한 장점이 있었고 단점을 보완하면 다시 봐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냥 저희는 그분들(슈가맨)이 나와서 노래를 하면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다 반가워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사람들 누구야, 모르겠어, 재미없어’ 이런 반응이 많았다. 공감의 틀이 굉장히 작았던 거다. 파일럿 이후에 그걸(공감대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느냐를 굉장히 고민했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나온 게 세대별 방청객이다. 노래를 알건 모르건 그걸 들음으로써 어떤 느낌을 갖는지 공감을 확대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세대별 관객과 100개의 전구(과거의 히트송을 듣고 연령별 관객들이 해당 노래를 알면 불을 비춘다. 숫자가 높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복면가왕>, <듀엣 가요제>, <히든 싱어>, <판타스틱 듀오>,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이 넘쳐나는 가운데, <슈가맨>이 특정 요일을 대표하는 주목도 높은 예능으로 자라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윤현준 CP는 “<슈가맨>이 음악 프로그램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악이 있고 추억도 있고 공감과 이야기가 있다는 게 <슈가맨>만의 차별점”이라며 “또한 슈가맨이 가장 중요하다. 그분이 왜 사라지셨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며 예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었나. 시청자들이 다 아는 분이건 모르는 분이건 (슈가맨을) 알아가고, 다른 세대들도 (그 시절 노래를 알게 돼) 공감을 넓혀가는 과정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그램 MC와 패널들이 프로그램을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윤현준 CP는 <슈가맨>을 “유재석 씨의 모든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일단 연예인보다 일반인 분들과 소통하는 게 어렵다. 슈가맨 역시 일반적인 연예인들과 굉장히 다르다. 방송을 오랫동안 안 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말 한 마디 재밌게 못하고 가실 분들인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내고, 캐릭터를 만들고, 노래 나갈 때 리액션을 하고… 국민 MC 유재석이 쌓아 온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에 즐겁게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전했다.

또한 “유희열 씨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그의 존재가 유재석 씨의) 부담을 반 이상으로 확 덜어버렸다. 진행이 되는 또 한 명의 든든한 MC가 있기에 (유재석 씨가) 훨씬 더 자유롭게, ‘놀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지 않나. 유희열 씨는 제작진의 의도를 굉장히 잘 파악한다는 강점이 있다. 제작진이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싶은 걸 꼭 한다.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라고 설명했다.

작사가 김이나에 대해서는 “예전 노래는 특히 가사가 주옥 같은데, 가사의 의미와 색깔을 가장 잘 얘기해 줄 수 있는 분이 김이나 씨라고 본다. 음악적 지식도 굉장하고,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역할”이라고, 투애니원 산다라박에 대해서는 “방송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녹화장) 분위기를 잡고 리액션을 해 주고, 섭외할 때도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다. 없어서는 안 될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7회 방송된 ‘시즌제 예능’ <슈가맨>, 언제까지 갈까

<슈가맨>은 오랫동안 연예계를 떠나 있던 인물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섭외’가 생명이다. 접근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섭외가 쉬웠던 슈가맨이 있느냐고 묻자 윤현준 CP는 “어렵게 쉽게가 문제가 아니라 되시는 분들은 대부분 흔쾌히 해 주신다. (방송에 못 나오는 경우는) 방송하고 싶지 않다거나 예전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든가 하는 분들이어서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어 그런 것이다. (<슈가맨>에서) 보고 싶어 하는 분들 제보도 많이 해 주시지 않나. 너무 보고 싶은데 방송에 안 나온다 하는 건 저희가 아직 찾지 못했거나 거절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윤현준 CP(사진=JTBC)

그러면서 “매일매일 특집을 달고 섭외한다. 양쪽 다 같은 장르의 가수를 선정할 때도 있고, 한쪽은 발라드, 한쪽은 댄스로 할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90년대 노래가 한 곡 있으면 다른 한 곡은 2000년대 노래를 하려고 한다. 슈가맨 선정의 기본 방향이다”라고 전했다.

투유(유재석-유희열) 프로젝트의 추천으로 출연이 성사된 슈가맨도 있다. 올 설 특집 방송에 나온 차태현이 대표적이다.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되겠어?’ 라는 생각이었는데,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의 옆자리였던 차태현이 먼저 ‘형, 내가 슈가맨 아냐?’라고 물어온 것이 인연이 됐다.

어느덧 반 년 넘게 방송돼 온 <슈가맨>, 윤현준 CP는 어떤 무대를 가장 인상 깊게 봤을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슈가맨과 쇼맨으로 각각 디바와 거미를 꼽았다. 윤현준 CP는 “저는 디바(4월 5일 방송)가 좋았다. 디바 무대를 보면서 너무너무 큰 전율과 감동이 왔다. 슈가맨으로 등장하기 전에 메들리 3곡을 했는데, 너무 세련되고 실력이 녹슬지 않았더라”고 말했다. 또, “거미(3월 29일 방송)는 ‘러브홀릭’이라는 노래를 재즈 풍으로 바꿔 불렀는데 그 노래는 처음에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생각했는데 리허설-본방-편집 거치면서 계속 들으니 들으면 들을수록 좋더라”고 덧붙였다.

윤현준 CP는 “<슈가맨>은 투유 프로젝트의 첫 번째로 시즌제로 시작했다. 지금은 시즌제로 하기에는 굉장히 길게 온 셈이다. 한 16번 정도 한 후 다음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만큼 온 것은 프로그램이) 잘됐다는 뜻이 아닐까. 제보도 많고 좋아하는 슈가맨이 많아서 끝낼 수가 없었다”며 “슈가맨 취지에 맞는 분들이 어느 정도까지 소환됐을 때 종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슈가맨>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JTBC에서 방송된다. 오늘(26일) 방송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선발된 I.O.I(아이오아이)의 ‘첫 예능 나들이’라는 점에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또 다른 쇼맨으로는 제시와 한해가 등장한다. 윤현준 CP는 “오늘 방송은 댄스 100불 특집이다. 거의 20년 만에 돌아온 팀과, 노래는 매우 유명했는데 무대는 한 번도 안 해 봤던 분이 <슈가맨>에서 처음으로 데뷔한다. I.O.I.도 오늘이 데뷔무대인 만큼 더욱더 특별한 선후배 간의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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